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 논란, ‘릴리안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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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계·시민단체의 계속되는 공격…그래도 “유해물질은 없다”

 

생활용품업체 깨끗한나라는 우리나라 1000대 기업 안에 들어가는 우량기업이다. 2016년엔 매출 7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들어 2016년 동기 대비 12% 떨어졌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5000원대를 웃돌던 주가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미끄러졌다. 이후 지금까지 4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 기업에 떨어진 폭탄은 제품의 유해성 논란이었다.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 ‘릴리안’을 사용한 뒤 “생리가 멈췄다” “없던 생리통이 생겼다” 등 이상을 겪었다는 글이 2016년 말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해 3월22일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였다. 

 

2017년 8월28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고객센터에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생리대 '릴리안'에 대한 환불 조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깨끗한나라 뒤흔든 ‘릴리안 사태’

 

시험을 이끈 사람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였다. 김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중인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등 11개 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을 조사했다. 그 결과 ‘F 팬티라이너’에서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다른 제품에 비해 최고 10배 가까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단 시험 대상인 ‘11개 제품’과 ‘F 팬티라이너’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다. “제발 F 팬티라이너가 뭔지 알려줘” 등 정체를 묻는 글이 빗발쳤다. 이 와중에 문제의 제품이 릴리안이란 의혹이 짙어져갔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8월9일 온라인상의 후기를 모아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출혈량이 줄고 생리통·생리불순이 생겼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고 전했다. 

 

의혹이 커지자 이틀 뒤인 8월11일 깨끗한나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릴리안 제품의 전 성분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의약외품인 생리대에 대해 당시 제조사는 전 성분을 표시할 의무가 없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그해 8월19일 김만구 교수의 말을 빌려 “(2017년 3월 생리대 시험) 당시 VOC가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라고 보도했다. F 팬티라이너가 릴리안이란 사실이 공식화된 순간이었다.  

 

 

논란의 서막…강원대 교수 “릴리안의 VOC 검출량 최대”

 

이후 릴리안에 대한 공동소송 움직임이 일었다. 앞서 여성환경연대는 8월17일 성명을 내고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와 관리규제 방안을 요구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이에 호응했다. 나중에는 조사 대상을 국내에서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와 팬티라이너로 넓혔다.

 

깨끗한나라도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회사는 8월21일 “식약처의 조사를 적극 수용한다”며 “우리는 릴리안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정부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또 8월23일엔 릴리안 제품에 대해 환불 조치를 내렸고, 다음날엔 판매·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식약처는 지난해 9월28일 생리대·팬티라이너의 유해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전체 VOC 84종 가운데 벤젠과 톨루엔 등 10종의 검출량이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논란은 이어졌다. 

 

2017년 10월17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리대 생산업체 임원인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이사(왼쪽)와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가 증인석에 자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식약처, “VOC 10종 검출량 유해하지 않은 수준”

 

한국일보는 “일부 VOC만 대상으로 이뤄진 1차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가 성급하게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김만구 교수가 식약처의 실험방법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반면 “릴리안만 문제로 모는 건 부당하다” “여성환경연대가 유한킴벌리에게 오랫동안 후원받았다” 등 깨끗한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8일, 식약처는 생리대·팬티라이너 2차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1차 때 조사하지 않은 클로로벤젠·아세톤 등 나머지 VOC 74종에 대한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검출량이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전은 없었다. 

 

 

“나머지 VOC 74종 검출량도 안전” 발표에도 여전히 “성급한 발표”

 

논란은 일단락됐을까. 여성환경연대는 여전히 “이번 식약처 조사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부작용과 경험보다 화학물질의 위해 평가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부족하고 성급한 발표”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12월29일 생리대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진 소비자와 전문가의 입장을 실었다. 올 1월22일엔 소비자 5300여 명이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2차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그리고 1월24일, 깨끗한나라는 “국제인증전문기관인 스위스 SGS사에서 자사의 생리대 제품에 대한 위해 실험을 한 결과,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식약처가 조사한 VOC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과 중금속도 대상으로 삼았다. SGS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전 세계에 2000여 곳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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