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해외 현장체험학습 사고 관리에 '비상등'
  • 경남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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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중·고생 8명 캄보디아 교통사고, 방학 중 해외체험 관리 허점 드러내

지난 1월22일 경남 지역 중·고교생 8명의 캄보디아 현지 교통사고는 교육 당국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방학 때 학생들의 해외체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지금으로서는 교육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한 이렇다할 규정을 정해 놓고 있지 않아 학생 해외체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 여학생 8명의 캄보디아 교통사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허기도 산청군수, 학부모. ⓒ 경남교육청 제공


규정 보완 필요…교육부 “현장체험 사고 예방 대책 마련할 것”

 

지난 1월22일 산청중 5명, 산청고 2명, 태봉고 입학 예정자 1명 등 여학생 8명은 캄보디아에 도착해 빌린 승합차를 타고 시하누크빌로 이동하던 중 프놈펜에서 약 50㎞ 떨어진 바이에이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아무개양 자매 등 4명이 중상을 입고, 나머지 4명은 경상을 입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특히 자매 중 동생은 뇌수술을 받은 후 안정을 위해 수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니는 머리와 가슴·대퇴부 등 부상이 심각해 수술조차 못 받고 혼수상태다. 

 

1월23일 현지에 급파된 국내 의료진은 현지 사정을 종합 판단한 끝에 8명 모두 국내로 이송키로 했다. 이들은 1월26일 새벽 1시 30분(현지시각 1월25일 오후 11시 30분) 한국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학교 측이 학생들의 출국 사실을 사고 발생 이후에야 안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학 중 학생 해외체험 보고 체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현행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는 학교장의 허가를 받은 현장(체험)학습은 출석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 학생들이 신청서와 학습계획서를 사전에 제출하면 학교장은 심사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방학 땐 사정이 다르다. 출석 의무가 없어 학교장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학생 2명이 다닌 산청고는 방학 전 '겨울방학 중 안전사고 예방 교육'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이 여행 등을 떠날 때는 사전에 학교 허가를 받도록 하자”고 안내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학생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지난해 여름방학 땐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떠나면서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를 제출했다. 1일이 출석과 연계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2015년 방학부터 적게는 2명, 많게는 6명씩 어울려 캄보디아를 방문해왔다. 앞선 방문에서는 부모가 인솔자로 동행했지만, 이번에는 인솔자가 없었다. 그 대신 학생 부모의 지인 1명이 1월24일 인솔자 자격으로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었다. 

 

사정이 이러하자 방학 때 학생들의 해외체험 안전관리를 위해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광보 경남교총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현행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은 현장체험학습의 출결 인정 여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뿐 방학 때 행정력은 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또는 국외 현장체험을 구별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국외의 경우는 방학 때라도 신청서를 내고 학교장의 허가를 받도록 매뉴얼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시·도 교육청과 학교 측 의견 들어 대책 마련할 예정"

 

앞서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1월23일 사고 브리핑을 통해 “방학 때 학생들의 해외여행이 자연스레 많아졌는데 안전교육을 철저히 잘 챙기겠다”며 “국외로 나가는 여행의 경우 학교에도 신고하고 안전교육을 미리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학생들이 해외체험 등에 나설 경우 반드시 학교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학생생활지도규정에 삽입·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지역 한 중등교사는 “방학 때 현장체험은 공교육의 미흡한 기능을 학생 개인이 감당하는 것”이라며 “사전 승인 등을 규정하는 자체가 학생들의 인권 침해와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학기 중에는 보호자가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해 학교에서 승인하지만, 학교 출석 의무가 없는 방학 중에는 승인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며 “방학 때 사전 승인과 관련해서 제도로 의무화하는 것은 현장의 부담이 큰 만큼, 시·도교육청과 학교 측의 의견을 들어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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