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논의는 온데간데…또 '음모론'만 떠다니는 국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6 15:09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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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하나 싶더니 김성태 피습 사건으로 불신·정쟁만 더 악화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애초에 정상화 기미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끊임없는 정쟁과 음모론으로 인해 대화 시작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중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에 "늦어도 8일 오후 2시에는 본회의를 열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교체와 전반기 국회 종료,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늦어도 그날까지는 국회 공전 사태가 정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절박한 국회 상황을 알면서도 여야는 오해와 불신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국회 앞 계단에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다 5월5일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 당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월6일 국회 농성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성태 피습 뒤 더 강경해진 한국당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자유한국당의 단식 농성에 파행을 거듭해온 국회는 정상화 분수령을 앞두고 김성태 원내대표 피습 사건으로 다시 난장판이 됐다. 한국당은 5월5일 벌어진 김성태 원내대표 기습 폭행 사건 이후 더 강경해졌다. 당 소속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의 단식투쟁에 동참해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드루킹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중단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5월6일 구두 논평에서 "백주 대낮에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야당 원내대표가 테러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민주당이) 조건 없는 특검을 받을 때까지 천막 농성과 단식투쟁을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폭행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조짐이다. 특히 한국당이 워낙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테러 사건처럼 일파만파로 커지는 느낌도 아니다. 생명권 침해 사건의 경중을 따지기 힘들더라도 분명 12년 전 사건과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5월20일 서울 신촌에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던 중 괴한의 흉기에 피습, 얼굴에 11cm 길이의 자상을 입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모두 60바늘을 꿰맸고 약 3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당시 대대적인 수사와 3심 과정에서 끝내 배후를 찾아내진 못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피습 당일 퇴원해 목 보호대를 하고 단식을 이어갔다.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수사 결과 예단하며 음모론 확산에 피로감…'엉망진창 국회' 장기화 


아직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당은 결론까지 예단하며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경찰이) 보나 마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발표할 것으로 추측하는데 혼자 한 것이 아니다. 우발적 범행도 아니고 계획된 것"이라며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대로 두면 자유당 시대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소위 정권 보위세력들이 이제는 제1야당 원내대표도 백주대낮에 테러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일을 놓고 벌이는 소모적인 논쟁이 '제2의 드루킹 사건'급으로 비화할지를 우려하고 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여권이 원초적인 테러를 사주했으리라 보는 이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검·경 수사가 벌어져도 한국당이 계속 불신하는 한 끝내 '진실'보다 '의혹'만 남을 여지가 많다. 김성태 원내대표 피습 직전까지만 해도 드루킹 특검을 비롯해 추가경정예산과 국민투표법·방송법 개정안 처리 등 현안 전반에 대한 일괄 타결 가능성이 흘러나왔으나, 돌발 사건 탓에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회동이 불발되며 협상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한국당은 되레 여론 탓까지 하며 고립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건 이후 쏟아진 기사나 인터넷 댓글 등을 보니 의도적 오보, 그리고 조롱과 악의에 가득한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며 "대한민국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범이 '한국당 지지자'라고 말한 것을 들어 "지지자조차 단식을 비판하고 김 대표를 폭행했다는 사실은 한국당의 투쟁 방식이 국민 정서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보여준다"며 단식 중단과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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