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연준의 새로운 올빼미 ‘의장’
  • 김경원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9 10:48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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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자기 곁에서 계속 잔소리를 해대던 지혜의 여신 메티스가 지겨워, 아예 삼켜버렸다. 하지만 이후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그의 아들 헤르메스가 대장장이를 불러 아버지 머리를 조금 쪼아내게 했더니 창과 방패로 무장한 여신 하나가 튀어나왔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로서 항상 옆에 올빼미 한 마리를 거느렸다. 그녀는 후에 로마에 가서 미네르바로 개명하는데 이 새도 덩달아 ‘미네르바의 올빼미’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로부터 줄곧 ‘지혜의 상징’이 됐다.

 

#2: 성경에서 비둘기는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구약의 창세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대홍수 후에 노아가 비둘기를 방주 밖으로 내보냈더니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돌아온다. 물이 빠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신약엔 성령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반면에 매에 대한 묘사는 그리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구약 레위기에는 매는 더러우니 “먹지 말아야” 할 것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욥기엔 “거기에 이르는 길은 독수리도 모르며 매의 눈초리도 발견하지 못하는” 등 매의 뛰어난 시력이 묘사돼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한 신문(Saturday Evening Post)에서 “매파들은 공습을 선호하고 비둘기파들은 공습을 반대하고 경제봉쇄를 선호한다”고 보도한 이후 ‘비둘기파’는 온건한 해법을, ‘매파’는 강경한 해법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상징어가 됐다고 한다. 이 비유는 중앙은행에도 적용돼 약간의 물가상승 조짐에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사람은 매파, 금리인상에 신중하되 불황 시엔 적극적인 금리인하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비둘기파라고 한다.

 

3월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가 끝난 후 제롬 파월 美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2월3일 제롬 파월이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새 수장이 됐다. 그는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비유대인이자 경제학 학위가 없는 의장이 됐으며, 개인재산 5500만 달러로 이 기관의 역사상 가장 부유한 의장이기도 하다. 세계경제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그가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데 그는 매도 비둘기도 아닌 ‘올빼미’라는 보도가 이어진다. 어느 성향에 고착되기보단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입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꼭 맞는 비유가 아니다. 요즘 비둘기는 도심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긍정적인 효과보다 그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또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올빼미의 지능은 새들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며 오히려 매의 지능이 아주 높다고 한다. 캐나다 조류학자인 루이스 르파브레는 2005년 새들의 IQ를 측정한 결과 매가 조류 전체에서 가장 영리한 종의 하나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하지만 올빼미는 위장술은 물론, 은밀성이 뛰어나 그 어느 새보다도 먹잇감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낚아챈다.

 

파월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금리정책 회의(FOMC)에서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금년 안에 3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효과를 충분히 거둬 이젠 금리를 올릴 때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전임자보다 더 ‘공격적인’ 행보로서 전문가들의 원래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그가 과연 올빼미라는 생각과 함께, ‘영리한 매’라는 생각도 든다.

 

눈을 안으로 돌려 한국은행을 보자. 지난 몇 년간 미국처럼 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췄지만 경기회복은커녕 산업 구조조정의 지연, 집값 폭등, 가계부채 급등이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비둘기파 일색인 금통위원들도 이제는 최소한 올빼미파라도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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