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수술’이 ‘미용 수술’이라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3 09:08
  • 호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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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근거 없는 왜곡된 건강 상식 백태(10)

 

왜곡된 건강 상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예컨대 간에 좋다는 특정 식품으로 간 기능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시사저널은 의사·식품학자·약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중에 떠도는, 잘못됐거나 왜곡된 건강 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기사를 연재한다.

© 사진=Pixabay


 

# 간염에 걸리면 증상이 거의 없어 자각하기 어렵다?

 

A형 간염은 약 한 달의 잠복기를 지나 발열·피부황달 등 증상이 나타나 진단된다. B형과 C형은 급성 간염 시에 발열·무력감·황달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몸살로 오인하기 쉽고, 만성화된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다. 

 

 

# 가슴에 통증이 있어야 심근경색이다?

 

급성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은 심한 가슴 통증이다. 환자는 대개 가슴을 쥐어짜거나 짓누르는 느낌이 가슴 중앙이나 왼쪽에서 생긴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상복부의 답답하거나 무거운 느낌, 갑자기 발생한 호흡곤란, 식은땀과 함께 체한 듯한 느낌, 어깨·턱·팔에서 이유 없이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통증 없이 심장이 정지하거나 의식을 잃기도 한다. 참고로, 기름지고 맵고 짠 음식은 적게 먹고, 조깅·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한 심장을 유지하는 기본 비결이다.

 

 

# 비만 수술은 미용 수술이다?

 

비만 수술을 미용 수술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비만 수술의 목적은 외형적인 체형 개선이 아닌, 고도비만 합병증 치료 및 예방을 통한 삶의 질 개선과 생명의 연장에 있다. 즉, 비만 수술은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을 치료하고 예방해 환자가 단명하지 않고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행하는 치료다. 

 

 

# 모든 비만은 후천적 요인 때문이다?

 

게으른 성격이나 과다한 음식 섭취 등 후천적 요인으로 살이 찐다. 또 운동량 부족과 같은 평소 생활습관의 결과물이 비만이다. 그러나 고도비만 정도라면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비만 환자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가운데 고도비만으로 고생하는 예도 있다. 그러므로 고도비만은 식습관이나 운동습관 개선만으로는 일정 수준의 체중 감량이 힘들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고도비만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비만 수술은 모든 비만 환자에게 권장된다?

 

일반적인 비만 치료법으로는 수술 이외에도 식이요법·운동요법·행동요법·복합요법·약물요법 등이 있다. 그러나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을 받아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비만 수술 대상을 체질량지수 40 이상 또는 35 이상이면서 당뇨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로 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의 경우 비만에 의한 합병증이 더 빨리 발생하기 때문에 체질량지수를 외국보다 5 정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 소독약은 많이 쓸수록 좋다?

 

상처 부위 소독을 꼼꼼히 한다고 상처가 빨리 아무는 것은 아니다. 소독은 상처 부위의 세균 수를 줄여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용도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소독약으로 포비돈요오드가 있는데, 이는 작은 상처 소독에 적합하다. 넓은 부위에 사용하면 요오드 성분이 몸에 과량 흡수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요오드가 과량 흡수되면 갑상선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과산화수소수는 살균 효과가 큰 만큼 정상 세포의 기능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이 소독약을 자주 사용하면 상처가 더디게 아물 수 있다. 

 

 

# 당뇨병은 증세가 없으면 치료할 필요 없다?

 

대부분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없다.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소변량이 많아지는 등의 증세는 당뇨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 나타난다. 따라서 당뇨병 초기에는 본인이 괴롭지 않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특별한 증상 없이 야금야금 파고든 후에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는 이미 합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몸 상태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증세가 없어도 당뇨병은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 인터넷 의료정보를 믿을 수 있다? 

 

시사저널이 ‘의학적 근거 없는 왜곡된 건강 상식 백태’를 연재한 배경은 온라인에 떠도는 잘못된 의료정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는 대신 인터넷부터 뒤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의 증세에 해당하는 질병을 확인하려는,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다. 문제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지를 결정할 정도로 온라인상의 의료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는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2006년 ‘소비자의 의료정보 요구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 의료정보를 신뢰하는 응답자는 92.4%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터넷 의료정보 중에서 신뢰성과 책임성이 불분명한 자료가 78.6%로 집계됐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특정 질병을 검색하면, 블로그·카페 등에 있는 글들이 먼저 노출된다. 또 포털사이트는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스폰서 링크’나 ‘파워 링크’라는 이름을 달아 검색 결과 화면의 상위에 노출시킨다. 정작 환자에게 필요하고 정확한 정보는 찾기 힘든 구조다. 인터넷 의료정보 중에는 의사가 작성한 글, 언론 보도 기사, 상업적 목적의 글, 개인이 경험한 글 등이 혼재되어 있다. 심지어 ‘카더라’식의 무책임한 글도 적지 않다. 출처가 분명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한 의료정보라도 여러 홈페이지나 블로그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임의로 가공되어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정보로 둔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정보를 취사선택할 능력이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무방비 상태로 잘못된 의료정보에 노출된 셈이다.

 

물론 인터넷 의료정보의 순기능도 있다. 운동, 식이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에 대한 정보는 전반적인 국민 건강 증진에 보탬이 되고 있다. 또, 인터넷 의료정보를 통해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증세와 비슷한 사람의 글을 읽고 환자 스스로 처방까지 내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근거가 없는 치료법을 맹신하고 아예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아 병세가 악화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이중 삼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일이다. 인터넷보다 의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 

 

 

도움말씀 주신 분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고경호 안경천국 안경사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광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긍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김성준 다산한의원 원장

김성진 세명약국 약사

김성태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김태민 식품·의약품 전문 변호사

김태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암·갑상선센터장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노성훈 연세암병원 원장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의생명과학과 교수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상재 국립암센터 연구소장 

박수아 맑은약국 약사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서홍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장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윤보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강현 전 국립암센터 원장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

이동훈 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이주혁 키스유성형외과 원장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

이주희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이진화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 

전루민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 교수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장 

황교익 맛칼럼리스트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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