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은 여전히 김정은을 ‘위험 인물’로 경계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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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의 '창'과 문재인의 '방패'…'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김정은에 주목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월21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 중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 배경에 대해 외신은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장이 '가동 불능' 상태라는 시각이다.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6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부터 지하 핵실험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갱도가 아니라 지하 지반이 꺼지면서 생긴 구멍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대부분 외신은 주변 지역 붕괴와 함께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4월20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에 탄광 열차(mining carts)와 새로운 건물(new unidentified structure)이 관측됐다. ©38north 홈페이지

 

핵시설 '불능' 또는 '가동' 추측 난무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로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산하 38노스는 4월23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가동 중(fully operational)"이라고 보도했다. 6차 핵실험 이후 북쪽 갱도는 붕괴했지만, 서쪽과 남쪽 갱도에서는 향후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쪽 갱도에서는 굴착공사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남쪽 갱도는 다른 갱도에서 관찰된 것보다는 인원과 차량 이동이 적지만, 향후 추가 핵실험을 위한 대안이라는 게 38노스는 주장이다. 38노스는 4월24일에도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는 결론은 순진한 추론"이라며 "앞으로 추가적인 영상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진국 산하 지구물리학 연구소 연구팀도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 시설을 추가 핵실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는 4월26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는 것은 새로운 협상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북한은 이미 한국은 물론 미국을 위협할 핵무기를 개발했으므로, 김정은 위원장은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떠나도 될 만큼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4월1일 남측 예술단이 공연한 평양 동평양대극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이 두 가지 분석을 근거로 미국에서는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김 위원장이 응한 것 자체가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5월7일자)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발표하면서 탈북자 이현서씨의 증언으로 김 위원장을 묘사했다. 이씨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으로 김정은은 예상과 달리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면서도 "그러나 김정은은 아버지(김정일)보다 더 나쁜 사람이다. 북한에서는 10만명 이상이 강제 수용소에서 고문과 사망에 직면해 있다. 그곳에서는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익사시키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4월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2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경험한 문재인 

 

타임은 '100인'에 문재인 대통령도 선정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특사외교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맡았다. 리퍼트 전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초청하고 이어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중재하는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극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협상은 쉽게 깨질 수 있지만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반도와 아시아, 세계의 미래를 규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춘지도 4월20일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50인'을 소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짧은 기간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중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오래전부터 정상회담을 준비해온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는 4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의 지지자이면서 김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각각 2000년, 2007년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두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잘 한 점과 잘못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해왔다"고 진단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김정은과 '10년 동안 준비한 정상'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은 창과 방패로 비유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6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역사적 만남은 68년을 끌어온 한국전쟁을 종결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몸짓과 말에 무게가 실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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