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들인 '벚꽃 광장', 난장판으로 방치한 울주군
  • 울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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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산 최대 벚꽃길 '작천정 벚꽃축제'에 주차 대란…'몽골텐트'만 난립

"1000m도 안되는 길에 한 시간이나 도로에서 막혀 있었지만, 차량을 분산시키려는 안내 요원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휴일 기분을 완전 망쳐버렸습니다."

4월1일 울산 최대의 벚꽃길로 이름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벚꽃축제' 행사장을 가족과 함께 찾은 50대 가장은 교통정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듯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이날 화창한 봄날 휴일을 맞아 울주군 등억온천단지로 이어지는 작천정 벚꽃길에는 하루종일 물밀듯이 들어오는 차량으로 극심한 도로 정체를 빚었다. 이 때문에 언양과 양산을 잇는 35국도 언양읍내~작천정 교차로 2㎞구간에서는 차량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다른 지역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주톨게이트를 통해 들어온 차량들은 행사장 인근까지 1㎞ 채 안되는 구간에서 하릴없이 한시간 넘도록 죽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극심한 교통정체 속에서도 행사 주최측과 해당 지자체는 행사장 주변 교통통제에만 관심을 가질 뿐 차량 분산이나 차량 통제 상황을 홍보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울산 울주군은 주최측인 지역 발전협의회에 보조금 1억1000만원을 지원해 놓고 아예 '나몰라라'식으로 일관, 축제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방치해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작천정 벚꽃축제' 행사장 입구 교차로를 200여m 앞둔 35번 국도 옆 도로 현장 모습. ⓒ 박동욱 기자

 

 

울주군, 공공축제 전환해 주최측에 1억여 원 보조금 주고 '나몰라라'


지난해부터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공공축제로 바뀐 '제2회 작천정 벚꽃축제' 현장은 수령 100년의 벚나무 300여 그루가 봄날이면 1km 구간에 걸쳐 벚꽃터널을 이루는 동남권 대표적 봄철 나들이 장소로 이름난 곳이다.

 

울주군은 지난 2013년부터 2년여 동안 65억원을 들여 주변 사유지를 모두 사들인 뒤 2016년 4월께 작천정 벚꽃길 조성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지난해말부터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무려 130억여 원을 투입해 벚꽃길 주변 3만9533㎡ 부지에 운동장을 포함한 다목적 광장을 조성하기 시작, 현재 마무리 공사를 벌이는 등 이곳을 전국적 관광명소로 알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벚꽃축제도 어김없이 지난 3월31일부터 4월15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의 경우 행사기간 보름 동안 27만여 명의 나들이 인파가 몰린 것으로 울주군은 추산했다. 하루에 1만8000여 명이 모여든 셈이다. 주말 4일에 인파가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주말에는 하루 3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 작천정 벚꽃길 주변 광장의 공터에 주차할 수 있는 면수는 최대 1500대 가량. 주차면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행사장 입구 2차로에 불과한 도로 사정으로는 어찌할 수 없이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행사장을 목적지로 삼고 무작정 모여드는 차량들을 분산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행사장 주변에는 1000여대 이상을 넉넉히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마트가 있고, 행사장 언양방면 교동리에는 거의 차량 통행이 없는 허허벌판 상황이다. 셔틀버스를 운행하거나, 미리 분산 안내를 통해 어느 정도 정체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데도 주최측은 60대 위주의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 교통안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른 행사장의 주차 지옥 현상은 지난해보다 더 악화됐다. 올해에는 공무원노조의 반대로 울주군 직원들의 현장 파견 지원도 없어졌다. 여기에다 행사 주최를 지역 자생 모임인 삼남면발전협의회가 올해 처음으로 맡다보니, 행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울주군은 지난해 울산지역 민영 방송사에 8000만원을 지원해 운영을 맡겼으나, 사실상 며칠간 주요 행사만 치른 뒤 뒷처리를 모두 감당하는 낭패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울주군은 올해 축제 지역인 삼남면발전협의회에 보조금 3000만원을 늘려가며 주최를 맡겼으나, 행사 지침은 중간에 모두 뒤틀렸다.

 

울산 울주군 삼남면 작천전 벚꽃길 모습. ⓒ 박동욱 기자

 

 

수만명 인파 행사장에 임시화장실 5개 고작

 

당초 울주군은 이번 행사와 관련, 축구장 2배 크기 규모인 작천정 광장 공터 일대 모두를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대신 현재 조성되고 있는 '다목적 광장'에 볼거리 먹을거리 등 시설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뒤 발전협의회에 주최를 맡겼다. 이곳에서는 일체의 영업행위도 금지한다는 방침까지 현수막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예년과 다름 없이 작천정 광장에는 200여 개의 몽골텐트가 난립했다. 일부 장소에서는 먹을거리 간이음식점도 진열됐다.

 

이처럼 난전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모든 행사시설이 집약된다던 '다목적 광장'에는 지역 요식점협회가 모집한 음식점 16곳을 비롯해 품바공연 장소, 야시장 코너, 지역단체 홍보 부스 등 모두 30개 부스만 덩그러니 설치됐다. 이같은 무질서 속에 화장실 또한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수만명이 찾는 행사장에 화장실이라곤 기존에 설치돼 있는 곳 이외 몇칸씩 구분돼 있는 임시 화장실 5개가 고작이었다. 

 

지방자치제 소유 부지에서 부스 대여료를 받는 것도 논란거리다. 외식업협회는 한 부스당 200만원에 15만원씩 받고 부스를 행사 기간동안 빌려준다며 지역 음식점에 홍보, 참여 업체를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공성격의 축제 행사에서 수익금을 남기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이와 관련, 행사를 주최하는 삼남면발전협의회 김노진 사무국장은 "지역발전을 위해 1억1000만원 보조금 이외 2000만원을 협의회에서 충당해 행사를 준비했을 뿐 수익을 챙길 여지는 전혀 없다"며 "다목적 광장의 음식점 모집의 경우, 울주군의 방침에 따라 요식점협회에 일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주군 외식업 지부 관계자는 부스 비용과 관련 "임대료는 가스와 전기세 등을 사후 정산하기 위해 미리 받은 돈일 뿐, 대여료 성격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울주군 산림공원과 관계자는 갖가지 문제점과 관련, "다목적 광장 공사가 3월 중 우천 등으로 인해 늦어지는 바람에 당초 방침과 달리 작천정 광장에 간식 위주로 먹거리 부스를 허가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올해 여러가지 미비점을 점검한 뒤 내년에는 더욱 알찬 행사를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작천정 벚꽃길 옆에 조성되고 있는 '다목적 광장' 모습. 울주군은 당초 4월6일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공사 지연으로 준공식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나들이객들이 공사장 옆에 설치된 화장실을 가기 위해 포크레인 옆을 힘들게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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