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 발목 잡는 스마트폰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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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거품에 대한 우려 잇달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 전 세계 매출 1위는 간신히 유지했지만, 중국 업체의 전방위 공격에 막혀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 Inc)’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하락한 4억800만대에 그쳤다. 가트너가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로 처음 판매량이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슬아슬하게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3.6%포인트 하락한 7402만6600대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2016년 4분기 17.8%에서 2017년 18.2%로 소폭 상승하며 2위를 차지한 애플(17.9%)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나면서 향후 어떤 역할을 할 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스마트폰 매출 1위 겨우 수성했지만, 앞으로는? 

 

하지만 중국 업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3위인 화웨이가 9.4%에서 10.8%로 점유율이 크게 증가하며 1위인 삼성과 2위 애플을 맹추격 중이다. 4위인 샤오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이 3.6%에서 6.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안술 굽타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화웨이와 샤오미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 대수와 분기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유일한 벤더”라며 “신흥 아시아태평양 시장과 미국 시장의 스마트폰 점유율 추이를 감안할 때 당분간 이들 업체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1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시장정보 기관인 IDC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2016년 34%에서 지난해 53%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로, 샤오미(25%)에게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특히 중국에서는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등 자국 기업에 밀리면서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톱10 모델 중 중국 업체 제품이 상위 8개 자리를 모두 휩쓸었다. 나머지 2개 제품 역시 애플로, 삼성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신흥 시장을 잡기 위해 현지 유통망을 재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MWC 2018)’에서는 차기 모델인 ‘갤럭시S9’과 ‘갤럭시S9+’를 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일련의 조치들이 일정 부분 삼성전자의 매출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삼성전자가 뿌리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IT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주요 먹거리 사업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 참가자들이 삼성전자의 차기 모델인 ‘갤럭시S9’과 ‘갤럭시S9 ’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부문 거품 꺼지면 삼성전자 뭘 먹고 사나”

 

지난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차명계좌 문제, 인수·합병(M&A) 등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이 자리에 없으면서 발생한 삼성그룹의 산적한 문제들이 현재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근 상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40조원, 영업이익은 5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성장이 삼성전자의 고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년 대비 52.6% 증가한 6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성적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24년 만에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가가 처음으로 200만원대를 돌파했다. 4월에는 시가총액이 ‘마의 300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높여 잡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11월3일 장중 한때 28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주가가 고점일 때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없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검찰에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아 수감 생활을 하고 있었다. 

 

2월27일 11시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239만30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번에도 우연일 수 있겠지만, 2월5일 이 부회장이 석방된 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9일에는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인 222만1000원을 장중 한때 찍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반도체 부문의 실적 거품이 꺼졌을 때도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고무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사상누각(built on sand)’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1위는 사상누각”이라며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능력이 확충되는 올해와 내년부터 낸드플래시나 D램의 가격이 하락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JY, 칩거 깨고 경영 조기 복귀 가능성도 대두

 

이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을 떠받칠 수 있는 곳이 인터넷·모바일(IM) 부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IM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5000억원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CE) 등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 중에서 유일하게 감소세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신규 수요가 줄면서 성장세 역시 둔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23일 오전 수원 본사에서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후 처음 열린 이사회였던 만큼 경영 복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지만, 이 부회장은 불참했다. 대신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교수 등이 사외이사에 추천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항소심이 끝난지 1개월도 안된데다, 아직 상고심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배후에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삼성전자가 처한 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이 회장이 칩거를 깨고 조기에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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