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 쉬운 초기 치매…기억력 떨어질 때 의심해야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2 13:08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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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라도 뇌세포는 이미 많이 약해져 있다”

77세 H여사는 5년 전부터 건망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으며, 2년 전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길을 잃는 등의 증상이 심해져 다른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약 1년간 약을 복용해 왔지만 기억력이 더 떨어지고 쉽게 피곤하며 사고와 행동이 조금씩 느려지고 혼자서 다니기 힘들게 됐다.

 

치매 바로 전 단계를 객관적 경도인지장애라 한다. 똑똑하던 사람의 총기가 많이 나빠지거나 주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대체로 3년 이내에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는 증상만으로 뚜렷한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또 뇌 기능도 여러 조건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어떤 날은 분명한 치매 같고 어떤 날은 아주 멀쩡해 보인다.

 

치매 초기의 증상은 기억력 장애를 바탕으로 언어 장애나 수행능력 장애가 겹치면서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주부는 가사 활동)을 원만하게 하기 힘들어지는 상태가 된다. 즉 기술적인 영역의 생활이 지장을 받게 되고, 중기로 진행되면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힘들어지고, 말기가 되면 대소변을 가리거나 식사를 하는 등 기초적인 생활 능력도 어려워진다.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주로 최근 기억이 떨어지면서 오는 증상과 언어 장애, 수행능력 장애와 성격이 바뀌고 기분이 바뀌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최근에 경험한 일이나 새로운 정보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7 중구 어르신 한마당’ 행사를 찾은 어르신들이 치매예방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성격이 바뀌고 기분이 자주 변하는 증상도 나타나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찾지 못해 도둑맞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화를 내거나, 대화에 필요한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거나, 해야 할 말을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또 수리경제 개념이 떨어져 경제 행위가 서툴러진다. 시간에 대한 지남력이 빨리 떨어지고, 공간에 대한 지남력이 조금 늦게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시간에 대한 지남력은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간 지남력이 떨어져 길을 잃으면 큰 문제가 되면서 가족이 치매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공간에 대한 인식 능력이 떨어져 잘 넘어지거나 운전이 서툴러지기도 한다. 늘 해 오던 익숙한 일조차 제대로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판단력이 떨어지고 결정을 잘 하지 못해 미적거리기도 한다. 추상적인 생각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떨어지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마무리도 힘들어 한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이 힘들어지고, 기분이 변해 우울해하거나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이런 치매 초기 증상들은 강도는 약하지만 경도인지장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비록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도 이미 뇌세포는 많이 약해져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보다도 이런 뇌세포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H여사가 5년 전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벌써 뇌세포는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때부터 적극적인 뇌세포 재활 치료를 시작했어야 했다.

 

때를 놓치고 치매로 진행되고 난 뒤 기존 치료와 뇌세포 재활 치료를 병행했지만, 그 이전에 시작한 것만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도인지장애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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