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슈, 드루킹 덮는다”…민주 ‘특검 거부’ 강공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nal.com)
  • 승인 2018.04.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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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야권의 '드루킹 특검' 공세에 강경론으로 전환한 배경과 전망

 

"이건 딜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특검까지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끝난 이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경해졌다. 지난주 김경수 의원이 사퇴 기로에 섰을 때만 해도 갈팡질팡, 전전긍긍하던 민주당이었다. 태세 전환을 도운 든든한 '백'은 여론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긴커녕 오르고 있다. 야 3당이 '드루킹 특검 및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제출' 합의를 발표한 날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 52.4%가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나왔다.

 

이용주 평화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4월23일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원 등의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경수 사퇴 걱정하다 "끝난 이슈" 자신감 ​

 

민주당은 4월23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이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의 특검 도입 요구를 거부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 3당의 특검 요구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을 하자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드루킹 사건의 특검 수용 문제를 지도부 결단에 일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도부도 특검 수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날까지가 시한인 국민투표법 개정은 어려워졌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국회 정상화 없이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민생법안 등 현안 처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검 거부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수용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검을 수용했다가 자칫 지방선거 때까지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시달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멀쩡한 사람(김경수 의원)을 죄인 만들어 놓고 멋대로 정치적 협상 카드를 꺼내는 야당의 행태에 호응할 생각이 없다"며 "이건 딜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야권이나 일부 언론에서 잘못된 내용을 들먹이며 프레임을 짜는 데 대해 좀 더 강경히 대처해야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당 핵심당직자는 "특검을 받겠다, 안 받겠다 차원을 넘어 아예 특검 대상도 못 된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文대통령 지지율 상승·국민 절반 이상 "드루킹 사건, 특검 불필요"


이처럼 민주당이 강경론을 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 비율이 67.8%로 전주 대비 1.0%포인트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19일 발표된 주중(16~18일) 중간집계(67.6%)보다 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6~18일 조사에서는 드루킹 사건 파문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라는 악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문제 논의 축복' 발언 등 4·27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긍정적인 소식이 상쇄했다. 이후 드루킹 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격해졌음에도 국정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리얼미터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이 이어지며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드루킹 사건도 단기간 내에 검찰 조사 결과 혹은 법원의 판단이 나올 수 없으므로 지지층이 각자의 입장에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4월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국민계몽운동본부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의혹 특검요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이런 가운데 국민 절반 이상이 드루킹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역시 리얼미터를 통해서다.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보면 '드루킹 사건을 검찰이 수사해야 하나, 특검을 도입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52.4%가 '특검까지 도입할 사안은 아니며,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라고 답했다. '검찰 수사로는 부족하며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답변은 14.3%포인트 적은 38.1%로 집계됐다. 

9.5%는 '잘 모름'이라고 답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국민들이 드루킹 사건의 중대성을 특검을 도입할 정도로까지는 여기고 있지 않은 분위기"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바론 드루킹 사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덮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도 "야권의 어설픈 공세가 남북정상회담을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싶다"며 "여론 동향을 살펴볼 때 더 번질 가능성이 없는, 이미 종료된 이슈"라고 일축했다.

 

벌써 민주당의 화력은 드루킹 이슈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대부분 옮겨갔다. 민주당은 이번주를 '평화 주간'으로 이날 정했다. 당 지도부 회의는 물론 당내 설치한 남북미 정상회담지원특위(위원장 이해찬) 개최 등을 통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갈라파고스처럼 단절되고 고립된 냉전세력으로 남을지, 평화·번영의 길로 같이 갈지 숙고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의 소중한 씨앗으로 만들려면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고도 지적했다.

 

특검 도입만 안하면 괜찮나…여론 변동 가능성도          

 

다만 특검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 수사가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은 민주당이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경찰의 드루킹 수사가 '정부·여당 눈치보기식'이란 비판을 받은 가운데 향후 검찰 수사에서 명확한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훈 평론가는 "드루킹 이슈가 불거진 초기 자유한국당만 특검 얘기를 꺼냈었다가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서 다른 야당도 (특검 도입 요구에) 가세했다"며 "혹여 검찰 수사가 경찰에서처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혹이 커지며 여론이 뒤바뀔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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