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으로 북한에 응답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1 03:23
  • 호수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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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협회 차원서 TF 구성…북·미 정상회담 이후 방북 신청할 것”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지 2년2개월이 지났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풀리고 있는 지금, 얼어붙었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재개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개성의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입주기업들 사이에 흐르는 이유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 통일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재가동은 필요하다”면서 “재입주 전에 입법 수준의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개성공단 재개가 연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나.

 

“올해 안에 재개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직접 명시하지 않았지만,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내용도 담았다. 10·4 선언으로 탄생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의지가 (판문점 선언에) 묵시적으로 망라됐다고 본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지만, 신중한 입장이다. 협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고, 자체 TF(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경제협력 방향이 대략적으로 나올 경우, 재입주를 구체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개성공단에 재입주하려는 이유는.

 

“북한의 싼 노동력이 큰 이유다. 그러나 북한이 향후에도 싼 노동력이라는 여건을 유지해 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 점도 각오하고 있다. 또 근거리 물류가 가능하고, 언어 소통이 가능하다. 국내산 원·부자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혹자는 북한 입주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고용창출을 하지 않고 북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린다고 비판하는데, 국내 협력업체는 5000여 개에 이른다. 모두 개성공단과 연관돼 일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근로자 임금이 북핵 개발에 전용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종북기업으로 매도됐다. 작년 7월에 통일부에서 그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얘기를 했지만, 이미 발표가 나온 뒤에 인식을 뒤집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우리도 좌불안석이었는데, 갑자기 개성공단 폐쇄가 결정됐다는 얘기를 했다. 한 회사당 차량 1대, 1인이 들어가서 물건을 빼오라고 했다. 결국 물건을 다 싣지도 못하고 거의 맨손으로 돌아왔다.”

 

 

개성공단 폐쇄가 대북제재를 위한 조치였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면 그에 맞는 합당한 대책과 피해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총 1조5000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지만 4800억원의 지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도 추가 지원 660억원을 했지만 ‘이게 끝이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쓰게 했다. 당장 죽어가는 입장에서 그 보상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총 다섯 번의 방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방북 신청을 다시 할 계획인가.

 

“남북 정상회담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시설 점검을 위해 조속히 방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5월 중에 방북 신청을 할 예정이다.”

 

 

현재 개성공단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나.

 

“전혀 모른다. 미국 언론을 통해 시설물이 무단으로 돌려지고 있다, 제품들이 유출된다는 얘기를 접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물건 구매 제안이 오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 통일부 장관에게 공개석상에서 두 번 정도 질의했지만 ‘정부 부처와 합동으로 파악 중이다’는 얘기만 들어야 했다.”

 

 

방북을 하게 되더라도 실질적인 시설 점검이 바로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이는데.

 

“유출 여부에 대한 확인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북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징성이다. 우리가 앞으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정부도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촉구의 의미다.”

 

 

북한 쪽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먼저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북한은 4월21일 핵실험을 하지 않고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다음 답은 우리가 할 차례다. 공은 우리에게 왔다. 우리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줄 때가 됐다.”

 

 

재입주 의사를 비치는 기업들의 비중은.

 

“1년 전에는 93%가 들어가겠다고 했다. 정부 공약을 믿은 것이다. 이번에는 96%가 입주 의사를 밝혔다. 금융 지원이나 경협보험 등 안전장치가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입주하겠다는 기업도 많다. 또다시 폐쇄되고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입법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재입주하게 된다면 바라는 부분들은.

 

“경협보험 한도 철폐부터 해야 한다. 한도가 70억원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투자 규모가 적고, 기업 수도 적다 보니까 보험의 한도가 낮았다. 개성공단에 재입주하려면 보험금을 반납해야 하는데, 이것을 장기 분할로 내게 하거나 일부 삭감해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최근 파주를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법 발의도 된 상황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입장은 어떤가.

 

“최저임금을 어떻게 적용할지,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데려와서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 개성공단과 협력 연계를 하겠다고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과 연계할 법안을 내놓는 것이 맞겠나.”

 

 

남북관계에 따라 폐쇄되지 않기 위해 공단 내에 외국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대책도 나온다.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 맘대로 문을 못 닫는다는 단순한 논리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개성공단에 들어갔다. 첨단 외국계 기업이 들어온다면 북한 노동자들이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결국 일부 공장은 인력난에 시달릴 수 있다.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한 고민이다.”

 

 

개성공단 재개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어떻게 보나.

 

“개성공단은 북한 사람들이 임금과 시장경제에 대해 학습하는 기회였다. 클레임, 납기라는 것들을 몰랐던 북한 사람들이 ‘사장 선생, 오더 많이 땄어요?’ ‘품질 불량으로 클레임은 안 맞았어?’라고 질문을 하더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시장경제를 알게 하고, 소득 수준이 올라오게 된다면 통일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우리는 10년 동안 그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충실한 준비를 해 놓은 뒤,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때 다시 그 역할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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