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 참사의 또다른 흔적…사망자 10여명 빈집 방치
  • 경남 밀양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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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독거노인 등 '사례관리' 피해자 유품정리…화재원인은 '전기합선'

4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조사중인 수사본부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2월12일 화재로 숨진 이아무개씨(78‧여)의 집에선 ‘조용한 의식’이 진행됐다.

이씨는 세종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다 지난 1월26일 병원 화재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씨의 집(밀양시 내이동)엔 이른 아침부터 내이동 행정복지센터(동장 김동우) 직원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민간위원장 곽병희) 회원 등 10명이 찾았다.

사례관리 대상이었던 이씨의 빈집은 그동안 방치된 터라 찬바람만 휑하니 지나가고 있었다. 이들은 이씨의 집 마당에서 “다시는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생기질 않길 바란다”라며 힘들게 살아간 이씨의 명복을 빌었다. 이들은 안방의 장롱과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을 정리하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김동우 동장은 “부양의무자도 없이 고인이 된 집안정리가 필요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듣고 사회보장협의체와 합심해 주거환경개선에 나섰다”면서 “앞으로도 민·관이 힘을 합쳐 취약계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곽병희 민간위원장은 “지난해 추석에 이 집을 찾아 청소를 했는데 허무하게 돌아 가셨다”면서 “이씨 처럼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이웃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화재사고로 이씨처럼 사례관리 대상은 아니지만, 숨지거나 치료 중인 피해자 중엔 고령으로 빈집으로 방치된 경우가 1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밀양시 각 읍‧면‧동은 자체인력과 자원봉사자 등의 지원을 받아 피해자 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나서고 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월12일 밀양경찰서에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사무장병원' 추가 수사…병원 관계자 11명 입건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본부장 진정무 경무관)는 이날 오전 밀양경찰서에서 열린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효성의료법인 이사장 손아무개(56)씨와 세종병원 총무과장이자 소방안전관리자인 김아무개(38)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업무상과실치사상ㆍ의료법 위반 혐의로 병원장 석아무개(54)씨, 행정이사 우아무개(59ㆍ여)씨, 밀양시 보건소 공무원 2명, 당직ㆍ진료를 대신하는 대진의사 3명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한수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수사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의료법인을 부당하게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 속칭 사무장 병원 정황이 포착돼 관련 수사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과밀 병상과 병원 증설 등으로 수익을 올린 반면 건축과 소방, 의료 등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부실하게 관리해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는 부분에 대해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화재 원인과 관련해서는 “탕비실 천장의 전등용과 콘센트 전원용 전기 배선 2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정밀 감식한 결과, 콘센트용 전기배선에서 전기합선이 발생, 최초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화재발생 시점은 수사본부가 폐쇄회로(CC)TV 분석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1월26일 오전 7시31분으로 확인했다. 이와 관련, 자가발전시설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밀양시 보건소 공무원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국립건강보험공단 감사팀을 지원받아 보험급여 등이 제대로 청구됐는지 여부와 함께 비의료인인 손씨가 의료재단을 인수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밀양시 내이동 행정복지센터 직원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 등 10명이 화재참사로 고인이 된 이아무개씨 집 청소를 하고 있다. ⓒ밀양시

 

 


보상 기준 논란, 72시간 이내 사망자 ‘화재사(死)’

경찰 수사와 별도로 희생자들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밀양시는 현재 사망·부상자에 대한 장례비·의료비·​보상비 지원 기준안을 마련해 유족 측과 본격 보상 협의에 들어갔다. 


화재 당일 사망자는 37명이었지만, 그 후 구조돼 치료 중이던 11명이 더 숨졌다. 부상자 145명 가운데 6명이 중증환자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도 있어 화재의 보상 지원 여부도 주목된다. 사망자·장례비·부상자 포함 여부에 따라 의료비·보험 등 보상 지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밀양시 관계자는 “사망자 중 직접 화재로 인한 사망과 간접적인 사인에 따라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추가 사망자를 어디까지 화재로 인한 사망자로 볼 것인가도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상태여서 사망자 분류와 보상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밀양시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72시간 이후 사망자 9명의 시신을 부검한 뒤 '화재사'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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