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표심’ 노린 부동산 정책 쏟아진다
  • 최형균 시사저널e. 기자 (ch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3.07 14:00
  • 호수 14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 개발정책도 경쟁적으로 선봬…선거 앞둔 ‘선심성’ 정책 부작용 우려도

 

정치권의 대형 이벤트인 6·13 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교체 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니만큼 결과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구를 수성해야 하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경우 유권자에 대한 뜨거운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에 지자체장들이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올해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 역시 부동산 정책 발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5년간 임대주택 24만 가구를 공급하는 ‘서울시 공적 임대주택 5개년 공급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지난 6년간 공급물량인 14만 가구 대비 2배나 늘어난 규모여서 관심이 높다. 전체 공급량의 절반이 넘는 14만5000가구가 정부의 주거복지 중점관리 대상인 대학생·신혼부부 등 청년세대에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새 정부 들어 추진 중인 ‘서민 주거안정’ 정책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 발맞춘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정유승 주택건축국장은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한 요즘이야말로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초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재건축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 추계치를 발표한 직후인 1월25일 서울시도 △재건축 등 정비사업 속도 조절 △철저한 재건축 부담금 환수 △무기한 부동산 투기 단속 등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 집값 상승에 서울시 정책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비판을 피해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서울시의 최근 행보는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호응하는 정책을 서울시 차원에서 발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3선을 준비하는 박원순 시장으로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일정부분 흡수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별로 ‘표심’을 노린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 문심(文心) 잡기용?

 

주목되는 사실은 서울시의 주요 기초단체들이 서울시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최근 관리처분계획을 한국감정원에 의뢰하라는 국토부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민심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리처분인가계획을 꼼꼼히 검증할 외부 기관에 의뢰해 관리처분인가가 반려될 경우 그 후폭풍은 온전히 재선을 준비하는 구청장에게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타당성 검증 절차가 지자체 고유 권한이라고 전제한 뒤 “강남3구는 기본적으로 보수 색깔이 강하다. 해당 지역 구청장이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경우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정부의 의도를 따라갈 개연성이 있다. 강남 대비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강북 지역에 임대주택 수요가 있어 표심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개발정책을 꺼내든 지자체도 있다. 창원시는 마산만을 메워 64만2000㎡의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2년 매립을 시작해 현재 공정률이 70%대에 이르고 있다. 3400억원가량의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시는 인공섬 부지를 민간기업에 매각하려 했지만, 2015년부터 빈번히 민간 사업자 공모에 실패했다. 사업추진을 위해 올해 3차 공모를 진행하려다가 ‘지방선거용’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공모기간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개발정책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 힘겨루기도 거세다. 민간공항이나 군공항을 이전하는 7조원 규모의 통합신공항 유치를 두고 줄다리기 중인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의성군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자체는 그동안 이전 부지 문제를 놓고 수차례 단체장 회의를 가졌다. 4개 지자체가 이전 부지를 합의해야 국방부가 이를 승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민심이 크게 달라 지자체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간 힘겨루기는 전라북도에서도 보인다. 전북은 오는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개최 전 새만금 국제공항 개항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아직 이전 부지가 확정되지 않는 등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지 선정을 위해 김제와 군산이 현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의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도 있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시작하는 1.85km 길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현지 시민사회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최근 지방선거 공약으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를 확정했다. 산업관광 활성화를 통해 경제적 효과가 유발된다는 이유였다. 지방선거를 통해 한국당 지방의원 후보가 당선되면 지자체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환경훼손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타운’처럼 무분별한 정책 지양해야”

 

실제로 지역에서는 지자체별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우후죽순으로 제기되는 부동산 개발정책의 반작용이 되레 시민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경기도, 서울시에서 진행된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지자체장들은 경쟁적으로 뉴타운 지구를 지정했다. 번듯한 내 집 마련, 시세차익을 기대한 지역민들의 호응이 뒷받침됐다. 그럼에도 뉴타운은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주민 동의 확보와 사업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가 뉴타운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결국 서울시와 경기도는 뉴타운 지구의 절반 이상을 해제했다.

 

서울시 내 뉴타운 지구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뉴타운 사업지구 지정 이후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사업 찬성, 반대 측이 격돌하면서 그나마 있던 주민들이 이탈하고 투기세력이 급격히 유입됐다. 공동체가 파괴된 셈”이라며 “일부 건물은 매매조차 불가능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까지 생겨 (뉴타운 사업으로) 주민들이 얻은 실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개발 및 부동산 정책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꺼낼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에 초기에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다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업 실패 등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피해는 온전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니 정책 추진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