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나빠진다는 느낌 들면 '치매 치료' 시작해야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9 10:42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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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의 진료 톡톡] 뇌세포 재활치료 빠를수록 좋다

 

P씨는 올해 아흔이 되는 6·25 참전용사다. 혈관치매에 알츠하이머치매가 겹쳐 있으며 노인성 우울증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치매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지났으며 재작년부터는 대소변도 못 가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낸다. 치매 약을 복용한 지도 오래됐다. 치매 이외에도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대한 약과 망상과 환각, 불면 등이 있어 항정신성 약, 혈전 방지를 위한 약과 뇌 영양제 등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 중이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 지 오래돼 빨랫감이 넘치며, 모든 방문을 항상 닫아둔 탓에 방 안에 냄새가 지독했다. 창문이라도 열어 환기를 시키면 좋으련만 절대로 문을 열어두지 못하게 고집했다. 가끔 딸이 들러 도와주지만 간병하는 며느리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매 환자도 주로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우울증이나 무의지증이 생기거나 성격이 바뀌거나 정신병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을 앓은 적은 없지만 고혈압 치료를 받은 지 오래됐고 고지혈증도 있는 것으로 보아 작은 경색이 전두엽 안쪽에 점점 많이 누적된 것으로 추정되고, 이로 인해 대소변을 못 가리고 우울증을 비롯한 전두엽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보였다. 나이와 함께 뇌가 점점 노화되지만 뇌의 한 부분이 약해지면 서로 의존관계에 있는 다른 부위의 뇌도 상대적으로 빨리 나빠진다. 이런 이유로 뇌경색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노력해도 해마를 비롯한 다른 부위의 뇌가 빨리 나빠질 수 있다. P씨는 이런 이유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겹쳐 기억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추정됐다.

 

© 사진=Pixabay

 

인지기능 개선제에 한약 처방 추가

 

지금까지 받아온 인지기능 개선제 위주의 치료에서 뇌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한의학적 방법을 병행하기로 했다. 뇌 기능 회복은 뇌세포가 재생되면 제일 좋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차선책으로 남아 있는 뇌세포 재활치료가 있다. 세포가 재활된다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조직이 재활되면 기능이 회복된다. 조직의 재활은 각각의 세포 기능이 회복돼야 가능하다. 결국 조직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세포가 재활된 것이다. 치매환자의 뇌세포는 정상인보다 활성이 떨어지지만 그마저도 남아 있는 기능을 100%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지기능 개선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이용해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지만, 뇌세포의 체력을 회복시키면 자연적으로 신경전달물질도 많이 분비되고 뇌 기능이 호전된다. 다만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경우 치료 대상이 되는 뇌세포조차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뇌세포 재활치료는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경우 재활 효과가 작지만,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가능하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P씨는 비록 치매가 많이 진행됐고 남아 있는 뇌세포도 적은 상태에서 늦게 치료를 시작했지만, 치료로 많이 회복돼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도 거부하지 않고 거실에도 나오며 대소변을 조금씩 가리게 되면서 빨랫감이 확 줄어들게 됐다. 치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혈압약을 제외하고는 모든 약을 중지하고 뇌세포를 재활시키는 한약만 복용하고 있다. 뇌세포 재활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치매다!” “치매가 아니다!”라는 진단과 관계없이 머리가 나빠진다는 느낌이 들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론적으로는 뇌세포가 본격적으로 많이 부서지기 전에, 즉 임상적 정상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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