코스닥 시장에 스며든 가상화폐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6 10:07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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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마주’ 상승…호재 악용 사례도 있어

 

열풍을 타고 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을 넘보고 있다. 주무대는 바로 코스닥 시장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거나 거래소 사업을 시작한 코스닥 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잠시 움츠러드는 모양새긴 하지만, 가상화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7년 중반 이후와 비교하면 이미 주가가 상승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주가에 호재인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 일러스트 김세중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0여 곳…정확한 집계 없어

 

가상화폐 열풍의 최대 수혜는 가상화폐 유통을 관장하는 거래소다. 국내에는 코빗, 코인원, 빗썸, 업비트 등 메이저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천문학적인 코인 거래를 관리하며 수수료 수익을 챙긴다. “가상화폐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거래소”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거래량으로 계산했을 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체는 업비트다. 업비트는 코빗이나 빗썸 등 ‘1세대 거래소’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가장 많은 코인 유통을 가능케 하면서 순식간에 회원을 모았다. 시사저널 조사 결과, 현재 하루 6조원 규모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량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수수료 수익만 해도 3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위는 빗썸으로 추정된다. 빗썸에선 3조~4조원 정도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 수익은 20억~25억원 가량이다. 3위 코인원은 1조원 안팎의 거래에 수수료 수익은 6억~8억원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 코빗, 코인네스트, 코인레일 등이 4~6위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있는 거래소 현황에 대한 자세한 집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래소가 현재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거래소에 대한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빈 수레’일 가능성이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만 하면 설립 가능하며, 가상통화는 ‘디지털 상품’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의 관리·감독을 사실상 받지 않는 상태에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법인 명의로 영업하는 곳도 있고 작은 곳은 법인계좌 입출금을 수작업으로 기록해 거래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가상화폐 거래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 소규모 거래소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규제대상이 아니다 보니 가상화폐 거래소는 등록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어렵다”며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관할당국도 아니다. (금융기관이 아니니) 조사·감독 권한도 없다”고 토로했다.

 

가상화폐 열풍을 등에 업고 주가 상승에 이용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만능 칼’이란 분석도 있다. 거래소와 관련된 인수·합병(M&A)이나 신규 거래소 운영 계획만 시장에 흘려도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와 관련된 코스닥 상장사는 20여 곳이 넘는다. 거래소 운영뿐만 아니라 가상화폐공개(ICO), 채굴, 보안, 결제에 이르는 여러 사업영역에서 가상화폐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가상화폐 테마주’들은 최근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상당한 주가 상승을 일궈냈다.

 


 

“코스닥 주가 상승에 이용하기도”

 

대표적으로 우리기술투자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의 지분 7.1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상장사는 우리기술투자였다. 2017년 초 672원으로 시작한 우리기술투자의 주가는 12월21일 기준 4010원에 마감, 496.73%나 뛰었다. 또 다른 가상화폐주인 SCI평가정보의 주가는  305.86% 상승했다. SCI평가정보는 11월 100% 출자 방식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에스코인’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주가 상승 기간인 11월28일부터 12월19일까지 상승률은 412.38%에 달한다. 주가는 이 기간 8거래일에 걸쳐 상한가를 썼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가상화폐가 자칫 코스닥 시장에서 소액투자자들의 눈을 흐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한 여의도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상화폐 거래소가 코스닥 상장사를 찾는다’는 소문과 함께 구체적인 거래소 이름들이 돌았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상장사의 주식이 상당히 뛰는 경우가 있다. 가상화폐란 이름만 들어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부적절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주가가 상승한 경우도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A사는 자회사인 B, C사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회사는 가상화폐 기술과는 전혀 관계없는 업종이지만, 거래소 운영 계획을 밝힌 뒤부터 주가가 상승했다. 2017년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세 회사는 1월10일 현재 주가가 83.5%, 91.36%, 18.35%씩 각각 상승했다. 1월10일부터 운영하겠다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A사는 1월말까지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한 뒤 3월말까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거래소를 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이 바닥에선 ‘거래소’라고만 하면 무조건 관심을 받는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가상화폐 등은 충분히 ‘4차 산업’으로 각광받을 만하지만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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