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 위상,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4 16:25
  • 호수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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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그룹 1기 변호사 출신 채주엽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

 

채주엽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은 LG그룹 공채 1기 사내변호사다. 2004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LG전자에 들어갔다. 그가 회사생활을 시작할 땐 대우가 남달랐다고 한다. “입사 초기에 출장을 위해 김해공항에 갔는데, 기사 딸린 고급 세단이 기다리고 있더라.” 당시 그의 나이 34세. 취업이 늦은 요즘은 대리급에 불과한 연령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관(판검사 출신)이 아닌 이상 ‘의전’을 기대할 순 없다. 일단 과거에 비해 흔해졌다. 현재 사내변호사 수는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870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채 부회장은 “사내변호사의 위상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업무의 전문성이 있어 위상은 그대로다. 게다가 사내변호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확대되고 있다. 기업윤리가 강조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법률자문과 계약서 검토가 업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 역할도 강조된다.”

 

채주엽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 © 시사저널 고성준


 

그럼에도 오너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고용된다는 시선도 있다.

 

“사내변호사는 어디까지나 회사의 공적 자원이다. 오너의 개인적 사건을 위해 동원되지 않는다. 애매한 부분도 있긴 하다. 오너 리스크가 회사 위기로 확대될 때다. 그럴 땐 회사를 살리는 게 개인을 방어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처우나 진급 측면에선 어떤가.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법조인을 더 우대해 주는 경향은 있다. 단 회사의 분위기나 규모의 영향이 크다.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 곳도 있다. 법무팀에서 변호사가 비변호사를 팀장으로 모시는 경우도 많다. 진급이 빠르다고 단정 짓긴 힘들다.”

 

 

그럼 사내변호사가 로펌보다 나은 점이 뭔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여러 방면에 두루 능한 인재상)가 될 수 있다. 로펌에서 전문 분야가 생기면 그쪽 사건만 맡게 된다. 반면 기업에 있으면 재계나 노동 이슈는 물론 민·형사, 행정소송을 모두 맞닥뜨리게 된다. 내 경우는 헬스케어도 다룬다. 송무는 당연히 로펌이 강하지만, 정보력에선 사내변호사가 우위에 있다.”

 

 

“로펌이든 기업이든, 화려한 직업은 없다”

 

채주엽 부회장은 “사내변호사를 너무 돈과 연결시켜 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로펌보다 낮은 근무 강도나 업무 안정성 등 고유의 장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래도 젊을 때 아니면 사기업 경험을 해 보기 힘들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채 부회장이 기업에 몸담은 지는 15년째다. 그 사이 GS칼텍스를 거쳐 현재 한국존슨앤드존스메디칼 전무로 일하고 있다. 법조인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기업인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로펌 변호사든 기업 변호사든, 생각만큼 화려한 직업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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