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르노삼성이 부산商議 외면하는 까닭은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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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개발·신세계百 등 지역 유력기업 '상의의원부' 빠져…부산상의 지역 대표성 '의문'

오는 3월16일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부산상공회의소가 투표 없이 차기 상의의원 120명을 확정했으나, 정작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이 대거 빠져 있어 부산상의의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구성된 의원부(議員部​)는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후보끼리 예비선거의 득표율에 따라 강제 조정 끝에 구성돼 절차상 시비거리를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법적 정당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부산상의는 지난 2017년 1월 임시총회에서 ‘묻지마 출마’를 막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상의의원이 대표로 있는 5개사의 추천을 받도록 회장 선출 방식을 바꿨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은 상의의원의 120개사 가운데 5개사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 등록을 한 뒤 의원 첫 임시총회에서 선출된다. 지난 1월26일 제22대 의원간담회에서 의원 투표를 통해 23대 상의 회장 입후보자에 허용도 태웅회장을 추천해 놓은 상태여서 이같은 절차는 요식행위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공회의소 홈페이지 캡처 사진.

 

 

부산상의 회장 선출방식 '상공회의소법 위배'

 

문제는 부산상의의 이러한 독특한 회장선거 규정이 의원들의 호선(互選)에 의해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위법인 상공회의소법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전국의 16개 지역 상의 가운데 회장 선출시 호선에다 추대를 자체 법규에 명시해 놓은 경우는 있어도, 부산처럼 일정 수 이상의 의원 추천을 받도록 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회장 선출 이후 부산상의의 이같은 상위법 위반을 들어, 법적 무효를 주장할 경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의원과 회장을 둘러싼 이같은 왜곡된 선출 방식은 지역경제계를 대표한다는 존립 근거마저 잃게 만들고 있다. 부산상의 의원부는 기업체 대표로 구성되는 일반의원 100명과 특정단체 대표자 20명으로 구성된다. 원칙대로라면 5000여 곳의 회원사들 가운데 회비를 체납하지 않은 기업 대표가 부산상의 의원들을 선출하고, 새로 선출된 의원들이 차기 회장을 호선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부산상의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의원들을 차기 회장들이 미리 입도선매(立稻先賣)식으로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여 무투표 당선을 시킨 뒤 자신은 추대되는 방식을 관례적으로 취해 오고 있다. 지난 22대 회장 선거때 박아무개 의원이 ‘무투표 회장 관례’에 반기를 들고 단기필마로 회장 선거에 뛰어들자, 이 같은 경우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월에는 ‘일정 수 이상 의원 추천’을 명문화해 버렸다.

 

이런 악습은 이번 선거에서도 재연됐다.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허용도 태웅 회장과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은 지난 예비선거에서 얻은 지지율 57% 대 43% 수준으로 의원 수를 서로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상의 간부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 일부 의원을 사퇴하도록 강권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경쟁 후보끼리 의원 수 배분…​"의원 투표권 박탈하는 관례 고쳐져야"

 

선거 예정일을 하루 앞둔 3월8일 밤에야 최종 확정된 명단을 보면 18명만이 상의의원으로 새로 들어왔다. 나머지는 22대 상의의원 그대로다. 이렇다보니 상의의원 선정에 합리적 잣대가 있을 리 없다. 이번 상의의원들의 명단을 들여다보면 조합이나 협회 등 공공성을 갖는 단체로 구성되는 특별의원 이외에 일반 의원 가운데 제조업이 60곳이고, 도소매업 15명, 운수업 8명, 건설업 7명 순이다. 

 

르노삼성, 동원개발, 신세계백화점 센터점, 한진중공업 등 매출면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쏙 빠져 있다. 동남권 최대 건설사로 자리잡은 동원개발과 글로벌 조선사인 한진중공업은 회비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문 밖에 나와 있다. 이에 비해 고가 수입자동차 업체와 세무법인 등 지역 경제계 대표성과 무관한 업종의 대표들이 적지 않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2대에 이어 23대 상의의원으로 뽑힌 한 경제인은 “상의의원의 권리인 투표권을 어떤 방식으로든 원천 박탈한다는 건 합법성 여부를 떠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22대 부회장 18명이 23대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벌써부터 자리싸움이 시작된 것 같아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힐난했다.​ 

 

부산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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