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發’ 여행 스타트업, 세계 시장 맹추격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3 10:58
  • 호수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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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해외 유명 OTA 사업모델의 틈새시장 공략해 맹추격

 

미러링(Mirroring)은 심리학에서 ‘무의식적 모방행위’를 말한다. 모델링(Modeling)은 ‘어떤 물리현상을 특정한 목적에 맞춰 이용하기 쉽게 표현하는 일’을 뜻한다. 따라서 창업에서는 선도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하는 과정을 ‘미러링’이라 하고, 여기에 새로운 서비스나 수익모델을 추가해 경쟁우위를 위한 고도화된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모델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여행 관련 스타트업들의 미러링과 모델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를 고르라면 건강과 음식 그리고 여행을 꼽는다. 이 가운데 여행은 가장 먼저 하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릴렉스 상품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출입국자 4530만 명 가운데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출국한 사람이 2600만 명을 돌파했다. 인구 대비 해외여행자가 50%를 넘어서는 수치인데, 세계적으로 단연 톱이다.

 


 

인구 대비 해외여행자 50% 넘어

 

그러나 자주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준비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일정과 예산에 맞는 항공권과 호텔을 찾으려면 수십 개의 사이트를 열어봐야 하고, 게다가 선택한 항공권과 호텔이 합리적인 가격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해 보려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최근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Online Travel Agency)는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을 품은 ‘부킹홀딩스(booking holdings)’다. 시가총액은 나스닥 기준으로 120조원에 달한다. 뒤이어 ‘시트립(Ctrip)’이 30조원, ‘익스피디아(expedia)’가 20조원에 이를 정도로 경이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선도 OTA(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를 미러링한 ‘한국발’ 여행 스타트업이 최근 추격을 시작했다. 익스피디아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창업허브에 둥지를 튼 ‘트립비토즈’의 정지하 대표가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선도기업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케이스다. 그 하나는 호텔을 예약했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다른 사람은 더 싸게 예약한 경우다. 문제는 차액에 대한 불만인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차액만큼 보상해 주는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였다.

 

다른 하나는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를 대비해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챗봇으로 모델링을 했다. 올 5월에는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여행객 성향에 기반한 지역 추천과 호텔 추천을 서비스한다. 여기에다 해외출장이 잦은 직장인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였다. 귀국 후 비용정산이나 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 이를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도구(Tool) 서비스도 추가했다.

 

해외여행 중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나 홀로 여행일 때는 밤이 되면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공감해 줄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해결사를 자처한 스타트업도 있다. ‘PEACA’라는 회사인데, 서울창업허브에서 공간과 일부 시드머니를 지원받아 창업했다.

 

이 사업모델은 미국에 두 개의 선도기업이 있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과 ‘한번 만날래’(meetup)란 회사다. 카우치서핑은 숙박과 동행 안내까지 받을 수 있는 비영리 커뮤니티다. 보스턴의 케이지 펜튼이라는 사람이 아이슬란드로 여행 가기 전 1500명의 아이슬란드 대학생들에게 재워줄 수 있냐는 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50여 통의 답장을 받게 됨으로써 사업이 시작됐다. 

 

이 커뮤니티는 단순히 적은 돈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무료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제적 의사소통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러한 가치에 동의한 카우치서핑 회원이 전 세계 6만4000여 개 도시에 150만여 명에 달한다. 따라서 단순히 팝미팅(pop meeting)을 주선해 주는 차원을 넘어, 이국 문화를 경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 서비스로 모델링한다면 보다 강력한 사업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웰컴(BeWelcome)’도 눈여겨볼 만하다. 숙소를 오픈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며 문화를 공유하는 문화여행 네트워크다. 집에 머물면서 그 지역 축제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고 이웃의 어려움을 같이 도와주는, 예컨대 거리를 청소해 준다거나 집 짓는 일을 거들어 주는 식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다문화의 이해와 협력, 네트워크 등을 배우고 동행할 수 있어 비영리법인이나 협동조합 혹은 소셜벤처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수익원은 회비나 참가비, 간접 수혜를 얻게 될 제3자 수익모델 등이 있다.

 

 

여행 중 갑자기 누군가 만나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들이 마켓플레이스 기반의 모델이라면, 이동성(mobility)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많다. 대표적인 모델이 ‘우버(Uber)’지만, 단순히 자동차를 빌려주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다양한 특화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블라블라카(BlaBlaCar)’와 ‘플릭스버스(flixbus)’가 대표주자인데, 여행 목적지가 같은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블라블라카가 인접도시 중심의 중·소형차 서비스라면, 메가버스(Megabus)를 합병한 플릭스버스는 장거리 중심 대형 버스를 위주로 운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필자도 지난해 북유럽 여행 중에 프라하에서 할슈타트로 넘어가면서 이용한 경험이 있는데, 기차 요금보다 훨씬 싼 것도 만족스러웠지만 픽업부터 도착지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데다 동승자끼리 네트워킹할 기회까지 얻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익했다.

 

이들 두 업체 모두 열차 요금 대비 50% 이상 싸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모델은 현재로선 국내 여행지가 제한적이어서 쉽게 론칭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먼 얘기일 수 있지만 한반도종단철도(TKR)나 제주도와 해저터널이 뚫리면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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