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콜비 천원’ 도입은 “금융권 진출 심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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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에 물음표 낳는 ‘스마트 호출’… 카카오페이 영향력 증대가 진짜 목적이란 분석도

 

이제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콜비 1000원을 내면 기사에게 목적지를 숨길 수 있다. 기사의 ‘골라태우기’를 막아 택시를 쉽게 잡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일부 기사들은 그 실효성을 두고 코웃음을 쳤다. 카카오택시가 콜비를 시행한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콜비 1000원은 ‘스마트 호출 서비스’란 이름으로 4월10일 도입됐다. 이날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유료 배차 시스템”이라며 “교통상황 등을 분석해 응답 확률이 높은 기사부터 먼저 연결해준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호출을 받은 기사는 목적지를 미리 확인할 수 없다. 호출을 수락할 때만 목적지가 뜬다. 

 

시사저널은 4월11일 아침 7시 56분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스마트 호출로 택시를 불러봤다. 목적지는 신용산역으로 입력했다. 거리는 출근 차량으로 굉장히 혼잡했다. 하지만 1분도 안 돼 택시가 잡혔다. 기사 이아무개씨는 “스마트 호출로 부른지 몰랐다”면서 “나는 그게(스마트 호출) 귀찮아서 안 깔았더니 그냥 기존 카카오택시처럼 콜 받기 전에 목적지가 뜨더라”고 했다. 

 

 

이제 카카오택시 이용자들은 기존의 '일반호출'과 콜비 1000원을 더 내고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는 '스마트호출' 중 하나를 골라 택시를 부를 수 있다. © 카카오택시 앱 캡처




“목적지 모르면 아무도 손님 안태울 것”

 

이씨는 “목적지를 모르면 그 어느 기사도 손님을 태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근 시간에 택시 잡으려는 사람이 널렸는데 왜 굳이 그러겠나”라고 반문했다. 사실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는 택시 앱이 카카오택시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서울시가 지난해 12월4일 ‘지브로(Gbro)’란 앱을 통해 시도한 바 있다. 지브로는 목적지가 서울의 한 곳일 경우 ‘서울시내’로만 표시한다.  

 

기자는 작년 12월7~9일 서울 서초동과 이태원동 등에서 지브로를 이용한 뒤 기사(☞[르포] ‘콜비’ 내려해도 택시 안 잡히는 ‘지브로’)를 쓴 적이 있다. 당시 택시기사 A씨는 “목적지를 모르는데 손님을 어떻게 태우나”라며 “낮에는 물론 밤에도 1만원 이하의 거리는 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기사 이승훈씨는 “목적지를 모르고 태웠는데 대전 가자고 하면 어떡하나. 앞으로도 계속 (목적지가 표시되는) 카카오택시를 쓸 것”이라고 했다.

 

또 지브로를 이용하는 승객은 기사에게 콜비를 따로 줘야 한다. 낮에는 1000원, 밤에는 2000원이다. 기사 이원재씨는 “콜비 몇 천원 더 받자고 부르는 대로 가는 기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사 A씨는 “요즘 세상에 민망하게 콜비를 어떻게 받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택시 기사와 승객을 '카카오택시'앱을 통해 연결하는 모습. © 연합뉴스


 


콜비도 효과 없단 지적 나와

 

상황은 카카오택시도 마찬가지다. 단 스마트 호출을 이용한 승객은 기사에게 호출비 1000원을 직접 주진 않는다. 이는 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로 자동 결제된다. 대신 호출비의 절반인 500원은 기사 몫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4월11일 만난 기사 이씨는 “그 돈 받을 바에야 짧은 거리 가는 손님을 태워서 기본요금 3000원 받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가 카카오페이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출비 결제는 카카오페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스마트 호출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카카오페이의 가입자도 증가하게 되는 구조다. 기사 이씨는 “카카오택시를 무료로 운영하던 카카오가 슬슬 본전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돈벌이를 넘어 금융권으로 진출하려는 심보를 숨기고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짜 목적은 카카오페이 영향력 확대?

 

카카오페이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쟁사보단 입김이 약하다. 올 4월 초 각 업계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2100만명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는 2400만명이다. 또 삼성페이의 경우 누적 결제액이 18조원을 넘었다. 카카오페이는 “월 결제액이 1조원이 넘었다”고 밝혔지만 누적 결제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에선 당장의 수익보다 영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입자 규모‧결제액이 커지면 제휴처나 플랫폼 확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가입자의 결제 데이터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는 생활 플랫폼이라는 전략 하에 자사 서비스, 콘텐츠, 카카오페이 등을 연계한 카카오만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확립중”이라고 분석했다. 올 1월 카카오페이는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와도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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