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논란, AI 시대엔 이조차도 “의미없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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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계 도입으로 줄어드는 일자리…“‘생산’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접근해야”

“우리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회사 정문과 서비스센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20세기의 그런 일상적인 장면들을 결코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책 《노동의 종말》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노동자 없는 경제로 가는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2월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 사진=연합뉴스



근로시간 단축 현실화…“임금 떨어지고 기업 부담 늘어날 것”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이 2월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곧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세기업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휴일에 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금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란 주장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기계가 이미 인력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전국 430개 매장 중 절반 가까운 곳(200개)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다. 롯데리아도 약 45%의 비율(1350개 중 610개)로 운영 중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AI 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조사’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국내 대체율을 41%로 예상했다. 2025년엔 70%다. 

 


현실에선 이미 기계와 AI가 일자리 대체하고 있어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봇의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꼽혔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 1만명 당 로봇 도입 대수는 7년째 세계 1위다. 그 수는 2016년 기준 631대로 세계 평균(74대)보다 8배 이상 많다. 세계변호사협회(IBA)는 지난해 4월 ‘AI와 로봇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매년 전 세계에서 팔리는 로봇의 80% 이상이 한국 등에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무인 마트 ‘아마존 고’가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된다. 아마존이 2016년 12월 오픈한 이곳에선 근로시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아예 계산원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진열된 상품을 집어 가게를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된다. 이젠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인간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셈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류는 다른 종류의 생산으로 눈 돌려야”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GDP 등 수치로 잡히는 생산은 모두 기계의 몫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인류는 다른 종류의 생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래 부르기나 그림 그리기 등 취미 활동이 생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생산의 개념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공공 연구기관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1월10일 발간지를 통해 “이제는 전통적인 생산성 보다는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나 가치를 찾는 것 등 인간의 삶을 통해 노동과 생산을 위한 기계와 기술을 바라봐야 할 때”라고 했다.



영국 싱크탱크, “1주일에 21시간 일해야 한다”

 

그럼 얼마나 일하는 것이 적당할까. 영국 싱크탱크 뉴이코노믹재단(NEF)은 8년 전에 이미 “1주일에 21시간만 노동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하루 5시간씩 매주 4일만 일하면 된다. 

 

NEF는 적은 노동시간이 취미나 운동, 자기개발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그럼으로써 과로에 의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된다. 또 ‘벌기 위해 일하고, 쓰기 위해 버는’ 생활 습관도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실업에 의한 병폐마저 낫게 해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같은 제안은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을 거부하는 급진적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독일 노동계는 21시간까진 아니더라도 ‘주 28시간 유연근무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신세계그룹이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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