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헌법’엔 ‘장기 집권 허용’ 외에 더 중요한게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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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발전관’ ‘시진핑 사상’ 담은 中 수정헌법… 이면에는 경제·군사대국 향한 ‘중국몽’ 있어

중국이 헌법을 개정했다. 국내를 비롯해 대부분의 해외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졌다'며 3연임 금지조항이 폐기된 데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도 중요하지만, 이번 중국 전인대의 헌법 개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중국이 명실공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이를 넘어 군사적·경제적으로도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만만찮은 야망을 품고 있음이 잘 드러난다. ·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그리고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중국 헌법 서문에 명시돼 있는 중국 인민의 지도 이념이다. 앞으로 이 세 가지 이념에 두 가지가 추가된다. ‘과학적 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그것이다. 이는 시진핑 시대의 이론적 기틀을 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개헌안은 3월11일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3차 전체회의에서 확정됐다. 중국 헌법이 바뀐 건 이번이 5번째이자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션춘야오(沈春耀) 전인대 법제위원회 위원장은 “헌법에 새로 적힐 과학적 발전관과 시진핑 주석의 사상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국가의 지도 이념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3월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헌법에 기록될 ‘과학적 발전관’과 ‘시진핑 사상’ 

 

과학적 발전관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 통치이념이다. 중국의 강점이었던 값싼 노동력과 천연자원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한다. 대신 근로자의 교육수준을 높여 과학·기술을 발전하는 데 힘쓰자고 주장한다. ‘지속가능한 발전’ ‘균형 발전’ 등의 개념과 궤를 같이 한다. 

 

과학적 발전관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중국은 2007년 실질적 최고 의결기구인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이를 지도 사상으로 채택했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은 ‘조화(和諧)사회’를 언급하면서 과학적 발전관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경제 건설이 중심이었던 개혁개방 시대의 종결을 선언하고, 중국형 발전모델을 모색하겠다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외적으로 상당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명목 GDP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무역 규모로 치면 세계 1위다. 블룸버그는 3월7일 “올해 중국의 경제 규모가 유로존 전체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시화율의 경우, 중국은 지난해 58.5%로 조사됐다. 선진국 평균인 78%에 못 미친다. 또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난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과학적 발전관 전제 안 되면 지속 성장 ‘과학적으로’ 불가능”

 

LG 경제연구원은 책 《2020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통해 “과학적 발전관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중국 지도부가)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후진타오 전 주석은 과학적 발전관을 헌법에 명시하는 데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시 주석은 이를 헌법적 가치로 확립했다는 점에서 전임 지도자들과 다르다. 

 

나아가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이름까지 헌법에 올리게 됐다. 헌법에 명시하게 될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시진핑의 사상(Xi Jinping Thought)’을 앞에 붙여 남기기 때문이다. 이로써 시 주석은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후 전 주석은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공산당의 공식 이념이다. 큰 목표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 시대부터 내려온 개념이다. 하지만 그 실천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 ‘신시대’란 수식어를 달았다. 

 


공식 이념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시진핑 사상’ 병기

 

그럼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시 주석의 생각은 뭘까. 이에 관해 마이클 피터스 베이징 사범대학 초빙교수는 지난해 11월 논문에서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몽은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대외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 정신을 내세웠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 라나 미터는 3월11일 CNN에 “시 주석은 국내 정치력을 집중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중국이 넓은 세계에서 활약할 것을 주장한다”고 했다. 그 분야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정치, 경제, 그리고 군사까지 아우른다고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이미 중국몽 실천 계획으로 지난해 ‘2050년 세계 일류군대’를 꺼내들었다. 게다가 이번 개헌안 통과로 중국몽을 반영한 사회주의 이념이 헌법에 의해 보장받게 됐다. 이 때문에 군사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앞으로 더 껄끄러워질 거란 예측이 제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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