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호주오픈 4강, ‘LPGA 메이저 우승’ 이상의 가치
  • 감명국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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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진출만으로 7억5000 상금 확보···결승 진출하면 단일 대회 최고 상금

 

정현이 한국 스포츠사에 있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1월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약 463억원)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3-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이미 지난 22일 전 세계 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하면서 한국 테니스 사상 첫 ‘메이저 8강’의 신기원을 이뤄낸 정현이 다시 한 번 첫 ‘메이저 4강’이란 신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22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29위에 올라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30위권 진입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이형택(42)이 36위가 최고 순위였다. 물론 남은 4강전 결과에 따라 랭킹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정현은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전 승자와 맞붙는다. 준결승전은 26일 열린다. 

 

정현의 호주오픈 4강 진출이 갖는 의미는 실로 대단하다.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그 성과의 기준은 어쩔 수 없이 상금 규모로 측정될 수밖에 없다. 프로스포츠 개인 종목에서 최대 상금이 걸린 종목으로 흔히 골프와 테니스를 꼽는다. 그만큼 골프와 테니스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미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남·여 골프와 남·여 테니스 중 가장 먼저 세계를 정복했고, 그리고 현재도 유일하게 세계를 정복하고 있는 종목이 바로 여자 프로골프다. 하지만 여자 골프와 남자 테니스의 상금 규모는 그 차이가 현저하다. 

 

정현이 1월24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 테니스 샌드그렌를 꺽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전에 진출한 뒤 미소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남자 테니스 대회 상금 규모, 남자 골프도 능가

 

여자 골프 대회에서 최고 상금은 US오픈이다. 지난해 박성현이 US오픈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약 10억원이다. 물론 남자 프로골프 대회의 우승 상금은 훨씬 규모가 크다. US오픈이 약 24억3000만원, 마스터스 대회가 약 22억3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프로테니스 우승 상금의 규모는 이런 남자 골프도 능가한다. 테니스 US오픈이 39억4000만원이다. 호주오픈도 34억3000만원으로 모두 3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 대회 4강 진출 만으로 이미 상금 7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26일 4강전마저 승리해서 최소 준우승을 확보하면 17억원을 받는다. 단일 대회 상금 규모로는 여자 프로골프 박성현의 기록을 능가하게 된다. 물론 우승하면 34억3000만원을 받게 된다.    

 

정현의 가치는 상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테니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레전드가 되는 것이다. 여자 프로골프의 레전드인 박세리가 1998년 LPGA 메이저 대회 중 최고 상금 규모를 자랑하는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프로야구의 박찬호가 2000년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선수 최다승 타이 기록인 18승을 기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여자 프로골프 세계무대를 박세리의 후배들이 점령하고 있고, 메이저리그 역시 박찬호의 후배들이 뒤를 이어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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