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10년史, 그리고 새로운 도약 《어벤져스》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2 16:16
  • 호수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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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4편을 위한 거대한 포석…마블의 세대 교체도 주목

 

​※주의! 본 기사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로키(톰 히들스턴), 헐크(마크 러팔로),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팔콘(안소니 마키), 워 머신(돈 치들), 비전(폴 베타니),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윈터 솔저(세바스찬 스탠),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가모라(조 샐다나),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로켓(브래들리 쿠퍼·목소리 연기), 그루트(빈 디젤·목소리 연기)…. 이름만 한 번씩 열거하기에도 벅찬 이 모든 히어로들이 하나의 작품에 함께 등장하는 ‘꿈의 프로젝트’가 실현됐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인피니티 워》)가 그 주인공이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장 강력한 악당 타노스(조슈 브롤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인피니티 워》는 마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제작 계획이 발표된 그 순간부터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MCU가 그려온 지난 10년의 집대성이자, 앞으로 또 다른 10년의 그림을 그려 나가는 분기점이라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와 바로 이어진다. 아스가르드 행성을 포기한 토르와 로키 그리고 수많은 아스가르드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향하는 것이 엔딩이었다. 《인피니티 워》는 희망을 안고 지구로 향하던 이 우주선이 처참한 대학살의 현장으로 변모했음을 비추며 문을 연다. 로키가 지니고 있던 테서랙트, 그 안에 있는 ‘스페이스 스톤’을 차지하려는 타노스가 나타난 결과다. 그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는 건 오직 죽음뿐이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에 없던 충격적 실패의 서사

 

《인피니티 워》의 골자는 악당 타노스의 계획이다. 그는 우주 곳곳에 흩어진 인피니트 스톤(원작 코믹스에서는 인피니트 젬이라는 용어를 쓴다)을 모두 모아, 그것의 가공할 힘으로 지구를 포함한 우주 전체 생명체의 절반을 학살하려 한다. 우주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에서다. 파워·리얼리티·타임·마인드·소울 스톤 중 타임 스톤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인드 스톤은 비전이 소유하고 있다. 타노스의 계획을 막기 위해 《어벤져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까지 가세한다.

 

MCU 내 거의 모든 히어로들이 떼로 뭉쳐 선보이는 파괴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애초 1, 2편으로 나누어 개봉할 예정이었던 《인피니티 워》는 149분 안에 타노스와 히어로들의 전쟁을 충분히 그리면서, 이번 편을 내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4편의 가교로 삼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스무 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답게 각 캐릭터들의 기량이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는 동시에, 그들의 합을 그려 나가는 계산이 탁월하다. 지금껏 만난 적 없던 《어벤져스》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웅들의 조합도 신선한 재미다.

 

소울 스톤의 행방도 드디어 드러난다. 그간 개별 영화들을 통해 히어로들이 하나씩 품고 있거나 콜렉터(베네치오 델 토로)가 보관하고 있음이 밝혀졌던 나머지 스톤들과 달리, 소울 스톤은 MCU가 확장되는 10년간 행적이 꽁꽁 감춰졌다. 때문에 그동안 소울 스톤의 보관처는 팬들 사이에서도 가장 활발한 토론 주제였다. 아스가르드의 문지기 헤임달(이드리스 엘바)의 눈이 소울 스톤일 것이라는 주장, 블랙팬서의 왕국 와칸다에 보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 등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결과적으로는 뜻밖에도 《퍼스트 어벤져》(2011)와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인피니티 워》가 거듭되는 실패의 서사라는 점이다. 이번 영화의 내용을 추리자면 영웅들의 실패, 또 실패뿐이다. ‘히어로가 죽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던 바. 그러나 몇 명이 죽는지, 어떻게 죽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인피니티 워》의 엔딩은 자못 충격적이다. 수많은 영웅들이 타노스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개봉 후 허무하고 충격적이라는 관객 평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줄곧 고난 끝에 찾아오는 승리의 서사로 쾌감을 안겼던 MCU의 기존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마블의 초강수이자 신선한 모험이다. 그러나 이 세계관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 스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내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4편을 위한 거대한 포석이자 준비 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개별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거대한 MCU 세계관을 이뤄왔다. 《어벤져스》(2012)는 개별 시리즈로 흩어진 수퍼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최초의 이벤트였다. 이후 마블 스튜디오는 《스파이더맨》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시리즈를 더 선보이며 부지런히 외연을 넓혔다. 페이즈(PHASE)로 챕터를 구분하는 MCU는 현재 세 번째 페이즈를 지나는 중. 올여름 개봉하는 《앤트맨과 와스프》, 내년 개봉하는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4편까지가 페이즈 3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MCU 본격 세대교체를 위한 거대한 포석

 

마블의 영웅들은 나약하고 모순적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산다. 토르는 신이지만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캡틴 아메리카는 특수 혈청을 통해 나약한 청년에서 영웅으로 거듭났다. 아이언맨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지키는 인간 병기이면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 울트론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들은 늘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고개 드는 모순들과 싸워야 한다. 소수자를 향한 감수성 역시 MCU를 구성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가난한 노동계급 소년이 스파이더맨으로 재탄생하고, 흑인 영웅인 블랙팬서의 서사가 다뤄진다. 가공할 힘을 지닌 슈퍼 히어로 서사 안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가 은유되는 풍경들은 흥미롭다. 우리가 MCU의 세계관 그리고 히어로들을 긍정해 온 궁극적 이유다.

 

그런 MCU 세계관 앞에 닥친 최대 이슈는 ‘세대교체’다. 《인피니티 워》의 쿠키 영상은 MCU가 새롭게 선보일 단독 시리즈이자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의 등장을 암시한다. 10년간 MCU를 이끌어온 아이언맨 등 원조 영웅들은 서서히 이 세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등의 개별 시리즈 제작 계획은 더는 없다. 때문에 개봉 전에는 《인피니티 워》에서 MCU의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원년 멤버들이 죽음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역으로 이들 대부분이 살아남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벤져스》 4편이 이들의 퇴장과 새로운 영웅 체제를 공고히 하며 보다 확실한 세대교체의 장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추측 가능한 대목이다. 관건은 코믹스와 슈퍼 히어로를 일부 마니아들과 아이들의 전유물에서 대중적 문화로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온 이들 ‘원조 영웅’들의 퇴장을 얼마나 명예롭게 마무리하느냐는 점이다. 어쩌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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