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여론조사에 뺨 맞고 조사기관에 눈 흘기는 한국당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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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갤럽이 여론조작 했다”…갤럽 “안 믿는 건 자유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하라”

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에 발끈했다. 유독 자기 당에 불리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실제 사례를 들어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갤럽은 “공직선거법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정례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최근 6개월 간 10% 안팎에 머물렀다. 2월28일 공개된 자료에선 13%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44%와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박성중 한국당 홍보본부장은 3월5일 국회에서 “전 당원 및 국민들과 함께 한국갤럽 불신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갤럽의 문제로 네 가지를 꼽았다. △질문할 때 정당을 읊는 순서에 문제가 있고 △발표 예측과 실제 결과가 많은 차이를 보이며 △유도성 질문을 던지고 △원칙 없는 편파적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시ㆍ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① 정당 순서/ 질문지 표기상 가나다순, 실제 조사는 자동 순환

 

먼저 한국당은 “정당지지도를 질문할 때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의석순(順)으로 로테이션(순환)하는 반면, 한국갤럽만 유독 가나다순으로 로테이션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다음인 4번째로 불린다는 주장이다.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관계자는 5일 “가나다순은 질문지 표기 순서일 뿐”이라며 “조사 과정에선 CATI(컴퓨터 이용 전화면접)를 통해 모든 정당명을 자동 순환한다”고 반박했다. CATI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전화를 걸고 면접원이 질문하는 방식이다. 면접원이 말해줘야 할 질문은 컴퓨터가 결정해 모니터에 띄워준다. 이 과정에서 정당 순서가 매번 바뀐다고 한다. 

 

관계자는 “5개 정당을 놓고 100명에게 지지도를 질문하면, 20명은 한국당을 맨 처음 듣게 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지도 질문은 여론조사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여론조사기준에 따르면, 정당의 이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순환하도록 돼 있다. 



② 예측 실패/ 한국당 인용 조사는 최종 예측치 아냐

 

한국당이 문제 삼은 또 다른 점은 한국갤럽의 예측 실패 사례다. “2000년과 2004년, 2008년에 각각 치러진 총선 때 갤럽이 내놓은 조사 예측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빗나갔다”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갤럽이 일부 후보의 우세를 점쳤으나, 실제론 낙선했다. 당시 갤럽은 인천과 강원 등 5개 지역의 지자체장을 맞히는 데 실패했다. 

 

이에 갤럽 관계자는 “2010년 때는 다른 여론조사기관도 예측에 실패했고 우리도 (실패를)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2000~2008년 총선 때 (한국당이 주장한) 예측치는 선거 직전 조사결과가 아니고, 갤럽이 발표한 최종 예측치도 아니다”라고 했다. 선거를 길게 앞두고 실시한 조사를 근거로 ‘예측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는 건 객관적이지 않다는 반론이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2월 5주(27~28일) 조사자료. ⓒ 사진=한국갤럽




③ 유도 질문/ 조사 의뢰기관이 부탁해서 만든 질문

 

유도성 질문도 한국당에 의해 문제 사례로 지적됐다. 2014년에 한국갤럽이 원격진료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조사를 의뢰한 대한의사협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오진 가능성’ 등 원격진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질문에 넣는 식이다. 

 

또 한국당은 “2013년 ODA(공적개발원조) 여론조사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부정적 견해를 언급한 후 질문해 특정결과가 나오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사를 의뢰한 곳은 기획재정부였다. 

 

갤럽 관계자는 “한국당이 인용한 사례는 갤럽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가 아니다”라며 “조사를 의뢰한 기관이 ‘우리가 내부 참고용으로만 확인할 테니 이런 질문을 던져달라’라고 부탁해서 질문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공표를 전제로 한 조사가 아니었고 공개 권한은 의뢰 기관만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홍보본부장이 3월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 갤럽의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개선방안 등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박성중 홍보본부장이 3월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 갤럽의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개선방안 등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④ 편파 질문/ “객관성 유지 노력했지만 완벽할 순 없다”

 

다음으로 한국당은 “한국갤럽이 원칙 없고 편파적인 정치현안 질문을 한다”고 했다. 그 예로 2013년 6월 갤럽이 진행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설문조사’를 인용했다. 당시 갤럽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귀하께선 노 전 대통령이 남한의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일방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었다고 보십니까?” 

 

이에 한국당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했다’는 부분에 유도성이 있고, ‘일방적으로’란 표현은 극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갤럽이 ‘통합진보당 해산’ ‘북한 미사일 발사’ 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때, 개념의 설명을 줄이거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단어를 썼다고 지적했다.

 

갤럽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가급적 불필요한 설명은 줄이고, 질문 특성상 쟁점이나 맥락 설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왜 그렇게 질문을 구성했는지 알렸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다만 “어떠한 질문도 완벽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은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한국갤럽과 무관한 미국에 항의한다?…“사실 관계 확인하고 지적하라”

 

마지막으로 한국당은 “미국 갤럽 본사의 정확도가 낮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2012년 미국 대선 때 갤럽의 정확도가 23개 여론조사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은 미국 갤럽에 항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는 미국 갤럽과 무관하다”며 “한국갤럽은 1979년 GIA(갤럽국제기구)에 가입했고, 미국 갤럽은 1993년 매각돼 GIA를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지난 2월부터 한국갤럽에 날을 세웨 왔다. 홍준표 대표는 2월26일 갤럽 조사를 두고 “터무니없는 여론조사”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종류의 조사에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3월5일 한국당이 ‘갤럽 불신 캠페인’을 꺼내든 건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갤럽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잘잘못을 지적할 땐 사실 관계를 좀 더 면밀히 확인해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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