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중견 게임업체들, ‘빅3’ 아성 넘본다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30 16:06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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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지·펄어비스·컴투스 등 글로벌 시장서 약진…전문가들 “무분별한 확장은 경계해야”

 

최근 중견 게임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과 대형 게임사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시도를 바탕으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과 비교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지난해 전 세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는 펍지주식회사(펍지)가 개발한 게임이다. 펍지는 중견 게임사인 블루홀의 자회사다.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지역에서 최대 100명의 게이머가 서로 싸우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이다. 기존 FPS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로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펍지주식회사와 펄어비스, 컴투스 등 중견 게임사들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배틀그라운드 동접자 200만 명 돌파

 

국내 출시에 앞서 미국 스팀(Steam) 플랫폼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 스팀 역사상 최초로 동시접속자 수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동시접속자 수는 3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유료 게임이라는 약점에도 불구,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여러 무료 게임들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판매량도 이미 3000만 장을 넘어섰다.

 

배틀그라운드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창한 펍지 대표는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해 총 6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PC 온라인게임이 모바일게임을 제치고 게임대상을 받은 것은 4년 만이다. 흥행은 물론 높은 게임성까지 인정받은 셈이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침체돼 있던 국내 PC 온라인게임 시장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모바일 위주로 재편된 게임 시장에서 PC 온라인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견 게임사의 참신한 시도가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파격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중견 게임사들은 어느 정도 개발환경이 조성돼 있는 상황 속에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견 게임사 펄어비스가 개발한 온라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검은사막’ 역시 국내는 물론 북미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펄어비스는 ‘릴 온라인’ ‘R2’ ‘C9’ 등을 만들어 유명해진 스타개발자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0년 설립한 게임사다. 펄어비스의 첫 작품인 검은사막은 2014년 12월 국내에 출시됐다. 검은사막은 한국 출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본·러시아·북미·유럽·대만 등 10개 권역 150여 개 국가에서 12종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하드코어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는 북미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북미·유럽 지역에서는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넘겼으며, 북미 최대 게임 사이트 MMORPG.com에서는 2016년, 2017년 연속으로 최고의 MMORPG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2015년 매출 217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에서 2016년 매출 622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매출 6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이러한 흥행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공모가 10만3000원으로 출발한 펄어비스 주가는 현재 25만원(1월24일 기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은 최근 CEO스코어가 발표한 주식부호 순위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검은사막은 올해 PC뿐 아니라 모바일, 콘솔로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중견 게임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아시아권에선 큰 인기를 끈 반면 미국·유럽 등 서양권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산 모바일게임의 무덤이라 불렸던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이 있다. 바로 컴투스의 모바일 RPG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다. 서머너즈 워는 지난 2014년 4월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출시 3년 만에 국내 모바일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지난해 7월 기준 8000만 건을 돌파했다.

 

서머너즈 워는 기획 초기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글로벌 원빌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출시 이후 세계 59개국에서 게임 매출 1위, 총 125개국에서 매출 톱10에 오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국산 모바일게임의 무덤이라 불리는 북미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국산 게임이기도 하다. 서머너즈 워는 미국에서 톱5의 성과를 기록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김창한 펍지 대표는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대형사에서 보기 힘든 파격으로 승부수

 

업계에서는 중견 게임사들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넥슨·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최근 흥행에 성공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PC 온라인게임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컴투스 역시 대형 게임사들을 제치고 모바일게임으로 북미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공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공에 도취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중견 게임사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먼저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회사 역량에 맞춰 차기작 개발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실제로 앞서 성공을 경험한 몇몇 중견 게임사들의 경우 무리한 확장으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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