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후 첫 주말 임진각에 무슨 일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1 14: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아진 통일 기대감에 봄나들이 차량 몰려 북적

 

“저기 있는 저 다리가 대통령님이 그저께(4월27일) 판문점 가실 때 이용하신 다리야.”

“엄마, 그럼 저 산 너머가 북한이야?”

 

김포에서 온 은율이는 엄마의 설명이 신기한 듯 연신 망원경 안을 들여다봤다. 

 

“근데 엄마, 여기 지도에 ‘죽음의 다리’라고 써 있는 데 이건 뭐야”

 

뜻밖의 아이 질문에 가지고 있던 휴대폰으로 검색한 엄마 김미정씨는 “6‧25 전쟁 때 미국 군인들이 저기서 많이 죽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데”라고 말했다. 

 

한 시민이 임진각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녁땅을 보고 있다. ⓒ송창섭

 

‘4‧27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후 첫 주말(4월29일)을 맞아 최북단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임진각 위 전망대에는 멀리 북녘 땅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파주시에 살아 임진각을 자주 찾는다는 김정모씨는 “평소보다 4~5배 정도 더 사람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화창한 날씨에 봄나들이 행렬까지 몰리면서 이날 임진각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찼다. 

 

이날 임진각에서는 경기도‧경기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주관한 ‘DMZ자전거 투어’가 열렸다. 사전 접수된 300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임진각을 출발해 통일대교, 군내삼거리를 돌아 임진강변에 위치한 임진마루를 다녀오는 17.2㎞ 코스였다. 

 

 

평소 주말보다 4~5배 더 몰려

 

오후 2시가 되자 임진각 녹슨 철마 옆에 있는 군부대 철문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비포장도로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군사용으로 쓰이다보니 도로 대부분이 울퉁불퉁했다. 15분가량 달렸을까. 통일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자유로를 통해 임진각으로 내달린 차는 보통 이 통일대교를 앞에 두고 유턴을 해야 한다. 통일대교 건너 통일촌 등은 인가를 받은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 

 

남북 정상회담 끝나고 첫 주말에는 임진각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4~5배 몰렸다. ⓒ송창섭

봄날 임진강변은 조용하다. 멀리 임진강에 있는 유일한 섬 초평도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무인도지만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초평도에는 사람이 살았다. 통일대교를 건너가면 파주시 군내면이 나온다. 통일촌 휴게소, 캠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 등이 이곳에 있다. 통일촌 삼거리를 지나 5분가량 자전거를 달리니 군내삼거리가 나왔다.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도라산역과 남북출입사무소가 나온다. 

 

말이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이지, 동네 모습은 영락없는 여느 시골 풍경이다. 봄철 본격적인 씨 뿌리기를 앞두고 밭갈이하는 농기계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파주 특산물 장단콩이 바로 이곳에서 나온다. 아쉽게도 여기서 유턴해야 한다. 더 이상 갈 수 없다. 

 

임진각에 있는 녹슨 철마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구경하고 있다. ⓒ송창섭

 

경기관광공사 주관 DMZ자전거 투어 열려

 

임진강변에 서 있는 새하얀 백로가 한가로이 머리를 물속에 처박는다. 전진부대가 관할하는 임진강 민통선은 평상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파주시나 경기도 관할 행사 때만 민간에 개방한다. 그래서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임진강변 길을 따라 1시간여를 달리니 아까 봤던 초평도가 눈앞에 왔다. 굽이도는 임진강은 ‘초평도’라는 작은 섬을 만들었다. 크기는 여의도 밤섬만 하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곳은 임진마루까지다. 그 다음부터는 군사보호구역이다. 여기까지 내달리니 시간은 어느새 1시간30분을 훌쩍 지나고 있었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 임진강의 시원한 봄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그런지 엉덩이가 꽤 아프다. 일반 도로에서 3시간 이상 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자전거 핸들을 돌려 다시 임진각으로 향했다.

 

임진강에 유일한 섬인 초평도 ⓒ송창섭

이날 임진각은 차를 타고 서울로 빠져나가는데도 꽤 시간이 들었다. 통일의 관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자유로 옆으로 한강 하구에 석양이 걸려 있다. 저 석양은 북녘 땅에서도 볼 수 있겠지. ‘같이 속했던 것은 언제가 하나가 된다’는 전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희망가를 새삼 생각난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