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계산된 김정은의 ‘비공식’ 중국 방문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8 16: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안·경호 강화하는 동시에 밀담 위한 선택…국제사회 관심 끄는 데에도 '성공적' 평가

 

3월 26~27일 중국에 머물렀던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밝혀졌다. 북한과 중국 매체를 포함한 외신은 3월28일 이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비공식 방문(unofficial visit)을 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비공식' 방문이다. 비공식을 택한 데에는 나름의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내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지난 27일 베이징 조어대 양위안자이에서 개최된 오찬에 참석해 환담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의 이유 있는 ‘비공식 방중’

 

우선 가장 큰 취지는 동선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보안과 경호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북한 안에서조차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기 꺼려하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또 양국 정상이 자유롭게 밀담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비공식 방문 때는 초청국이 환영절차 등 의전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도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국빈급 의전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지나간 단둥역에 거대한 가림막을 설치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중국에 머무른 이틀 동안에는 환영 만찬과 환송 오찬 등 연회가 두 차례 열렸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안에서 김 위원장을 위한 의장대 사열이 진행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보안·밀담 위한 선택…그래도 ‘국빈급 의전’ 받아

 

또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국빈관인 조어대(釣魚臺)에 묵는 환대를 누렸다. 외국 정상이 공식적으로 국빈방문을 할 때 제공되는 의전과 다를 바 없다. 비공식 방문을 하면서도 누릴 건 다 누린 셈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방문을 두고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 형식에 상관없이 양국의 관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모습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찾았을 때와 비슷하다. 김정일도 조어대를 쓰는 등 국빈급 의전을 받았지만 방문 자체는 늘 비공식으로 이뤄졌다.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김정일은 1983년 6월을 시작으로 2011년 8월까지 총 9차례 중국을 찾았다. 이 가운데 공식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든 일정은 비밀리에 부쳐졌고 방중 일정이 끝나서야 방중사실이 공식 발표됐다. 이번 김정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변국과의 잡음 피하려고 로우 키로 간 것”

 

한편 김정은 위원장이 비공식 방문이란 형식을 빌려 실리를 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정상끼리 만나는 게 어떻게 비공식일 수 있겠나”라며 “오히려 내실을 꾀하고 북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공식 방문을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주변국과의 잡음을 피하기 위해 로우 키(low key)로 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비공식 방문으로 극적 효과를 노렸다는 추측도 내놓았다. 모든 것을 꽁꽁 감추면서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더 큰 주목을 끌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폭스뉴스, 영국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비공식 방문이란 단어에 따옴표를 써서 특히 강조했다. 가디언은 “김정은의 방중은 비밀에 싸여있었다”며 “철통 보안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료들은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