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남 지지율 '魔의 36%', 6월 지방선거서 돌파할까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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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 차례 선거서 모두 36%대 머물러…지지세 확장 여부가 관건

'마(魔)의 ​36%'. 민주당 후보가 2012년 이후 세 차례 치러진 대선과 도지사 선거에서 얻은 경남지역 성적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과 지난해 19대 대선에서 각각 36.33%, 36.7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2014년 6월 치러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후보였던 김경수 의원도 36.05%를 획득했다. 이 때문에 지역의 민주당 지지층을 한데 묶어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36%라는 것이 그간의 분석이었다.

 

최근 김경수 의원이 경남도지사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민주당 후보가 올해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득표율 36%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경남지역은 자유한국당의 강세지역으로 표심이 쏠리는 현상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2018년 신년 단배식 ⓒ 연합뉴스 제공


2012~17년 세 차례 경남 지역 선거서 36% 벽에 막혀

 

2017년 5월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경남에서 36.73%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경남 득표율 37.24%와는 겨우 0.51%포인트 차이지만, 17.05%포인트의 전국 득표율 차이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특히 문 대통령의 경남 득표율은 그의 5년 전 첫 대선 출마 때와도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경남에서 36.33%를 얻었다. 19대 대선과 비교하면 0.4%포인트 늘었을 뿐이다. 5년 사이 1%포인트도 증가하지 못한 셈이다. 

 

경남지역 민주당 당원 수는 19대 대선 당시인 2017년 5월 기준 7만312명으로 2014년 6월(5만6753명)에 비해 23.9% 급증했다. 이같은 외형 확장에도, 민주당이 경남의 정치구도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보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해야 했다. 정치권에선 경남 유권자 가운데 50대 이상의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한국당의 조직력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남은 문 대통령이 태어난 고향이고 ‘최순실 국정농단’에 편승해 대세론이 확산됐지만, 문 대통령은 36% 득표율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경남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경남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50대 유권자의 비율이 높다”며 “오랫동안 보수층을 결집한 한국당의 조직력은 탄탄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한국당과 0.51%포인트의 경남 득표율 차이를 보인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한국당 텃밭이던 경남에서 별 차이 없는 득표를 획득한 것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이 경남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텃밭이던 강원에서는 18대 대선의 열세를 뒤집고 홍 후보를 4.19%포인트 차로 누른 것과 비교하면, 경남 정치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경남지역 중도·보수층 끌어안기 올인

 

민주당은 2014년 6월 치러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36% 선을 넘지 못했다. 당시 후보였던 김경수 의원은 36.05%를 획득하면서 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세월호 심판론’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등이 제기되면서 선거판이 흔들렸지만, 지역의 한국당 지지 정서와 한국당의 막강한 조직력이 승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민주당 측이 올해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세 확장으로 ‘마의 36%’를 돌파하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지사 선거 구도가 막판에 1대1 구도로 재편되면, 외연 확장이 최대의 과제다.

 

실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충성도가 가장 높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측은 오히려 지금 국면이 진보에 국한됐던 민주당 지지 세력을 중도·보수 세력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경남지역 민주당의 한 인사는 “최근 정국 흐름으로 볼 때 경남에서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신년 3·15 민주공원 참배 ⓒ 민주당 경남도당 제공

 

 

 

보수 세력 결집 등 요인에 외연 확장 난항 전망

 

그러나 민주당이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마의 득표율 36%를 돌파하고 승리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걸림돌이 될 만한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결집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월12일 경남 신년인사회에서 “선거 때가 되면 경남 18개 시·군을 샅샅이 훑겠다”며 보수층 결집을 호소했다. 비록 한국당에서 뚜렷한 경남도지사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정권 중간 평가’ 바람을 일으킨다면 민주당의 외연 확장 노력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샤이' 표심도 변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017년 12월26~27일 경남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사람과 관계없이 정당만 보고 차기 경남도지사를 선택할 경우에 어떤 정당 후보를 선택할 생각입니까’ 여론을 조사한 결과, ‘지지후보 없음’ 또는 ‘모름ㆍ무응답’ 답변자가 30.7%를 차지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단정할 순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당의 표심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6% 돌파의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보다 약 20%포인트 낮은 편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4년 6·4 지방선거의 경남지역 투표율은 각각 61.8%와 59.8%였다. 19대 대선 투표율이 77.8%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 투표성향을 지닌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될 수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20~40세대를 중심으로 투표율 제고에 집중해야만 높은 득표율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율에 보수·중도의 표심을 더해야만 지긋지긋한 36% 벽을 깰 수 있다”며 “역시 민주당의 지지세 확장이 이번 선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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