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홍준표·안상수 갈등 재연에 한국당 내분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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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예의 없는 후배’ vs ‘安, 능력 없는 선배’ 해묵은 불신

 

서로를 ‘예의 없는 후배’와 ‘능력 없는 선배’로 여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안상수 창원시장이 공천을 두고 또 다시 충돌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경남 창원시장 후보로 홍 대표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전략공천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홍 대표는 3월29일 안 시장이 6·13지방선거 공천 탈락에 반발하면서 무소속 출마 불사를 언급한 것과 관련 “공천 잡음은 대부분 잡음으로 끝난다”며 일축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한 SNS계정에 “잡음 없는 공천은 없다”며 “그래도 우리는 묵묵히 가는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천에 반발이 없으면 그것은 죽은 정당”이라며 안 시장의 반발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3월 29일 오후 창원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한국당 경남도당 당사에서 항의하고 있는 당원 ⓒ 시사저널 독자 제공



한국당 중진·창원지역 한국당 당원 “사천(私薦) 우려, 낙하산 공천 철회해야”

 

홍준표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관위 결정을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안 시장의 발언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그는 “단체장의 경우 전국 230여개 지역을 공천해야 하는데 출마시킬 사람은 각 지역에 한 사람 뿐이고 후보자는 참 많다”며 “이런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자기에게 공천을 안 준다고 사천(私薦)이라고 하면서 당을 비난하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그것이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야당 공천은 여당 때와는 달리 당근도 채찍도 없어 힘들지만 당헌·당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3월28일 인구 100만 명 내외의 준광역도시 단체장 후보의 전략공천을 확정하면서 창원시장에 조 전 경남도 부지사를 후보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안 시장은 ‘사천’ 논란까지 제기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안 시장은 “나는 압도적으로 여론조사 1위를 계속하고 있는 현직 창원시장으로 후보자간 경선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공천이 아닌 부정 사천이 된다.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비홍(非洪) 성향의 중진의원인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4명도 홍 대표의 '사천' 논란에 가세했다.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이주영 의원은 “인구 100만 명 이상 기초단체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사천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강한 의혹을 담아 말씀드린다. 사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원 200여 명은 이날 경남 창원 명곡동에 위치한 한국당 경남도당 당사를 방문해 “공관위가 창원까지 내려와 창원시장 예비후보 면접을 본 지 불과 하루 반 만에 ‘조진래’를 공천한다고 발표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며 “이것은 결국 당 대표의 짜 맞추기식 각본에 의한 천인공노할 측근 사천이다”고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어 “이 천인공노할 사적 공천은 창원의 한국당 당원들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라며 “홍 대표는 당장 창원시장 후보의 낙하산 공천을 철회하라. 우리 당원들은 창원시장 공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집단 탈당 및 대대적인 낙선 운동 전개도 불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창원에 지역구를 둔 이주영(마산합포구)·김성찬(진해구)·박완수(의창구) 등 3명의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창원시장 후보 최종 결정의 보류와 충분한 재논의를 요청했다. 조진래 전 경남도 부지사를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윤한홍 의원(마산회원구)은 이 같은 요청에 참여하지 않았다. 

 

박완수 의원 등은 이날 오후 낸 공동 입장문에서 “공관위가 전략 공천한 창원시장 후보는 지역정서와 공정한 공천과정을 무시한 잘못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창원시는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에 준하는 대규모 시로 창원시장 후보로 누가 결정되는지는 경남과 부산·울산 지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공관위가 전략공천지역이라는 이유로 지역여론,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공천 면접이 끝나자마자 후보를 발표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찍어내기’ 논란은 지난 3월12일 한국당 지도부가 100만명 내외 도시인 경기 수원·고양·용인·성남시와 경남 창원시를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자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불거졌다. 한국당이 창원시장 후보로 단수추천한 조진래 전 경남도 부지사는 홍 대표의 영남고등학교 후배다. 그는 18대 의원을 지냈으며, 홍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임할 시 정무부지사, 정무특보,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낸 측근이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월24~25일 창원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718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창원시장 적합도에서 한국당 소속 안상수 시장이 20.0%로 1위에 올랐다. 민주당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14.8%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당 후보군은 강기윤 전 의원이 4.7%, 김종양 전 경남경찰청장 3.0%, 김충관 전 창원시 제2부시장 2.1%, 조진래 전 경남도 부지사 1.3%, 최형두 창원미래네트워크 기획위원장 1.0% 등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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