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인근의 ‘청소년 전용 클럽’,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 박소정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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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음주․흡연 빼면 성인클럽과 차이 없어

2월3일 토요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 사람들 100여 명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기온은 영하 9도.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사람들은 줄을 떠나지 않았다. 얼굴은 한눈에 봐도 앳돼보였다. 모두 10대 청소년이다. 이들이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곳은 청소년 전용 클럽이다.

 

이곳은 1월26일 문을 열었다. 대외적인 설립 목표는 ‘건전한 문화를 선도하는 청소년 메이저 클럽’이다. SNS에선 환영과 조롱이 뒤섞였다. “늦은 시간에 어차피 놀 애들인데 저렇게 안전하고 건전한 데가 또 어디 있나”라는 반응도 있고, “환타 6바틀 시켜서 테이블 잡고 놀고 싶다” “저희 테이블에서 콜라 한 잔 하실래요?” 등의 댓글도 있었다. 

 

청소년 전용 클럽은 과연 어떤 곳일까. 원칙상 성인이 직접 알아보긴 힘들다. 불미스런 사고를 막기 위해 성인들은 입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출입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주변 취재에 나선 기자는 직접 클럽 입장을 시도해봤다.  

 

입장을 기다리는 청소년들 사이에 어색하게 끼었다. 줄은 성별에 따라 나뉘어져 있었다. 4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건물 입구에 닿았다. 뒤를 돌아보니 남학생 줄이 더 길게 늘어져 있었다. 여학생보다 훨씬 오래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청소년 전용 클럽에서 청소년들이 춤을 추고 있다. © 사진= 박소정 인턴기자



신분 확인 허술해 성인도 어렵지 않게 출입  

 

클럽에 입장 가능한 사람은 현재 나이로 중‧고등학생인 1999년~2005년생들이다. 신분은 학생증과 여권, 청소년증 등으로 확인한다. 정말 신분 확인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20대 중반인 기자가 고등학생인 지인의 학생증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러자 클럽 관리자는 의심 없이 기자를 통과시켰다. 성인도 학생증만 갖고 있다면 청소년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클럽 등 유흥업소에 입장할 수 있는 하한 연령은 있어도 상한 연령은 없기 때문에, 성인이 청소년 클럽에 들어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담배 검문이 이어졌다. 여성 직원은 여학생을, 남성 직원은 남학생을 맡았다. 직원들은 옷뿐만 아니라 모자 속과 가방까지 꼼꼼히 수색했다. 갑자기 한 직원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담배나 라이터 걸리면 입장 못합니다.” 

 

2월3일 저녁 8시,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홍대의 한 청소년 전용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사진= 박소정 인턴기자

 

“하루에 압수하는 담배만 30갑 이상”

 

기자가 검사를 받는 동안 남학생 한 명이 직원에 의해 끌려나왔다. 클럽 안에서 담배를 갖고 있다가 걸린 모양이었다. 클럽 관계자는 “하루에 압수하는 담배만 30갑 이상”이라고 했다.

 

담배 검문을 통과하고도 약 20분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춤을 추는 스테이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입구 밖에서부터 기다린 시간을 고려하면 꼬박 1시간이 걸린 셈이다. 입장료는 5000원이다. 

 

스테이지는 청소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어두운 실내에 조명이 쉴 새 없이 번쩍거렸다. 귀가 터질 듯 최신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쿵쾅댔다. 청소년들의 복장은 다양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롱패딩부터 교복, 그리고 노출이 있는 옷까지. 

 

이들은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 몸을 움직였다. 분위기를 띄우려 사방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청소년도 있었다. 음악이 절정에 달하자 냅킨을 흩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리를 질렀다. 봉을 잡고 허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청소년도 있었다. 

 

이곳은 술 대신 음료수를 판다. SNS에서 이름만 ‘주대표(술값이 적힌 표)’라고 적혀 있는 클럽의 메뉴판에 따르면, 음료수 한 잔은 3000~5000원이다. 콜라 6병 세트와 10병 세트는 각각 2만8000원, 4만원이다. 냅킨 뭉치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한 박스에 1만원이다.

 

 

흥을 돋우기 위해 음악에 맞춰 던진 냅킨들이 바닥에 널려 있다. © 사진= 박소정 인턴기자




“혼자 오셨어요?”… 자연스러운 대화와 스킨십

 

클럽에선 자연스러운 만남도 이뤄지고 있었다.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모르는 사람과도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 또 어두워서 진한 스킨십을 해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클럽 안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이 올라온 적도 있다. 

 

기자 역시 클럽에 있는 동안 이성들끼리 몸을 만지거나, 이른바 ‘부비부비(몸을 밀착해 추는 춤)’를 하는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혼자 서있던 기자에게도 한 남학생이 다가와 귀에 대고 “혼자 오셨어요?” “학교가 어디에요?”라고 물었다. 그러더니 이내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다.

 

“몇 살이에요?” 기자가 되물었다. “열여덟 살, 고2. 그쪽은요?” 음악에 맞춰 춤추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어울리는 모습은 여느 성인 클럽과 다를 바 없었다. 음주와 흡연이 금지되는 것만 빼면 특히.

 

왜 하필 클럽일까. 고등학생인 최아무개군(19, 남)은 “스트레스를 풀러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고등학생 조아무개군(19, 남)도 “평소에 공부 때문에 짜증나는데 여기 와서 확 풀렸다”며 맞장구쳤다. 이어 “예전엔 PC방이나 노래방을 다녔는데 이제부턴 여기 올 거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청소년 전용 클럽을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탈선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클럽 안은 흡연 금지지만, 바깥에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클럽은 상가 근처에 있다. 이 때문에 환경과 소음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상인도 있었다. 상인 조아무개씨(35, 남)는 “여기 담배꽁초 수북하게 쌓인 거 보라. 원래 이런 곳이 아니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상인 강아무개씨(52, 여)는 클럽이 생긴 뒤 주변의 변화에 관해 “쓰레기도 많고 시끄럽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연신 “짜증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밤 10시되면 청소년 전용 클럽은 끝나

 

클럽에 있다 보니 어느덧 밤 10시가 됐다. 그러자 클럽 내부가 환해졌고 음악도 멈췄다. 이 시각은 PC방이나 노래방 등 청소년 출입가능업소의 청소년 이용이 제한되는 때다. 사람들이 주섬주섬 겉옷과 소지품을 챙겨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간혹 10시가 넘어도 나가지 않는 청소년이 있다고 한다. 클럽 관계자는 “청소년 클럽은 11시가 되면 성인 클럽으로 바뀐다”면서 “성인 클럽에서 놀려고 화장실 등에 숨어있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관리자 20여명이 단상 위에 올라가 “친구들, 내일 또 봐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이들은 클럽 고객을 모으는 사람들로, 흔히 MD(merchandiser)라 불린다. 한 관계자는 “여기서 일하는 MD만 약 100명”이라고 말했다. 

 

밤 10시 30분. 거리엔 클럽에서 쏟아져 나온 청소년들로 가득했다. 얼굴엔 아쉬운 눈빛이 가득했다. “분위기 좋네”란 목소리도 들렸다. 클럽 주변의 학생 무리에서 이런 말도 들려왔다. “쟤 썸남(애정을 느끼는 상대남성)이랑 전화하고 담배 피우고 온대. 우리 술 마시러 갈래?” 청소년들이 개학 후 처음 맞는 ‘불토’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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