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위대한 신호…평창,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것들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6 15:42
  • 호수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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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맨땅에 헤딩’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국내에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봅슬레이 종목에 맨 처음 도전한 선수들에게도 그것은 ‘맨땅에 몸 던지기’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제대로 된 연습장이 없어 아스팔트길에 직접 만든 썰매를 들고 나가 훈련했고, 썰매가 없을 때는 외국 팀이 쓰다가 버린 것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잦은 부상에도 좌절하지 않고 맨땅에 온몸을 던지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마침내 기적 같은 결실들을 이뤄낸 그들은 이제 다시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땅을 향해 길을 나선다.

 

올림픽은 우리나라 봅슬레이 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계 스포츠인들이 열망하는 꿈의 무대다. 많은 선수들이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지난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스스로를 냉혹하게 채찍질하며 훈련에 매진해 왔다. 그런 그들에게 또는 그들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평창’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꿈과 희망의 땅이 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인생 최대의 승부처가 되고 축제가 될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룰도 없고 심판도 없는 공방전에 빠져들어 온 나라가 들썩였다. 남북단일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고, 급기야 남북 합의에 따라 개최하기로 했던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은 북측의 일방적 약속 파기로 무산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2월5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IOC총회 개회식 환영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물론 평창올림픽이, 오랫동안 긴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갖가지 스포츠 교류 행사가 갈등을 빚어오던 국가 사이에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대화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우리는 봐왔다.

 

하지만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느냐도 중요하다. 대화를 갖는 것 자체에 집착해 마땅히 더 헤아려야 할 것들까지 놓쳐버리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지금의 대화가 앞으로 계속될 모든 대화의 ‘표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그동안 몇 차례의 스포츠 교류 행사가 있었음에도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알맹이 없는 낙관적 메시지만으로는 결코 이해시킬 수 없다.

 

평창과 관련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사항은 또 있다. 올림픽이 남북한을 뛰어넘어 전 세계 인류가 함께하는 거대한 축제의 마당이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동안 온 나라를 헤집어놓았고 현재도 잠복 중인 여러 논란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세계의 축제를 세계의 축제답게 맞이하는 것이다. 얄팍한 계산으로 물을 덜 주거나, 혹은 지나친 정성으로 물을 너무 많이 줘 올림픽이라는 스포츠의 큰 꽃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상하게 해선 안 된다.

 

최근 한국에 온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관련해 “올림픽 정신이 한국과 세계로 뻗어가는 또 다른 위대한 신호”라는 말을 했다. 인종과 종교, 이념을 초월해 세계 평화를 위해 인류가 함께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잘 살려 성공적으로 올림픽대회를 치러내는 일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얼마나 중심이 잘 서 있는 나라이고 우리가 갈망하는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위대한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4년간 오직 평창올림픽만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참가 선수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평창까지 남은 기간 이제 겨우 일주일여, 지금 우리들 마음에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로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끌어모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묻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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