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 사고 9일 전, '표충비'가 땀 흘렸다
  • 경남 밀양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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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 밀양시장, “그 땀이 이렇듯 큰 아픔을 예고한 것인 줄 몰랐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치료를 받던 80대 중상자 1명이 1월29일 추가로 사망해 총 사망자가 39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땀을 흘린다는 밀양시 무안면의 표충비(表忠碑)에 이른바 '한비'(汗碑)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29일 사고현장인 세종병원 옆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참사 9일 전) 지난 1월17일 표충비가 땀을 흘렸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 땀이 이렇듯 큰 아픔으로 연결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 모두가 우리 친구·이웃이면서 아버님·어머님이다. 밀양시 전체가 슬픔에 젖어 있다”면서 “작은 도시가 슬픔을 이겨내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이 1월29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 옆 농협 2층에서 화재 참사 종합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 밀양시 제공

 

표충비는 지난 1월16일 오후 5시부터 17일 저녁 늦게까지 땀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땀의 양은 집계되지 않았다. 표충비를 관리하고 있는 홍제사의 한 관계자는 “표충비는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땀을 흘렸는데, 이번에 흘린 땀이 참사와 연결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밀양시 무안면 무안초등학교 옆에 있는 표충비는 경남유형문화재 15호로 지정된 비석으로 일명 '사명대사비'라고도 한다. 임진왜란 때 국난 극복에 앞장선 사명당 송운대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영조 18년(1742년)에 세워졌다. 이 비가 유명해진 것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비석면에 물방울이 맺히기 때문이다. 마치 땀방울이 맺히는 것 같다고 해서 '땀 흘리는 표충비'로 유명해졌다. 

 

밀양 시민들은 나라를 근심하는 사명대사의 영검이라 하여 신성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1894년 갑오동란 7일 전 3말 1되(약 56ℓ)를 흘린 것을 비롯해, 1945년 8·15광복 3일 전, 1950년 6·25전쟁 2일 전에 각각 3말 8되(약 68ℓ)를 분출했다고 한다. 1961년 5·16 쿠데타 5일 전 5말 7되(약 102ℓ)의 땀을 흘렸다는 기록이 있다.



합동분향소 5700여 명 조문…장례 31일 마무리 될 듯

밀양시는 정부로부터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긴급 지원받는다. 이번 특별교부세는 화재 잔해물 처리와 화재현장 주변 안전대책 추진 등 화재 피해현장 조기 수습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밀양시는 또 유가족에 대한 임시거주시설을 LH공사로부터 임대 원룸 37채를 지원받아 현재 4가족에게 6채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화재 관련 유가족 심리 안정을 위해 15명이 상담중이며, 15명을 추가 배치해 밀착 상담에 나선다고 밀양시는 전했다. 이밖에 장례비 등을 지원하는 한편 시내 화장시설은 무료로 이용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15명의 장례도 이날 치러진다. 앞선 지난 28일에는 희생자 7명의 장례가 진행됐다. 밀양시는 류아무개(91)씨를 비롯해 밀양시와 김해시, 부산시 등 장례식장 9곳에 안치됐던 희생자 15명에 대한 발인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지난 1월28일 밤에 숨진 김아무개(86)씨를 제외한 사망자 38명에 대한 장례절차는 오는 31일쯤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대형 현수막도 교체됐다. 유가족들이 ‘참사’라는 단어를 현수막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밀양시청은 이날 오전 10시43분께 합동분향소 제단 위 대형현수막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새로 교체했다.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27일부터 1월29일 오전 9시30분 기준 시민 5709명이 조문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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