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지존’ 타이거 우즈가 다시 돌아왔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9 16:49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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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샷 자세부터 바꾼 타이거 우즈의 재기 비결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골프채널에서 해설을 맡았던 ‘골든 베어’ 잭 니클라우스(78·미국)가 한 말이다. 이런 전망에 대해 타이거 우즈(43·미국)도 ‘목표는 오는 4월 마스터스’라고 밝힌 바 있다.

 

‘골프 지존’으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가 2월2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714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공동 12위를 했다. 15번홀부터 3개 홀이 ‘죽음의 홀’인 ‘베어 트랩’을 갖고 있는 이 코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점을 감안하면, 우즈의 4라운드 합계 이븐파 280타는 좋은 성적이다. 베어 트랩이란 이 코스를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의 별명(곰)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의도적으로 어렵게 설계한 홀이다. 타이거 우즈는 고작 2타 차이로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25·미국)가 합계 8언더파 272타인 점을 보아도 우즈의 기록은 나쁘지 않다. 우즈는 “혼다 클래식을 통해 볼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며 “마스터스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2월23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 2라운드 18번홀에서 타이거 우즈(미국)가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대 이상의 복귀 성적

 

그는 오랜 공백을 깨고 가진 복귀전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공동 23위를 했다. 우즈는 1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남코스(파 72)에서 열린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3언더파 285타를 쳤다. 그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제네시스 오픈에서는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혼다 클래식에서는 내가 플레이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제네시스 오픈에서 컷오프를 당했지만 기량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도 기량이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그가 정규투어에 2주 연속 출전하고도 몸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승 다툼을 벌일 정도의 장타력도 볼 만했다. 혼다 클래식에서 스윙 스피드를 128.2마일까지 냈고, 드라이버를 361야드까지 때렸다. 특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페어웨이 안착률이 혼다 클래식에서 58.93%까지 올라섰다.

 

혼다 클래식에서 미국 골프채널 해설을 맡았던 ‘스윙머신’ 닉 팔도(61)는 “어떤 경지에 오른 상태를 4일 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나와 타이거가 비슷하다”면서 “그건 결국 궁극의 경지다. 수백만 개의 볼을 치며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사람만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이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AP연합

 

아이언 샷 정교해지며 부활 조짐

 

사실 우즈에 대해 우려한 것은 몸 상태였다. 지난해 파머스 인슈어런스 1라운드부터 4오버파의 부진으로 결국 컷오프를 당한 그는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1라운드에서 5오버파를 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이후 출전을 포기하고 허리 수술을 네 번이나 받고 재활에 돌입했다. 1년 만에 건강하게 그린으로 돌아온 게 신기할 정도다.

 

그는 “현재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컨디션을 계속해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대회에 계속 출전하기보다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우즈는 3월4일 기준으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06.3야드(29위), 페어웨이 안착률 45%(213위), 그린 적중률 58.89%(206위), 평균 스코어 70.036타(22위), 샌드 세이브 42.86%(156위), 상금 21만1485달러를 획득해 상금랭킹 127위를 기록했다.

 

우즈의 문제는 티샷이다. PGA투어가 열리는 골프코스에서 티샷은 스코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혼다 클래식 4라운드에서 보여준 우즈의 그린 적중률(GIR)은 18개 중 14개나 그린에 파온(par on)했다. 그린 적중률은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므로 우즈의 장타력뿐만 아니라 아이언 샷까지 정교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그린 주변에서 만회하는 샷 정확도도 높아졌다.

 

마스터스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우즈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팬들은 궁금하다. 잭 니클라우스가 46세인 1986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것처럼 우즈도 그린재킷을 입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복귀 후 바뀐 우즈의 스윙 

 

허리 수술을 하고도 300야드 이상 시원하게 장타를 내는 ‘롱 히터’ 우즈의 스윙은 이전과 무엇이 바뀌었을까. 티샷은 드라이버가 아이언과 달리 헤드가 올라가면서 볼이 맞는 ‘어퍼블로’로 이루어진다. 스탠스(발 위치)를 넓게 잡는 우즈는 일반적으로 어드레스에서 볼을 왼발 뒤꿈치에 놓는 것과 달리 볼을 목표 쪽 왼발 발가락에 맞춘다. 그만큼 헤드가 올라가면서 맞아 거리를 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백스윙이 많이 진행되지만 왼팔을 곧게 편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 스윙 아크를 최대한 크게 해 더 많은 파워를 기대할 수 있다.

 

톱 스윙도 완벽하다. 클럽은 평행에 조금 못 미쳐서 멈춰 견고한 톱 스윙을 구현한다. 임팩트 때 최대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는 다운스윙에서 몸과 팔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오른팔을 옆구리에 붙여 릴리스하기 좋게 만든다. 스윙속도가 엄청난 것은 팔을 보다 빨리 가져가면서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몸을 많이 쓰기보다는 보다 빠른 속도의 팔 스윙을 한다. 그리고 야구선수가 볼을 내던지듯 팔과 클럽을 잘 던진다. 대부분의 선수는 피니시 때 허리가 역 ‘C’로 휘어진다. 이제 우즈는 피니시에서 허리를 곧게 편 채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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