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대한방직 터에 143층 복합타워 건립될까
  • 전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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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광 대한방직 부지에 2조원 규모 개발 청사진 제시…‘전주시 승인할지 의문’

 

전북 전주의 대한방직 전주공장 터에 ‘143익스트림 타워 복합단지’가 건립될 수 있을까. 143층 타워는 전북에서 최고 높이다.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지난 수년간 개발을 놓고 소문이 무성했던 터다. 최근 부동산개발회사인 자광이 해당부지에 143층 타워를 건설하겠다며 청사진을 밝힌데 이어 전주시에 사전결정 인허가를 신청했다. 사실상 사업추진을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대한방직 전주공장 내 143층 타워는 지자체 인허가 등이 맞물려 실제로 건립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자광은 5월2일 전주시에 대한방직 전주공장 터에 추진하는 ‘143익스트림 타워 복합단지 사업계획서(안)’ 사전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전결정 신청서에는 간략 설계도서와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등 구체적인 건축계획이 명시돼 있어 본격적인 개발사업을 알리는 전초적인 행정행위다. 자광 측이 제출한 사전결정 신청서에 대한 반려와 수용 등 전주시의 입장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사업 추진이냐 아니면 보존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각계입장에 따라 찬반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전경 ⓒ연합뉴스

용도변경 등 행정절차 암초…난개발, 특혜시비 우려 관계기관 ‘관망’

 

앞서 자광은 4월30일 대한방직 공장내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겸한 설명회를 열고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21만6000㎡)에 대한 개발 청사진을 발표했다. 자광이 이날 공개한 청사진에는 새만금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복합타워 뿐만 아니라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와 호텔, 쇼핑센터, 아파트, 대규모 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전체 부지의 50% 정도는 도심 공원으로 조성해 전주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2019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3년 상반기에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자광의 이 같은 계획이 의도대로 추진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자광이 지난해 10월 이 땅을 1980억원에 인수, 첫 번째 관문이었던 건립 용지 문제는 해결됐지만 용도변경이 관건이다. 민간 기업의 대규모 개발계획은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인허가 승인이 없다면 말 그대로 종이쪽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땅은 도시관리계획에는 일반공업지역으로, 2021년 도시기본계획에는 시가화예정용지로 예정돼 있다. 따라서 전주시가 현재 도시계획상 일반 공업용지를 상업용지나 주거용지로 바꾸는 행정절차를 밟아줘야 복합단지 개발이 가능하다. 전북도의 입장도 중요하다. 전체 부지(22만6500여 ㎡) 중 2필지(6200㎡)는 전북도 소유로 이곳을 빼놓고 개발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주시가 이곳을 주거용지나 상업용지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2025년 전주도시기본계획’이 변경돼야 하는데 이 계획에 대한 변경 심의는 전북도가 한다. 

 

통상적으로 용도변경 등에는 특혜 시비가 따른다. 문제의 대한방직 터에 대한 특혜 시비도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부지는 10년 전 추진된 서부신시가지 조성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다. 대상 부지 30%는 강제수용됐으나 대한방직이 제척을 요구해 받아들여졌다. 방대한 면적의 공장 부지가 신시가지 사업부지에서 제외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당시 더 큰 문제는 향후 이 부지가 공업지역으로 영구 존속되겠느냐는 우려였다. 대한방직은 전주시내 최고 금싸라기 땅이 된 이곳을 지난해 자광에 팔아넘겼다. 공업지역이었지만 198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챙겼다. 10년 전 우려했던 특혜 시비가 현실이 된 것이다. 공업지역 존치를 요구하며 제척을 관철시켰던 대한방직은 엄청난 액수의 땅값을 받고 빠져버린 형국이 됐다. 

 

이 탓인지 인허가권을 쥔 전주시나 전북도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주시는 자광 측의 사업계획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그 내용을 시민들과 공유해 개발 여부는 물론 방향까지 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북도 역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섞을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어떠한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사업 내용도 업체의 일방적인 계획에 불과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한방직 개발이 자칫 특혜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두 기관 모두 관망하는 모양새다. 

 

시민단체의 반응은 더욱 차갑다. 전주환경운동연합은 2일 성명을 내고 “서부신시가지는 교통혼잡과 주차공간 부족, 원룸촌 형성 등으로 도시계획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며 “민간사업 제안 시 엄격한 법 적용과 폭넓은 주민 의견 수렴으로 난개발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광이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3000가구의 아파트 단지 건설을 공식화한 것도 논란이 붙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호당 3억원만 환산해도 9000억원의 분양대금이 산출된다. 자광이 겉으론 전주시민의 삶의 질을 격상시키는 시민공원 조성과 복합개발단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속내는 이윤추구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그동안 금기시 돼 왔던 대규모 아파트 건설계획이 행정기관과는 아무런 조율 없이 발표되면서 전주시와 전북도 등 행정기관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자초하고 행정기관의 운신의 폭을 대폭 좁히는 결과를 초래해 사업추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매출액 500억, ‘글쎄’ 자금조달 싸고 회의적 시각도…공론위에서 결판날 듯

 

남은 문제는 또 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자광의 모기업으로 알려진 자광건설의 연간 매출이 500억 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총 2조5000억 원에 대한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광은 ‘바지회사’에 불과하며 배후에는 ‘거대 그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전주공장 부지를 1980억 원에 계약하고 계약금 198억 원을 납부하면서 롯데가 계약보증을 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광이 롯데의 자회사라는 소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롯데는 한때 전주경기장 개발문제를 놓고 전주시,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롯데에 대한 전주 시민사회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점을 의식한 듯 업체는 펄쩍 뛰며 해명에 나섰다. 이날 전은수 대표는 “오는 10월 나머지 잔금도 이미 마련한 상태며, 지금까지 자광의 매출금액은 5조5000억 원이 넘는 상태고 오는 2019년 2조5000억 원 규모의 사업 준공을 앞두고 있어 자금조달은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라며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반면에 최근 TV토론과 전주시의회에서 송하진 전북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이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전제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사업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주시는 이번 신청서 접수에 따라 앞으로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의견을 모아 사업계획서를 반려할지, 아니면 보완을 요구할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자광 측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대한방직 공장 터 개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여부와 방향성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게 지역 관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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