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비통함에 잠긴 밀양…곳곳서 애통한 사연
  • 경남 밀양=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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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밀양합동분향소 방문…“참담하고 가슴 아프다”

화재 참사 이틀째인 1월27일 하루 내내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앞 왕복 1차선 도로 2km 구간에는 취재진과 소방‧경찰차량만이 분주히 오갈 뿐이었다. 을씨년스런 화재 현장 분위기는 혹독한 추위와 맞물려 밀양시 전역으로 퍼지며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웃음마저 앗아간 듯했다.   

세종병원 인근에서 문구점을 하고 있는 권아무개씨(54)씨는 “인구 11만명 남짓의 소도시인 밀양에서 37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은 지금껏 상상할 수 없는 큰 충격이라 영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27일 오전 삼문동실내체유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밀양도심 곳곳에는 밀양시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추모 현수막이 잇따라 내걸렸고, 밀양시청 출입구에도 추모 대형 현수막이 설치됐다. 이처럼 희생자들을 기리는 애도의 물결로 거리에서나 식당 등지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전용열차를 이용해 밀양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11시께 삼문동실내체유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양했다. 무거운 표정을 하고 분향소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희생자 37명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유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일부 유가족은 문 대통령 앞에서 오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유족들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


문 대통령은 분향소를 찾은 밀양시민들을 위로한 뒤 박일호 밀양시장의 손을 잡고 “유족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라”고 했고, 박 시장은 “국가를 믿고 유족들에게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세종병원 사고현장으로 이동하면서 화재 초기 소방관들의 대응을 긍정 평가하고 노고를 치하했다.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밀양소방서 최만우 서장의 브리핑을 들은 뒤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또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오전 10시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일호 밀양시장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한 40대 유가족은 “장례식장이 부족해 어머니 빈소도 마련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었는지 알긴 하느냐”며 “사고 현장이나 한 번 더 둘러보라”고 항의하며 오열했다. 

 

김 장관은 갑작스러운 참사로 장례식장이 부족한 것에 대해 장소 마련 등 장례절차 지원을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오전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양하고 유가족을 만나 위로한 것을 비롯해 정치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

 

 

합동분향소에 전국 밀양향우회 조문 물결 이어져


앞서 밀양시는 이날 밀양문화체육회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오전 9시부터 조문을 받았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밀양문화체육회관은 총 1000명의 수용이 가능한 곳이다. 현재 밀양시청 직원, 자원봉사자, 장례업체 직원 등이 상주하고 있다. 시청은 980명의 전직원이 대기 중이다. 합동분향소 정식 개소시간인 오전 9시께 유족이 찾았지만, 오전 10시부터 정치인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어 지고 있다.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유족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기도 했다.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엔 밀양시와 한국전력, 여성 의용소방대원, 밀양향토청년회 등 지역 봉사단체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분향소 안내와 밥차 운영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밀양향토청년회 박진희 회장은 “밀양에서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충격에 휩싸인 시민들과 함께 아픔을 같이 하기위해 회원들과 나섰다”고 전했다.

전국의 향우회의 조문 발길도 이어졌다. 재부밀양향우회 현영희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은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한 후 위로물품을 전달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현 회장은 “고향 밀양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일러난 것에 비통한 심정”이라면서 “밀양인이 하나 돼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오는 1월31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유족들과 아픔을 같이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이 박일호 밀양시장으로부터 참사 수습 대책을 보고 받고 있다. ⓒ밀양시 제공


한 마을 이웃 60·80대 2명 희생​…곳곳서 애통한 사연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37명, 부상자는 151명이다. 부상자 중 중상자는 9명이며 2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나머지 142명은 경상자다. 부상자 151명은 갤러리병원(25명)과 굿모닝병원(25명), 밀양윤병원(25명), 숲속요양병원(12명) 등 총 29개소에 입원해 있다. 중상자 중 2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피해자 수습을 위해 영남권에서 경찰·소방 등 인력 822명이 현지에 투입됐다. 범정부통합지원본부와 밀양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밀양시청에 실무반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유가족들은 1대1로 지원 전담공무원이 지정된다. 공무원들은 장례절차, 분향소 운영 등을 협의하고 관련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상자 치료 역시 전담공무원이 치료비와 심리 회복을 지원한다. 

밀양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유족들과 친지, 이웃들이 찾아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애통한 사연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밀양시 무안면의 한 마을에 살던 석아무개씨(83‧여)와 박아무개씨(61)가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이웃들은 “퇴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변을 당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밀양 세종병원에서 책임 간호사로 일했던 김아무개 씨(49)의 빈소에는 김씨의 노모가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김씨는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남동생 김아무개씨(47)는 “누나가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3년 전쯤 간호사 시험을 합격했다”며 “누나가 불이 날 당시 환자들을 챙기다가 변을 당했다는 말을 병원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말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옆 빈소의 박아무개씨(93·여)는 사고가 난 바로 이날 오후에 퇴원하기로 돼 있던 터라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한편 화재 참사가 발생한 세종병원은 화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어서 건물소유주가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이 사상자에게 지급된다. 세종병원은 AIG손해보험의 보험에 가입된 상태다. 해당 보험은 화재로 인한 손실을 보장하는 주계약과 화재 등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보상하는 신체손해배상책임특약 등으로 구성됐다. 사망자에게는 1인당 8000만원, 부상은 상해급수별로 1인당 최대 1500만원(1급 1500만원∼24급 2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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