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전관은 조직 전체를 긴장시키는 ‘메기’”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4 16:29
  • 호수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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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사 출신으로 KB금융지주 최연소 임원 지냈던 정민규 변호사

 

전관예우(前官禮遇).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뜻은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사전적 의미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Jeon-gwan ye-u를 ‘전직의 특권(privileges)’으로 풀이했다. 이어 ‘법관 채용방식에 따른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관예우를 둘러싼 논란은 전관이 사기업으로 가도 끊이지 않는다.

 

법무법인 광화 정민규 대표변호사(49)도 이와 같은 논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기업에서 일하는 전관에 대해 말을 아껴온 이유이기도 하다. 정 변호사는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공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2014년 1월 KB금융지주 상무로 입사했다. 당시 그는 4대 금융지주 임원(비상임이사 제외)을 통틀어 가장 젊었다. 정 변호사는 4월1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기업 경험에 관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는 “일부 못마땅한 시선도 있겠지만 기업을 위한 전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틀에 박힌 조직문화 깰 수 있어”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해 보겠다. 첫째는 메기 효과다.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판검사가 회사에 투입됨으로써 조직 전체가 긴장하게 된다. 우리 식구가 아니었던 사람이 법률가의 시선으로 지켜본다는 것. 이는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둘째는 다양성이다. 대한민국 모든 기업은 나름의 독자적이고 획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바깥사람인 전관은 여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의 이상 징후를 빨리 찾아 대응할 수 있다.”

 

조직의 이상 징후로 정 변호사가 든 예는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이다. 그는 “기존의 대한항공 법무 담당자는 조직의 논리에서 못 벗어나기 때문에 이 사건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인 4월12일, 대한항공은 ‘조현민 물컵 갑질’ 논란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정 변호사는 “외부 법률가는 틀에 박힌 조직문화를 깰 수 있다”고 했다. 그는 KB금융지주에 들어간 지 석 달 만에 토론회에서 “윤리의식이 결여된 직원들을 방치해 총체적 부실이 초래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해 말엔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 위한 TF’ 일원으로 활동했다.

 

전관이 기업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은 있다. 연봉 체계다. 정 변호사는 “전관도 기업이 정해 둔 임원 보수규정에 편입된다”면서 “삼성을 빼면 임원도 생각만큼 돈을 많이 받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에서 받는 연봉이 변호사 때 수입보다 적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 변호사 본인도 그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굳이 기업행을 택했을까. “순수한 법률업무가 좀 식상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정 변호사는 공무원의 단조로운 삶보다 민간기업의 역동적인 삶을 체험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KB금융도 그래서 기회가 오자 적극 지원했다. 그는 회사 경험을 ‘법조인으로서 갖기 힘든 기회’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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