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 유전자’ 받았으나, 40대엔 위험할 수도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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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이지만 건강한 편…체중 조절 안 하면 40대 심장질환 문제 생길 수도

 

외신에서 제기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하는 주장이 나왔다.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중한 병을 앓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전문의들의 시각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물론 직접 진단해봐야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지만, 그의 나이·체력·지위 등을 종합할 때 김 위원장은 현재 건강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김 위원장은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고,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장수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단기간에 위급한 건강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수명이 우리보다 짧은 데도 김일성과 김정일이 단명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김 위원장도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은 각각 84세와 71세까지 살았다. 복부비만·흡연·음주 등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많았지만 단명하지는 않았다. 강 교수는 “건강은 크게 유전과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며 “몹시 나쁜 환경, 즉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소위 ‘막 산다’면 건강에 미치는 환경적 요인이 커질 수 있지만, 정상적인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유전적 요인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 집안 내력을 보면 김 위원장은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30대라는 점도 그의 건강 이상설과 거리가 있다. 통일부와 국정원이 김 위원장의 유학 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결론 내린 나이는 올해 35살(1984년생)이다. 또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 등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다졌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체중 130kg의 고도비만, 40대 이후 건강 위협 요인

 

김일성은 1994년 심장마비로, 김정일은 2011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심장질환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 강 교수는 “급사는 부정맥, 뇌동맥류(뇌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병), 심장마비가 주원인”이라며 “심장에 문제가 있다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김 위원장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가 30~40명 있으므로 뇌동맥류나 심장마비는 사전에 진단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건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외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키 170cm에 몸무게가 130kg에 달하며, 배 둘레가 45인치로 복부비만 체형이다. 이를 체질량지수(BMI)에 대입하면 44로 고도비만이다. BMI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30대는 18.5~23이 정상 범위다. 이 정도면 김 위원장이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앓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체중이 급증한 때는 2014년 무렵이다. 또 다리를 저는 모습까지 보였다. 조선중앙TV는 다리를 절면서 현장지도에 나선 김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통풍은 체내에 요산이 쌓여 관절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러자 건강 이상설이 나왔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각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판단을 근거로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최근 김정은의 체중이 다시 많이 늘어났고 손을 옆구리에 댄 채 불편한 표정을 짓는 등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북한의 한 신발 공장을 방문한 현장에서 얼굴에 식은땀을 흘린 채 앉은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폭스 뉴스는 3월8일 중앙정보국(CI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통풍·당뇨·고혈압·성병·정신 건강 관련 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정보기관이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 교수는 “김 위원장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앓고 있을 것인데, 이들은 약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과거에 있었던 통풍은 잘 치료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마디로 김 위원장은 고도비만·흡연·음주·고혈압·당뇨·고지혈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식습관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치트시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치즈와 염분이 많은 가공육류를 좋아한다. 과거 김 위원장의 일식 주방장은 김 위원장이 기름진 참치 초밥을 즐긴다고 밝힌 바 있다. 술도 좋아해서 헤네시와 같은 값비싼 양주와 뱀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중국·미국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이가 젊고, 기초 체력이 있으며, 건강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여러 의료진의 집중 진료도 받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김 위원장에게 위중한 건강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40대 이후다. 식습관을 개선하고 체중을 조절하지 않으면 각종 대사질환은 물론 심장질환으로 위급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이 뚱뚱해도 내장비만이 아니라 피하지방이 많은 경우라면 당장 대사질환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지금부터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사저널은 2007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5년 이내에 사망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서울대병원 교수는 “그가 앓고 있는 복부비만·당뇨·고혈압 등을 종합할 때 동맥경화나 심장병으로 5년 이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1년 그는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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