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에도 ‘미세먼지 경고’ 계속됐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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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통해 본 미세먼지의 역사…1993년 “안일한 행정에 질식”

 

미세먼지 공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많은 사람들은 “예전엔 미세먼지란 걸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언급이 부쩍 심해졌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예전엔 미세먼지가 심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 문제는 1960년대부터 이미 제기됐다. 과거 언론이 다룬 미세먼지 보도를 되짚어본 결과다. 예전에도 미세먼지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혔으나 정부 대책은 미흡했던 걸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공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 시사저널 고성준·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1960~80년대 “뿌연 서울” “호흡 곤란”

 

도시 대기오염 문제가 신문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건 1962년 경향신문에서다. ‘서울 뒤덮은 오염된 공기(1962.10.22)’란 제목의 기사에선 서울의 공기오염도가 런던에 버금가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오염물질 중 하나로 부유매진(미세먼지)을 꼽고 있다. 이후 1999년까지 경향신문·동아일보·​매일경제·​한겨레에서 ‘대기오염’과 ‘먼지’를 포함한 기사는 총 831건 검색됐다.

 

1963년 2월12일 경향신문의 ‘먼지에 묻혀 사는 서울시민’ 기사. “서울의 먼지가 심각해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그중 경향신문의 1963년 2월12일자 ‘먼지에 묻혀 사는 서울시민’ 기사를 기점으로 먼지 문제가 강조됐다. 기사에선 “교통량 많은 서울역·​을지로입구·​동대문·​세종로 근방은 먼지가 인체위험도를 초과해 시민들의 호흡기위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신문에 뿌연 하늘 사진이 실렸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에 맞춰 관심이 커진 걸로 보인다. 당시 언론은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해졌으며, 선수들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도록 환경청이 강력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1988년 환경청은 ‘비산먼지(공사장 등에서 나오는 먼지) 저감대책’을 통해 올림픽 기간 중 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공장 1000여개를 특별 지도하고, 생활먼지를 줄이기 위해 목욕탕까지 영업정지했다.

 

 

1990년부터 “미세먼지 심각” “먼지대책 미흡” 지적

 

그러나 1990년대가 되자 미세먼지 문제는 더욱 부각됐다. ‘뿌연 잿빛하늘 숨이 막힌다(매일경제 1990.01.08)’ ‘대도시 미세먼지 오염 심각(동아일보 1995.03.11)’ ‘숨쉬기가 겁난다(한겨레 1996.03.26)’ ‘미세먼지가 목숨 갉아먹는다(한겨레 1996.12.09)’ 등이다. 당시 기사들에선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며 △미세먼지는 암을 유발하고 △디젤차․경유차 등이 그 원인이라고 다뤘다. 특히 한겨레는 1996년 6월4일자 ‘경유차 미세먼지 얼마나 심각한가’란 기사에서 “경유차 매연은 살기를 뿜어내는 흉기”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원인 진단과 거의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때도 언론은 정부의 환경 대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대기오염 기준 너무 낮다(경향신문 1999.04.05)’ ‘대기오염 특별대책 겉돈다(한겨레 1996.09.02)’ ‘안일한 행정에 서울하늘 질식(한겨레 1993.10.30)’ 등의 기사에서다. 미세먼지 기준이 국제 기준보다 낮아 현실과 동떨어지고, 시급한 경유차 규제는 이뤄지지 않다는 것이다. 역시 20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비판이 제기된 셈이다. 

 

 

과거에도 “중국과 협력 필요” 제기됐지만…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란 주장 역시 1990년대부터 나왔던 걸로 확인됐다. 동아일보는 1992년 1월13일자 ‘한·​중 환경협약 서두를 때’란 기사에서 중국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와 상당한 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

 

1984년 8월20일 경향신문의 ‘오염물질 10시간이면 한반도에’ 기사. 기사에선 “중공의 대기오염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84년 8월20일 경향신문의 ‘오염물질 10시간이면 한반도에’ 기사. 기사에선 “중공의 대기오염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역시 1997년 10월24일자 ‘중국오염에 강력 대처를’이란 사설을 통해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 중국의 오염배출을 막는 데 힘써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오염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도 했다. 

 

이는 2018년 현재 27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청와대 청원과 같다. ‘미세먼지의 위험 그리고 오염 및 중국에 대한 항의’란 제목의 해당 청원은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 강력 항의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내용이다. 20년 동안 같은 요구가 나왔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진 못한 것이다.

 

한편 과거에 비해 미세먼지 오염도는 개선됐다는 평가가 있다. 아주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는 환경운동연합에 “고농도 오염이나 PM2.5 지금 최악 아니다”란 글을 게재하며 “1986년 서울에서 측정한 PM2.5 농도는 연평균 109㎍/m3로 지금의 약 4배 높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우려가 역대 최고이지만, 수치상으로 오염도는 크게 개선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미세먼지 농도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WHO가 권고하는 PM2.5 권고치는 10㎍/㎥지만,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치는 25㎍/㎥로 훌쩍 넘겼다. 2016년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발표한 환경성과 지수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180개 나라 가운데 미세먼지 분야에서 174위를 기록한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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