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압수수색이야"…완주군, 잇단 비리 사건에 민심 '술렁'
  • 전북 완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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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일만에 두 번이나 압수수색 당해…'비리 지자체' 오명 파장

 

전북 완주군이 각종 비리에 휘말리면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불과 10여일 간격으로 공무원 채용 비리와 공사수주 비리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로부터 잇따라 압수수색을 당해 '비리 지자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완주군내 오염처리시설 공사수주 관련 비리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완주군과 의회는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직(무기계약직)인 환경미화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으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전북 완주군청 전경 ⓒ 완주군 제공


검찰, 오염처리시설 공사 '검은 돈 포착'…돈 일부,郡에 유입 여부 수사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명수)는 1월16일 완주군 산업단지 내 비점오염원 저감시설 공사와 관련, 공사를 수주하게 해주겠다며 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브로커 김아무개씨(53)를 변호사법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광주의 A업체로부터 공사수주 대가로 3억5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업체는 완주 산단의 도로나 주차장 등 노면의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걸러주는 21억원 상당의 비점오염원 저감시설 공사업체로 선정됐다. 완주군은 지난 2014년 이 업체가 제안한 공법을 선정했고, 지난해 초 시설이 준공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전달된 돈의 일부가 완주군청으로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조사에서 받은 돈 중 수억원을 완주군 다른 브로커 B씨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가 이 돈을 완주군청을 상대로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자취를 감췄고, 검찰은 B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공소시한이 다돼 기소한 것이며, 현재 B씨를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어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완주판 음서제' 기초의원 아들 채용비리 압수수색

 

최근 강원랜드와 금융권 등에서 '현대판 음서제(蔭敍制)' 논란으로 채용비리의 심각성이 노출되면서 정부는 최근 채용비리 근절을 선언했다. 그러나 비슷한 기간 전북 도내에서도 '완주판' 군의원의 아들 채용비리 의혹이 일었다. 경찰은 지난 1월7일 완주군의회와 군청을 압수수색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완주군의회 L의원 사무실과 군청 인사부서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L의원은 2015년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이 선발되도록 군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L의원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한 채용 관련 서류 등을 분석 중이다. L의원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은 다음날 군의회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6월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찰은 완주군의회 L의원의 아들과 며느리, 제부 등이 완주군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자격요건 등이 미달됐는데도 1등으로 합격하는 등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특히 L의원 여동생 남편도 공무직 환경미화원, 며느리마저 군청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L의원의 7년간 의정기간 가족 3명이 완주군 공무원에 채용됐다. 2011년에 며느리가 기간제 공무원으로 채용됐고, 2013년에는 제부가 환경미화원으로 최종 합격하는 등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관급공사를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자괴감과 동시에 지방권력의 횡포에 지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비리 지자체'로 낙인 찍혀 군민들의 자존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완주군은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에도 군이 발주한 관급공사(조경)를 특정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의혹으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주민들 "지방권력 민낯 부끄럽다"…지역 민심 '흉흉'

 

완주군 주민 김아무개씨(52·봉동읍)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정치인들이 연관된 권력형 채용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강원랜드와 흡사한 것 아니냐"며 "가뜩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 현대판 음서제니, 금수저·​흙수저니 하는 이야기가 나와 상대적 박탈감이 높은 상황인데 망신스럽다"고 말했다. 

 

완주군청이 있는 용진읍에 사는 주민 박아무개씨(48)도 "요즘 우리 지역의 비리사건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고 지방권력의 민낯을 보고는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 "지역의 중심이 돼야 할 조직인 군의회와 군청이 이 모양이니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군청 내 각 부서 사무실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한 직원은 "가급적 회식 등 외출을 자제하고 삼삼오오 모이더라도 말을 아끼게 된다"며 "관공서에서 비리 사건이 터졌으니 주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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