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평창 날씨에 애먹는 선수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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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영향 적은 빙상은 ‘신기록’, 강풍과 싸우는 설상은 ‘울상’

평창의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탓에 선수들이 애를 먹고 있다. 혹한과 강풍이 기승을 부리다가도, 때때로 기온이 영상으로 치솟는 등 변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혹한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AP통신 등 외신에서도 “평창은 역대 최고로 추운 동계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2월9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 예선에서 킹스버리 미카엘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사진=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기상이 선수 기력 좌우

 

실제 일부 설상 종목에서는 강추위와 칼바람 탓에 대회가 연기됐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알파인 스키 경기는 세 번이나 연기됐다. 2월14일 오전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강원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알파인 스키 여자 회전 경기는 16일로 연기됐다. 앞서 11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서 열릴 예정이던 남자 활강 경기와 12일 열릴 예정이던 여자 대회전 경기가 모두 15일로 미뤄졌다.

 

평창의 혹한은 선수들의 기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진행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는 강풍 탓에 선수들이 잇따라 넘어지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1차 시기에 출전한 25명 중 넘어지지 않고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선수는 5명뿐이었다. 일부 선수들은 아예 점프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올림픽에 8번 출전한 일본의 스키점프 선수 가사이 노리아키(46)는 “점프대 정상에서 바람의 소음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며 “이런 추위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15일에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다. 영상 2도까지 올라간 날씨 탓에 트랙의 얼음은 녹고 슬로프의 눈은 녹아 내렸다. 아시아 최초로 스켈레톤 종목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19)는 이날 “2차 레이스에서는 날씨의 영향이 컸다”며 “트랙이 햇빛을 쬐면서 얼음이 물러져 좀 더 빨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남자 알파인 스키 활강 종목에 출전한 김동우 선수(33)는 “눈이 녹아 기록이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김 선수는 1분47초99를 기록하며 48위로 경기를 마쳤다.

 

 

질 좋은 빙상에선 ‘신기록’ 열전

 

피겨 차준환이 2월9일 오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팀이벤트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사진=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한편 날씨 영향이 적은 빙상 종목 선수들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네이선 첸 선수(19)는 2월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점 204.34점을 훌쩍 뛰어넘는 215.08점을 받았다. 우리나라 선수 차준환(17) 역시 전날 쇼트(83.43)와 프리(165.16)를 합산한 총점 역시 248.59점을 기록, 개인 신기록(종전 242.45점)을 작성했다. 

 

앞서 2월11일에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경기에서 네덜란드 선수 스벤 크라머(32)가 6분9초76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날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가 81.06점을 받아 세계 신기록을 찍었다.

 

2월17일에도 빙상에서는 신기록 사냥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남녀 쇼트트랙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여자 1500m와 남자 1000m 종목에 동시에 출전한다. 여자 1500m는 예선전을 시작으로 결승까지 치러지고, 이미 예선을 치른 남자 1000m는 준준결승부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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