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유한국당 좋든 싫든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야”
  • 이민우·김종일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6 09:55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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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J·盧 정부 몸담았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 전성시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정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여당의 지지율 역시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낙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승리한다는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가 작동한다는 의미다.

 

이전까지 지방선거는 진보개혁 정당들의 정치적 무덤이었다. 현 자유한국당 계열의 보수 정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정국을 주도하는 기회로 삼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도 다르지 않았다. 이 모든 정치의 연속성은 촛불혁명을 계기로 끊겼다. 민주당 계열의 진보개혁 정당들의 확고한 선전(善戰)이 예상되는 선거다. 하지만 잡음이 적지 않다. 안희정 파문 등 돌발변수에 내부 경선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지도 못하다. 현재의 민주당이 ‘높이 날고 있는 새’라면, 언제 ‘날개 없이 추락하는 새’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의 해법은 없을까. 조언을 듣고자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찾았다. 임 명예교수는 ‘민주주의 이론’의 권위자로 미국의 정치 시스템 등에 조예가 깊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노무현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장을 지냈다. 자칭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인 임 명예교수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집권여당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지 말고 야당과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 시사저널 이종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다.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촛불혁명의 산물이다. 그 기반이 된 촛불민심이 여전히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탄핵을 초래한 일련의 문제들,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했던 어떤 것들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4월 전쟁설이 퍼져 있던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평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도 지지율을 급상승시킨 요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보수의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민낯을 보면서 차마 찍을 수 없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셈이다.”

 

 

청와대가 모든 이슈를 선점하면서, 반대로 ‘집권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학에선 ‘옷자락 효과’라고 부른다. 대통령제 아래선 대통령의 인기에 따라 여당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대통령과 동반상승하거나 동반하락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은 촛불혁명 이전에는 지리멸렬했다. 당의 구심점이 될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서로 싸움만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통합에 있어선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지도부가 잘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그런 의미는 아니다. 현재 추미애 대표나 우원식 원내대표는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자유한국당을 일종의 적폐세력으로 간주하는 느낌이다.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여론정치다. 이것은 의회민주주의나 대의민주주의에 적합하지 않은 태도다.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이라면 좋건 싫건 카운터파트너로 인정해야 협치가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도 상당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비판 가능해야 더 좋은 정치 실현”

 

일각에선 민주당에 대해 ‘청와대 거수기’라는 비판도 나오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너무 높아서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 내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해 봐라. 자기 정치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고 여길 것이다. 현재 사실상 민주당 지도자는 문 대통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 대통령에 대한 내부 비판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만 더 좋은 정치를 펼 수 있지 않겠나.”

 

 

최근에 안희정 파문 등 돌발 변수가 많았다. 6·13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민주당이 낙승할 것으로 보는가.

 

“기본적으로 선거는 대안의 선택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유독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고 해서 다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겠는가. 일부 인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과거부터 양성평등 이슈에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또한 단호하게 처리하면서 의심을 살 여지가 없었다. 결국 국민들은 일부의 일탈로 보는 셈이다. 오히려 개헌 이슈가 점차 지방선거와 맥락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 개헌 논의에서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것도, 동시선거를 주장하는 것도 문 대통령과 여당의 전략이다. 이걸 반대하면 자칫 자유한국당은 반개헌 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 현재로선 민주당에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형성돼 있다고 본다.”

 

 

국회는 다당제 구도가 형성됐다. 한국 정치에서 다당제가 자리 잡을 수 있겠나.

 

“대통령제는 승자독식 구조다. 대통령제와 양당제는 조응하지만, 대통령제와 다당제는 최악의 조합이다. 권력이 나눠져야 온전한 다당제가 가능하다. 올해 내로 개헌이 된다고 가정하면, 이 구조하에서 다당제가 형성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헌정구조와 정당체제, 선거구제가 조응을 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이를 해결한 이후 민주당은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과 정책연합 정도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한국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범여권에 대해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나는 문 대통령 지지자다. 문 대통령이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대표적이다. 물론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지만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 보편화된다는 문제도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좋든 싫든, 그것이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야당 대표들과 함께 밥도 먹고 얘기도 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나 집권여당 모두 야당과 소통하고 협상하면서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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