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해송(海松) 울창한 ‘치유의 섬’ 승봉도
  • 인천 = 구자익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5 09:36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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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힐링, 옹진 섬] 승봉도엔 이일레해변·남대문바위·사승봉도 등 천혜의 절경 즐비

 

약 370여 년 전이다. 신(申)씨와 황(黃)씨 성을 가진 두 어부가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피해 무인도에 정박했다. 이들은 먹을 것이 많고 경관도 좋아 이 섬에 눌러 살았다. 섬의 이름은 자신들의 성을 따서 ‘신황도(申黃島)’라고 지었다. 지금은 봉황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과 섬의 생김새가 닮았다고 해서 ‘승봉도(昇鳳島)’로 바뀌었다. 한때는 ‘승황도(昇凰島)’로 불리기도 했다. ‘맛있는 힐링, 옹진 섬’의 네 번째 탐방지는 바로 이 승봉도다. 승봉도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나 경기도 안산시 방아머리항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20분쯤 달리면 도착한다.

 

승봉도 이일레해변 © 사진=옹진군청 제공

 

봄 향기 담은 ‘해물백숙’과 ‘간재미탕’ 일품

 

승봉도는 농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섬이다. 섬의 가운데 부분은 분지가 발달해 논과 밭 등 농경지로 이용된다. 벼농사뿐만 아니라 고추·쪽파·가지 등 대부분의 밭작물들이 잘 자란다. 연안에서는 우럭이나 노래미·간재미·주꾸미·꽃게·박하지 등이 많이 잡힌다. 갯벌에는 소라와 고둥·바지락이 풍부하고 낙지도 잡힌다. 특히 자연산 굴이 잘 자란다.

 

옹진군은 지난 2013년 부두치해변에 약 5㏊ 규모의 수평망식 ‘갯벌참굴’ 양식장을 조성했다가 낭패를 봤다. 갯벌참굴 종패가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수평망에 자연산 굴이 번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산 굴 밭이 됐다. 어민들의 짭짤한 수입원이 확대된 셈이다.

 

농산물과 수산물이 어우러진 먹거리도 많다. 승봉도의 한 펜션에서 내놓는 ‘해물백숙’은 일찌감치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 펜션 객실을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 해물백숙은 큼직한 토종닭에 승봉도 갯벌에서 잡은 대합(개조개)과 낙지·소라 등으로 조리한다. 신선한 전복과 가리비·홍합은 외부에서 공수한다. 또 승봉도에서 나는 엄나무 등 각종 한약재도 들어간다. 여기에 찹쌀과 녹두를 넣고 삶으면 된다. 압력솥에서 해물백숙 전용 그릇에 옮겨 담아 내놓으면 건강한 바다 향기가 코를 찌른다. 곁들이는 반찬도 대부분 텃밭에서 재배한 무공해 야채로 만든다.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한 4월 중순부터 11월초까지만 맛볼 수 있다. 이 펜션을 운영하는 장미경씨(여·46)는 “건강한 섬 여행을 계획하는 고객들을 위해 승봉도산 해물백숙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승봉도 한 펜션에서 내놓은 해물백숙 © 시사저널 구자익

간재미탕 © 시사저널 구자익

 

부드러운 속살의 식감과 칼칼한 국물 맛을 뽐내는 ‘간재미탕’도 승봉도의 별미다. 간재미의 바른말은 가오리다.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도 일대에서는 가오리를 간재미라고 부른다. 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은 천지 차이다. 홍어는 상온에 두면 껍질이 발효돼 독특한 향이 나지만 간재미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오래 두면 상한다. 그래서 간재미는 대부분 살아 있는 활어 상태에서 조리한다.

 

간재미는 수온이 올라가면 깊은 바다로 내려가기 때문에 찬바람 불 때가 제철이다. 말린 간재미는 찜으로 조리한다. 승봉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민경용씨(50·사진)는 “승봉도는 4월부터 해산물이 더욱 풍부해진다”며 “서해안에서 나는 웬만한 해산물은 승봉도에 다 있다”고 말했다.

 

승봉도는 면적이 2.22㎢에 불과하다.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 수준이다. 해안선 길이는 9.5㎞이고 가장 높은 산은 해발 93m다. 느린 걸음으로 3시간이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안도로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승봉도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일레해변을 만나게 된다. 길이는 1.3㎞이고 폭은 40m에 달한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유명해 여름철마다 피서객들로 붐빈다. 수영과 낚시를 즐기다가 물이 빠지면 바지락과 소라, 고둥을 잡을 수 있다. 아이들에겐 둘도 없는 해양학습장이 된다.

 

민경용씨가 자연산 간재미를 들고 있다. © 시사저널 구자익

승봉도 부두치 앞 갯벌에 조성된 굴 양식장 © 시사저널 구자익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해양학습장

 

바닷모래 채취가 이어지면서 황금빛 모래사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또 촛대바위와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등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중 거대한 암석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는 남대문바위는 승봉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남대문바위는 물이 빠졌을 때만 접근할 수 있다. 사승봉도는 승봉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길이 4㎞와 폭 2㎞ 규모의 무결점 백사장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황홀하게 한다. 이 때문에 TV 드라마나 예능, 영화의 배경으로 소개됐었다.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이고 섬지기로 불리는 관리인이 있다.

 

승봉도는 ‘치유’의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름드리 해송(海松)들이 우거져 있는 숲에 삼림욕장을 조성해 놓았다. 해송은 곰처럼 크고 밑둥치 하나가 하늘로 치솟는 모양으로 자라기 때문에 ‘곰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토피 등 각종 피부질환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진한 피톤치드를 내뿜기 때문에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든지 쉽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승봉도의 민박집이나 펜션 주인들은 대부분 1박2일이나 2박3일의 패키지 여행상품을 만들어 놓고 있다. 패키지는 낚시체험과 어선그물체험, 갯벌체험, 관광, 제철 특산물 음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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