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는 비트코인, 쫓아다니다 지친 정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3 11:06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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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매 맞고도 쑥쑥 컸던 비트코인 최근 1년간 ‘가상화폐 규제책’과 ‘비트코인 시세’ 상관관계 조사

 

쫓는 정부와 쫓기는 비트코인, 승자는 누구일까. 지난해 먼저 승세를 탄 쪽은 비트코인이었다. 잇따른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꾸준히 올라서다. 그러던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선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연일 우리 정부의 강력한 규제 움직임에 이어 중국까지 경고 수위를 한껏 높이고 나선 탓이다. 최근 가격이 최고점 대비 반 토막 났다. 시사저널은 최근 1년 동안 금융당국과 관계자들이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언급한 날과, 그 전날 비트코인 1코인(BTC)당 가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시세는 빗썸 거래소 마감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해 상반기엔 비트코인이 정부의 목소리에 다소 흔들렸다. 2017년 1월11일, 기획재정부가 “비트코인으로 해외 송금업을 한 핀테크 업체들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억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는 중범죄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99만7000원을 기록했다. 전날 111만3000원에 비해 10.4%(11만6000원) 떨어졌다.

 

이후 비트코인은 지난해 5월초에 200만원을 넘겼고, 5월말엔 300만원을 돌파했다. 이때 금융감독원이 6월22일 찬물을 끼얹었다. 보도자료를 통해 “가상통화는 법정통화가 아니다” “가치가 급변해 막대한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당부한 것. 그러나 비트코인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343만7000원)보다 불과 2000원 떨어진 343만5000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엔 국회가 나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1일 “가상화폐 거래 규정과 이용자 보호책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비트코인은 304만1000원으로, 전날 310만7000원에서 2.1%(6만6000원) 낮아졌다.

 

1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까지 나섰지만…1년 새 2400% 성장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가격은 곧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2일엔 505만1000원이었다. 다음 날인 3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비트코인은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비트코인은 495만8000원으로 1.8%(9만3000원) 하락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잠깐이었다.

 

두 달여 후인 11월26일, 비트코인은 마감가로 무려 1012만원을 기록했다. 1000만원을 넘은 건 국내 거래소가 개장한 이래 처음이었다. 그 배경으로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도입(11월1일)하겠다고 한 데 이어, 일본 회계기준위원회(ASBJ)도 긍정적으로 반응(11월22일)했다는 소식 등이 언급됐다. 11월27일 비트코인은 1095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다음 날인 28일 “가상통화 거래가 자금세탁 통로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공식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런데 오히려 비트코인은 더 뛰었다. 11월28일 1158만9000원을 찍더니 29일엔 1305만5000원으로 더 치솟았다. 3일 만에 무려 29% 오른 것이다.

 

이후 △“가상통화는 금융상품이 아니며, 가치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엔 변함이 없다”(12월4일 금융위 TF) △“비트코인과 관련해 거래소를 인가한다든지, 선물거래를 도입하는 등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일은 절대 없을 것”(12월11일 최 위원장) △“정부가 가상화폐 과세를 본격 논의할 것”(12월17일 언론 보도) 등 규제 관련 소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비트코인은 그저 오를 따름이었다. 그 가격은 △12월4일 1340만1000원 △12월11일 1882만원 △12월17일 2209만원으로 규제 목소리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높아졌다. 올해 들어 1월7일엔 역대 최고가인 2504만3000원을 찍었다.

 

급기야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문을 닫는 방안까지 꺼내들었다. 1월8일 최 위원장은 “거래소 폐쇄 등을 포함해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때서야 비트코인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11일)이라고 밝히자, 이날 오후 2시 비트코인은 178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 발언은 몇 시간 만에 수그러들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월11일 “박 장관의 발언은 확정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발 뺀 것이다. 그러자 비트코인은 다시 올라 1949만5000원에 마감됐다. 15일엔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이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범정부 차원에서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비트코인은 종일 1900만원 선을 유지했다.

 


 

중국發 규제에 결국 폭락…하지만 또 반등

 

우리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초강수를 둔 건 중국이다. 블룸버그는 1월15일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6일 로이터는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총재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그로 인한 시장의 리스크도 막아야 한다’고 당국에 주문했다”고 전했다. 위안화가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한때 90%에 육박했다.

 

중국의 압박에 국내 시장도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1월15일 1930만1000원을 기점으로 17일 밤 11시(1200만원)까지 37.8%나 곤두박질쳤다. 최고가(1월7일 2504만3000원)에 비하면 열흘 사이에 절반 밑으로 추락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확실히 잡았다”고 단언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18일 새벽에 반등했고, 19일 오전 현재 1500만원 선으로 다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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