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금호타이어 매각에 광주 정가도 발등의 불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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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에 남은 운명의 시간 '3일'…타이어뱅크 가세 불구 '안갯속'

 

금호타이어 운명의 시간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채권단(산업은행 등)이 유예해준 마지막 차입금 만기 시한은 3월30일이다.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이날 채권단은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노조가 자본유치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은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중국 더블스타에는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 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그동안 '해외매각'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변화가 주목된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3월27일 대전 서구 상공회의소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호타이어 사태, 타이어뱅크 '인수 추진' 새 변수될지 관심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는 3월27일 금호타이어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대전지역 향토기업인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은 이날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통째로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만 국민 여론과 노동조합, 채권단 의견을 들어본 뒤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타이어뱅크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인수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타이어뱅크는 지난 2003년 설립된 타이어 유통 전문회사로 국내에 400개 매장을 두고 있다. 본사 직원이 70명에 불과하고 2016년 기준 37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000여명의 직원과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공룡' 제조업체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문제는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체결한 매각 금액은 6463억원이며, 중국법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75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덩치'가 작은 타이어뱅크가 그 같은 거액을 동원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업계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은행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7일 "금시초문"이라며 "어떠한 인수의향서도 접수받지 못했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타이어뱅크 인수 제안과 관련해 "이러다 슈퍼마켓 주인도 나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고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호타이어도 이날 타이어뱅크를 비롯한 국내 어떤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 "국내 인수 희망기업, 타이어뱅크 외 두 곳 더 있다" 

 

여태껏 '해외매각 절대 반대'를 고수해온 금호타이어 노조 입장에서는 국내 인수 기업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노조는 이날 "환영한다"며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해외매각 불발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타이어뱅크의 자금조달 계획과 운영 상황 등을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에 노조가 언급한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기업은 타이어뱅크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 복수의 국내기업 간 인수전 양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2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타이어뱅크가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자금조달 계획과 회사 운영 상황 등을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타이어뱅크 외에도 국내 복수업체들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업체는 지역정치인을 통해 들었고, 재무적 투자자는 노조에 직접 연락을 해와 투자 의사를 밝혔다"며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업체나 개인 이름을 밝히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송강 노조 곡성지회장이 지난 24일 '국내기업 인수설'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를 유력 정치인이 확인해줬다고 주장한 대상이 타이어뱅크는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처럼 노조가 염두에 둔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국내 업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노조는 최근 '국내 기업 인수설'이라는 반전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풍문에 그친 바 있다. 시장에서 거론됐던 CJ·호반건설 등은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을 공시를 통해 전면 부인했다. 산은이 노조 측에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업체가 어디인지 수차례 문의했지만 노조는 함구하고 있다.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도 "인수업체가 발표하기 전에 노조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무고개 수수께끼' 하듯 연막을 피우는 노조의 전략에 대해 과연 실체가 있느냐는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외자유치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도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 합의 결정권을 쥔 노조 집행부는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지회장과 정송광 곡성지회장이다. 

 

 

산업은행-금호타이어 노조 '평행선'…30일 데드라인, 법정관리 갈수도

 

광주 경제계 일각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기업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해외 매각 보다는 지역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금호타이어 노조와 가족은 물론 지역 민심을 잡아보려는 의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채권단은 무분규·임금삭감 등을 내용으로 한 금호타이어 노사간 자구안 MOU 체결 시한을 감안해 금호타이어 외부감사 기간도 연장한 상황이다. 또 4월5일 300억원을 포함해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700억원 등 상환일을 연기한 금호타이어의 은행 채무만 2조원이 넘는다.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산은이 매각협상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더블스타와 지분 매각을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번복하기 쉽지 않다. 물론 이 경우 국내 기업의 인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해외 매각을 추진했다거나 회사를 법정관리에 보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타이어뱅크를 정식 인수희망자로 인정할 경우 더블스타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정부와 산은은 '30일 데드라인'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매각협상을 새로 시작하면 3차례 연장해 준 채권만기를 또 연장해주는 셈이 된다. 정부와 산은이 밝힌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산은은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30일이 지나면 자율협약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첫 호남기업의 몰락이 지역민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이달 말 채권만기를 앞두고 각자의 셈법이 달라 여전히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대한 시계(視界)는 '제로'다. 노조와 채권단이 뚜렷한 '묘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형국에서 타이어뱅크 등 국내기업의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참여 '변수'가 매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조의 해외자본 매각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노이즈 마케팅에 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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