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 나서는 이종혁 "서병수는 '필패 카드'"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1.31 14: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6·13 지방선거 부산시장 출마 선언한 한국당 이종혁 전 최고위원

"지게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구도 아래에서 안주해 온 구태 정치인들이 부산을 위기의 도시로 전락시켰다.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여권 후보를 꺽을 수 있다."

 

이종혁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은 차기 부산시장 후보 공천 경쟁자인 서병수 시장에 대해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무난히 질 수 밖에 없는 '필패 카드'"라고 단정했다. 현재의 인지도에 의존할 뿐 '표 확장력'이 없어 본선 경쟁력이 있는 자신이 후보로 나서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홍준표 대표와 서병수 시장이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당시 '전략 공천' 인물로 부상했던 이 전 최고위원은 "공정한 공천 경쟁을 원한다"며 지난 1월4일 공식적으로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홍 대표와 서 시장의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누그러졌다. 최근에는 서 시장의 전략 공천설마저 나온다. 

 

홍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이 전 최고위원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그는 "정치는 수가 만수다. (홍 대표는) 정치적 수가 높은 분이니 원려(遠慮·멀리 내다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기적인 정책발표회와 함께 오는 2월4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을 1월30일 서면에 있는 선거 사무실을 찾아 그의 선거 구상을 들어봤다.

 

서면 선거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종혁 전 최고위원. ⓒ 정하균 기자


  

정책 발표 제목이 '두근두근 미래 부산'이다. 직접 작명했나. 


"부산이 지금까지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은 경제성장의 솥단지를 걸 줄 아는, 부산 경제를 부흥시키는 안목을 가진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기 시장은 경제전략을 강하게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이 지금 필요하다. 천리를 달리는 준마(駿馬)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직접 이름을 그렇게 했다. 정책 경쟁으로 선거를 이끌어가는 게 시장 후보의 도리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책 발표회를 매주 2회 가량 공천 경쟁 때까지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1월4일 선거출마 회견에서 이미 '8대 선거 공약'을 제시했다. 동부산권 3차 서비스산업과 서부산권 4차 산업 중심의 양 날개에다 몸통에 해당하는 문현동 금융단지를 국제금융 중심으로 이끌겠다는 '갈매기형 산업혁명'이 주축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데 실현 가능성 있나.


"지난 정부 때 김해신공항으로 결론났지만, 이는 24시간 허브국제관문공항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은 정치적 타협의 잘못된 결정이다. 정치가 현상만을 바라보면 안된다. 김해신공항을 고집하는 건 차려놓은 밥상만 바라보는 리더의 생각이다. 여당에 몸담고 있는 김경수·박재호 의원도 김해신공항의 활주로 확장에 따른 안전 문제와 소음, 공사비 등을 감안해 현 정부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고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변화시켜야 후손들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인정할 것이다."

 

서병수 시장은 지난해 말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자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부 정치권의 김해신공항 흔들기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얄팍한 정치적 술수"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서 시장을 '로봇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깎아내렸다. 

 

 

서 시장 지지율이 답보상태인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서 시장은 치열한 삶과 행위에 대한 고민이 없는 웰빙 정치인이다. 명문학교를 거쳐 부모의 풍족한 재산을 물려받은 뒤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되던 그런 시절의 구태 정치인이다. 안일한 정치 생태계에서 위기관리나 경제 도약을 위한 철학을 갖고 전략을 추진할 실천력이 원래부터 부재한 인물이다. 부산시민의 평가는 끝났다고 본다. 서 시장이 후보되면 현재의 여론조사(20%대 지지율)대로 무난히 지게된다. 도약을 위한 구체적 방안과 추진력을 갖춘 확고한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1월28일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지지세력인 한길산악회 회원들과 사하구 다대포 갈맷길에서 환경정화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 이종혁 선거 사무실 제공

 

 

여권 후보 가운데 어떤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나.


"민주당 후보 경쟁이 더욱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것같다. (전쟁에 나서는) 장수는 상대 진영의 장수가 누군지 따지지 않는 법이다. 한국당에서 본선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게 중요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처음에는 지지율이 낮았지만,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발가벗고 붙으면 상대 진영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승리할 수 있다."

 

  

'경제 솥단지'를 강조하지만, 경제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서석재 전 의원을 보좌하며 10여년 동안 국회 상공자원위원회에서 경제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그 이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 지식에다 신기술 산업의 인큐베이터 컨설팅 경험을 체득해, 10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는 것보다 더 뛰어난 경제감각을 지녔다고 자신한다. 18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2010~11년 예산결산위원회 계수 조정위원으로 2년 연속으로 예산 편성에 직접 관여했다. 초선으로서 2년 연속 예결위원으로 뽑힌 것은 국회에서 지금까지도 기록이다. 그만큼 경제분야에도 자신이 있다는 거다."

 

이 전 최고위원은 동아대 법대를 다니며 이른바 운동권으로 활동하면서 졸업 직전인 1985년 초 같은 대학 선배인 서석재 전 의원의 권유로 정치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1986년 YS와 DJ가 손잡고 출범시킨 신한민주당에 몸담고 정치를 본격 배우기 시작,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부산진구 을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지만 이후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홍(親洪)'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는데.

 

"이른바 '친박 감별사'에 의해 19대 이후 늘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홍'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홍준표 대표와는 지난 2008년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에 부대표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2010년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그런 평가를 받아왔다. 홍 대표는 존경하는 분이지만, '정치적 보스'로 늘 내 마음 속에 모시고 있는 분은 서석재 선배다. YS는 정치적 보스라기 보다 '정치적 전설'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공정한 경선을 할 경우 자신이 본선에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생각하는 공정한 경선방식은 TV 정책토론과 당원들을 상대로 한 정견발표를 거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선과정에서 박민식 전 의원과 막판 단일화 여지를 물었다.

 

"박민식 전 의원은 아끼는 정치 후배지만, 지난번 총선에서 약체 민주당 후보에 패배하고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에서도 탈락해 현재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정치적 보강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2014년 부산시장 당내 경선에서 박 전 의원을 적극 밀었다. 이번에는 박 전 의원이 나를 도와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1985년 2월 대학졸업식때 서석재 전 의원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이종혁 한국당 전 최고위원은…

 

1956년 대구에서 9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이 전 최고위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군무원이던 부친을 따라 가족 모두 부산으로 이사한 뒤 부산중앙중학교와 동성고, 동아대 법대를 졸업했다. 슬하에는 김윤혜 여사 사이에 1남1녀를 뒀다. 이 전 최고위원의 좌우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항일투사 11명과 함께 넷째 손가락(무명지) 첫 관절을 잘라 '대한독립'을 다짐하는 단지동맹(斷指同盟)의 맹약이다. 조국의 대한독립과 죽을 때까지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동아대 4년때 민주화선거혁명추진대학연합 대표를 맡고 있을 당시 서석재 전 의원의 권유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08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부산진구을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한 뒤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와 인연을 맺어 2016년 6월부터 1년 가까이 홍 도지사 시절 정무특보로 활동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홍 지사가 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뒤 당 최고위원으로 뽑혔으나 5개월 만에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자진 하차했다.  ​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