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주차장 하나 없는 '빈 껍데기' 부산 정관신도시
  • 부산 = 정하균 기자 (sisa5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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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억 원전지원금 온데간데 없고, 주차시설 태부족에 상권 발전 '발목'

정관신도시는 지난 1995년 경남 양산에서 부산시에 편입된 이후 동부산 지역 개발 프로젝트로 추진된 곳이다. 기존의 부산지역 산업단지는 경남 양산과 김해 등지로 이탈하고, 신평·장림 공단과 녹산 산업단지 등 서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되면서 경남 창원·마산과 연결됐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기장군이 부산시에 편입되며 기장군에 주거지 및 산업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동해안 도로를 따라 해운대와 기장군, 울산이 연결되는 발전의 축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시와 주택공사(현 LH)는 지난 1998년 3월16일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2003년 4월25일 조성 공사를 착공해 2008년 9월30일 사업을 완료했다. 신도시 지구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상업지·​준주거지·​근린생활·​주차장 용지 등으로 구획돼 개발됐다.

 

정관신도시 아파드 옆 불법주차 된 차량들 모습. ⓒ 정하균 기자

 

 

중심 상권에 공영주차장 전무···​상권 저해 요인 '지적'


정관신도시는 동부산권의 핵심 주거지로서 젊은 부부층으로부터 각광받으면서 2010년대부터 입주민이 크게 늘고 있는 지역이다. 기장군은 최근 5년간 인구가 16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차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주차장 등 도시기반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관신도시와 기장읍 등 도심지 상가지역에는 각각 인구 8만명과 5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도심에서는 흔하디 흔한 공영주차장 하나 없다. 그런데도 주차단속은 시도 때도 없이 설친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정관읍에서 핫도그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39)는 "차를 몰고 오는 손님들이 주차할때를 마땅히 찾지 못해 그냥 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주차장 하나 제대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단속을 하는 것은 기장군이 상인들을 죽이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 프렌차이즈점 앞 도로엔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가 24시간 (점심시간 2시간 제외) 단속을 하고 있어 차량을 주차하기가 어렵다. 기장군이 지난 2017년 한해 주정차 위반 과태료로 부과한 금액은 5억6700여만원에 달한다.​ 이같이 심각한 주차난은 상권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장군에 따르면 정관 관내 식품위생업소 폐업 신고는 지난 2013년 25곳에서 올해 3배 가까이 늘어난 72곳으로 늘었다. 

 

기장군은 심각한 주차난 해소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심지 대규모 주차장 조성에 필요한 용역비 등을 2018년 예산에 반영, 주차장 확보방안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하지만, 늑장 행정의 표본이라는 원성이 지역주민들 사이에 자자한 실정이다.

 

기장시장 공영주차장 조감도 ⓒ 기장군 제공

주민들 "수년 째 공영주차장 조성 미루고 늑장 행정 일관"

기장군은 현재 진행 중인 '기장군 주차수급 실태조사 및 주차장 확충계획 수립용역'을 지난해12월 완료했다. 이를 기초로 모든 읍·면의 주차장 수요를 확정해 연차적으로 주차장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올 4월 완공을 목표로 기장시장에 217억원(국시비 포함)을 투입, 대규모 공영주차장 건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정관읍 중앙공원 등에 대규모 지하공영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용역비(타당성 검토 용역)를 2018년 예산에 반영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기장군의 계획이다.

앞서 기장군은 주차난이 심각한 정관읍 상업지구의 유휴부지를 조사해 지난해 6월 정관읍 모전리·용수리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조성원가에 매입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중앙공원 지하주차장 조성 용역을 최근 마쳤다"며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주차장 조성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주차불편 민원을 제기해 왔는데도 아직도 군청이 사업을 미적거리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장지역 대형마트 관계자는 "기장군에서 중앙공원에 지하주차장을 조성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이곳은 부산시민공원처럼 넓지도 않고, 인근 상가와 거리가 있어 실제로 이곳에 주차장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예산 탓만 늘어놓으며 조성을 미뤄 놓고서는 지난해 언론에 주차장 문제가 거론되자 부랴부랴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기장군청 전경. ⓒ 정하균 기자

 

 


기장군, 부산시 예산 탓 '빈축'···​노조 "축제 줄여 주차장 예산 방영돼야"


기장군은 주차장 조성이 난항에 빠진 것과 관련, 부산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아 비롯됐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인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원전비 명목으로 연 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만큼 이 예산만 잘 활용하면 자체예산으로 주차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주차장 조성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군정홍보 예산과 축제에 예산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기장군지부에 따르면, 언론사에 지출하는 군정홍보 예산은 오규석 군수 취임 이전인 2010년에 5900만원이던 것이 2011년도 1억4600만원, 2012년도 3억원, 2013년도 3억9000만원, 2014년도 4억9400만원, 2015년도 9억7800만원, 2016년도 7억6300만원, 2017년도 11억35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노조 관계자는 "오규석 군수가 선심성 축제와 언론홍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군민들이 (주차장 문제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부분 및 복지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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