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 커뮤니티에 ‘코인 게시판’이 생겼다”
  • 박소정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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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커뮤니티가 ‘가상화폐 커뮤니티’로 변질…대학생 가상화폐 광풍 현상 르포

 

“스팀(코인)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 5달 투자 썰(이야기)”

“슨트 815층이다. 구조대 오냐?" (snt 815원일 때 샀는데 떨어진 상황을 비관하는 말)

 

가상화폐 커뮤니티 게시글이 아니다. 대학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는 게시글 제목들이다. 대학생 사이에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일부 대학 커뮤니티가 가상화폐 커뮤니티처럼 변질되고 있다. 고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이 목돈을 만들어보려는 욕심에 아르바이트비 등을 과도하게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을 상회하는 큰돈을 잃고 정신병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투기에 집착하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남성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세 현황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소 20~30분에 한 번씩은 어플을 확인한다”

 

현재 각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가상화폐 관련 글들이 넘쳐난다. 대표적으로 연세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 익명게시판,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호랭이광장’(익명게시판)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게시판에는 특정 코인에 관련한 호재나 악재를 알리는 ‘지라시’성 글부터 수익률 인증·투자에 대한 조언, 투자실패에 대한 자책과 위로의 내용을 담은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게시글이 급속히 늘어나자 ‘고파스’ 관리자는 익명으로 운영되는 ‘코인 게시판’을 신설하겠다고 1월9일 공지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게시판에서만 가상화폐 투자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텔레그램‧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을 주로 이용한다. 대학 별로 가상화폐 정보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존재한다. ‘스누코인 하드포크’(152명), ‘민족고대 가상화폐’(356명), ‘한양 집단지성’(120명), ‘경희대학교 가상화폐 정보방’(66명) 등이 대표적이다. 텔레그램에 있는 주식투자 정보 공유 채팅방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다. 일부 그룹 채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 학생들만이 알 수 있는 참여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채팅창에서는 주로 투자정보를 공유한다. “리플 고점 대비 반 토막 났네요”, “다들 힘내세요” 등 자신이 투자한 코인 상황을 언급하며 공감을 구하거나 위로와 격려를 나누기도 한다.

 

대학생 가상화폐 광풍 현상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강의실과 대학도서관에서는 책상 위에 책과 스마트폰을 나란히 펼쳐 둔 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업비트’와 ‘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 어플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학생 권아무개씨(24)는 “최소 20~30분에 한 번씩은 어플을 확인한다. 워낙 급등락이 심한 편이라 자주 보게 된다. 내 돈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궁금해서 공부가 손에 안 잡힐 때도 있다”고 말했다.

 

불면증도 유발한다. ‘업비트’는 자신이 투자한 코인이 특정 시세를 찍으면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할 수 있다. 알람이 울리면 자다가도 깨서 시세를 확인한다. 개‧폐장 시각이 정해져있는 주식 시장과 다르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24시간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윤아무개씨(29)는 “투자 초기에는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를 쳐다보고만 있는데도 날이 새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했다.

 

 

과외비 모으고 ‘마이너스통장 뚫어’ 가상화폐 투자

 

고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이 무슨 돈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할까. 주로 과외비나 아르바이트비, 용돈 등을 모아 투자한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4)는 두 달 동안 번 과외비 8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220만원을 벌었다. 이씨는 “술값이나 생활비로 조금 쓰고 대부분은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전문대학원, 국가고시 등에 합격하면 만들 수 있는 ‘마통(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해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대학생 정아무개씨(24)는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대출한 9000만원을 몽땅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세 달 만에 1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들 사이에선 “장기적으로 보면 어차피 우상향이라고 생각한다”는 낙관적 인식이 만연했다.

 

무조건 벌기만 하는 건 아니다. 버는 게 쉬운 만큼 잃기도 쉽다. 대학생 A씨는 이틀 연속 3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잃었다. 단체 채팅방에 ‘어제는 국산차를 폐차시킨 줄 알았더니 지금 확인해보니까 벤츠를 폐차시켰었네’라며 자조 섞인 글을 남기자 위로 댓글이 올라왔다. A씨는 “현실에서 잃은 돈을 다시 회복하는 꿈을 자주 꾼다. 다음날 아침에 깨서 확인해보면 회복돼있지 않아서 화날 때가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겪은 건 A씨뿐만이 아니다. 가상화폐 커뮤니티 ‘코인판’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대학원 등록금 잃었네요”, “정신병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속 쓰립니다”와 같이 손실을 암시하는 제목의 게시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대학 커뮤니티의 가상화폐 관련 게시물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불확실한 사회가 만든 대학가 ‘비트코인 희망’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확증편향과 불확실한 사회 모습이 낳은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구체적 수입이 없는 대학생의 가상화폐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기본적으로 손해 본다는 정보보다 이득 된다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투기 심리의 원리다. 그런 심리는 실패나 손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젊은 층에서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 “청년 세대가 취업도 되지 않고 이직률이 많은데, 이런 불확실한 사회가 ‘비트코인 희망’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사이에서 가상화폐가 유행하는 현상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은 금융투자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보장된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정유신 교수(경영학)는 “변동성이 큰 주식투자라고 보면 된다. 가상화폐 시장도 반드시 폭락하게 돼있다. 구체적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이 마이너스통장까지 동원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현상은 위험하다. ‘돈 꿔서 하지 말라’는 주식 투자의 기본 원칙을 거스르는 셈이다. 급락했을 때 패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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