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어 미세먼지도…정부 컨트롤타워는 없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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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정부 차원서 강력한 제재 동원해

4년 전,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재난 대책에 대한 정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모습에 절망했다. 오늘날 점점 더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향한 국민의 분노는 커지고 있지만,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부처별·지자체별로 미세먼지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전담 기구를 만들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배귀남 박사는 3월29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마땅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 박사는 “부서는 있지만, 가시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어 국민 불안이 해소될 길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3월29일 오전 서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시사저널 고성준


 

명목상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인데…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는 두 곳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관계부처 이행점검 TF’(이하 미세먼지 TF)와 환경부의 ‘푸른하늘기획과’다. 미세먼지 TF는 지난해 9월 마련됐고, 푸른하늘기획과는 올해 1월22일 개설됐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미세먼지 문제를 전담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세먼지 TF의 경우, 지난해 9월26일 발표한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부처별로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점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실무는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가 맡고 있다. 지난 3월29일 환경부가 발표한 ‘봄철 미세먼지 보완대책’ 역시 푸른하늘기획과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무조정실에서는 대책 마련을 지시했을 뿐 별다른 참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완대책은 “기존의 정책을 임시방편으로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푸른하늘기획과는 지난해 9월14일 환경부가 미세먼지 전담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이후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존 대기환경정책과에서 명칭만 변경됐다. 인원은 21명이다. 보조 업무를 제외하면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다루는 인원은 14명 내외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3월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현안점검회의를 마치고 관계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모그 해결한 외국에선 환경부에 강력 권한 부여해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한 외국의 사례에선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성공의 열쇠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은 1997년 발표한 ‘외국의 대기오염관리 성공사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대기오염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 대기오염 문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50년대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였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 덕에 오명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당시 미국에선 자동차오염통제관리국을 설립해 배출규제를 강화했고, 대기정화법을 제정해 위반 시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까지도 부여하는 조치를 취했다. 관리부서는 연방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50년 전에 비해 대기오염도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4년간 주요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평균 24~42% 개선했다고 알려진 중국 역시 환경보호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3년 전부터 시행된 ‘신환경보호법’을 기점으로 전국적 환경감독과 규제를 강행하고 있다. 환경보호부의 특별 단속에 걸린 기업은 퇴출되거나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 법은 역사상 가장 엄격한 환경보호법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회 문턱에 막혀 법안 처리도 안 되고 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돼있다.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미세먼지 대책 특별법안’과,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다. 3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어 법안 심사에 나섰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 기존 법을 개정할 것인지를 두고 합의가 되지 않아서다.

 

그 사이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에 강력 항의하라”는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은 20만 명을 돌파해(4월4일 기준 22만5580명)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외에도 ‘미세먼지’를 키워드로 한 청원은 2766건에 달한다. 이에 청와대에서는 4월2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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