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4 15:40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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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쌓아야 할 젊은 선수들, 1군에 올라가지도 못해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 KBO리그에서 이변 중 한 가지는 NC의 부진이다. NC는 2011년 창단 이후, 빠르게 팀을 만들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두산 등과 함께 KBO리그 강팀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팀이 올해는 죽을 쑤고 있다. 5월1일 현재, 13승19패에 그치며 팀 순위는 10개 구단 가운데 9위다.

 

팀 성적이 나쁜 만큼 세부 기록도 나쁘다. 특히 팀 타격 부진이 눈에 띈다. 팀 타율(0.242)은 물론이고, 팀 출루율(0.307)과 팀 장타율(0.356) 모두 꼴찌다. 그래서 김경문 감독은 5월1일 양승관 퓨처스팀 타격코치를 1군으로 올리고, 1군을 맡았던 이도형 코치와 김민호 코치를 퓨처스팀으로 내려보내는 ‘타격 코치 개편’을 했다. 김 감독은 “코치가 잘못한 게 아니다”며 “코치 교체는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즉, 이것을 계기로 삼아 타자들이 타석에서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타격 코치 교체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넥센과의 그날 경기에서 4대13으로 크게 패배했다.

 

김경문 감독의 NC는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 연합뉴스


 

“NC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준석 효과”

 

NC의 부진은 어디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사실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의 안팎을 보면 문제가 아닌 곳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딱 한 가지를 꼽는다는 무엇일까? 타선 혹은 선발투수진일까? 그것도 아니면 불펜진일까? 그런데 익명을 요구한 어느 야구 관계자의 입에서는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타격 등은 슬럼프에서 벗어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지만 현재 NC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준석 효과’(?)로 봐야 할 듯하다.”

 

올해 공룡 유니폼을 입은 최준석은 25경기에 나와 타율 0.313, 2홈런, 11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844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타자들의 부진과는 대조적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김 감독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최준석과 김성욱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최준석이 문제라는 말에 동의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 관계자 역시 최준석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우선 최준석을 김경문 감독이 영입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최준석은 스크럭스와 박석민, 그리고 모창민과 포지션이나 역할이 엇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최준석의 영입은 기존 세 명의 선수가 다쳤을 때를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즉, 보험이다. 이것은 팀의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영입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현실에서는 김 감독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명타자와 1루수, 3루수 자리를 3명이 아닌 4명이 나누어 가지며 각자 불만이 생겼다. 경기 출장 수는 물론이고, 안정적인 타석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그것이 타석의 조급증으로 나타났다.”

 

최준석의 영입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부상자가 없을 때는 기존 선수에게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스크럭스나 모창민 등이 지난해 앞선 두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더라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음 타석이 보장됐지만, 올해는 최준석이 대타로 나선다. 프로는 결과의 세계다. 결과를 남기지 못하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는 스크럭스나 모창민 등이 불만을 느낄 이유는 없다. 다만 안타를 치지 못하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전처럼 진득하게 투수의 공을 보고 대처하기는 어렵다.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공에 배트가 쉽게 나온다. 그리고 나쁜 공에 손을 댄 후에는 그것을 조심해 오히려 스트라이크를 가만히 지켜보며 루킹 삼진을 당할 때도 있다. 그런 악순환이 NC 타선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월26일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4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NC 4번 타자 최준석이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뉴스1


 

“최준석은 3인분”…엔트리 운용의 어려움

 

여기에 더 결정적인 이유로 “최준석은 3인분”이라고 지적한다. 최준석이 출루하면 대주자, 그리고 대수비도 필요하다. “최준석은 선수 한 명이 아니라 대주자와 대수비까지 포함한 ‘세트’다.” 이것은 얼핏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KBO리그 로스터는 최대 27명으로, 경기에는 25명이 출장할 수 있다. 25명의 그날 엔트리에서 최준석 한 명을 위해 3자리를 써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NC의 엔트리는 25명이 아닌 23명이다. 23명과 25명이 싸우는 셈이다. 한두 경기는 몰라도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를 고려하면 그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 감독은 대수비와 대주자로 내야수인 지석훈과 이상호 등을 주로 쓴다. 현재 손시헌 등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노지혁이 있으므로 1루를 포함한 내야만 7명 안팎이 된다. 그런 만큼 외야수는 4명 정도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다. 결국, 퓨처스에서 가능성을 나타낸 젊은 외야수가 1군 무대를 밟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것은 내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백업 멤버는 지석훈과 이상호 등 베테랑이 맡고 있다. 그런 만큼 퓨처스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갖고 노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것이 최근 NC에서 유망한 신예들을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나성범과 박민우·권희동·구창모 등을 제외하고 팀에서 육성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퓨처스 등에 기대해 봄직한 신예들이 우글우글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전에 퓨처스 경기를 봤는데, 눈에 띄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게끔 해 줘야 할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NC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다. 최준석 개인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엔트리에 제한이 있으므로 감독은 마음껏 경기를 운영하지 못한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시간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NC의 부진은 잠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NC가 앞으로 어떻게 엔트리를 운용해 나갈지 주목된다. 아무리 튼튼한 댐이라도 작은 개미구멍에 무너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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