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국정운영 6년 차”
  • 부산 = 구민주·이민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8 09:28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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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주년} 장원덕 前 법무법인 부산 사무국장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법률사무소. 1982년 부산 부민동 작은 건물에 간판을 내걸고 시작한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현 법무법인 부산)는 이제 부산의 역사적인 명소가 됐다. 이곳에서 두 대통령과 30여 년을 함께 보낸 장원덕 전 법무법인 부산 사무국장은 그들의 운명적 동행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4월23일 부산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장 전 사무국장은 가방 가득 챙겨온 문 대통령과의 사진들을 하나씩 펼쳐 보이며 그와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기분이 남다르데요. 원체 정치하실 성격이 아니신 데다 본인도 극구 그 길을 거부해 오셨는데, 청와대 계신 걸 직접 보니 운명은 운명이구나 싶고….” 지난해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쳐다보며 그는 한동안 감회에 젖기도 했다. 장 전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의 지난 1년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부대끼며 겪은 변호사님 모습 그대로 국정도 이끄셨다”고 답했다. 인터뷰 동안 그는 오래 입에 익어버린 ‘문 변호사님’이란 호칭을 줄곧 사용했다.

 

장 전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모두 ‘참여정부 시절 경험 덕분’”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노 대통령과 함께 웬만한 국정 경험을 다 해 봤을 거다. 그래서 당선됐을 때부터 문 대통령은 임기 6년 차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포토


 

“직원들 처우 늘 가장 중시”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 비정규직과 만난 것을 ‘가장 문 대통령다운 행보’였다고 평가했다.

 

“예전에 법률사무소에 운전기사가 있었다. 기능직이었는데 문 변호사님이 사무직,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사무실 안에 책상도 마련해 줬다. 80년대 당시엔 아주 획기적이었다. 다른 변호사 운전기사들이 상당히 부러워했다. 또 전 직원에게 보너스를 400%씩 준 적도 했다. 다른 곳들은 기껏해야 명절 때 5만~10만원 주는데 ‘공무원들이 받는 수준으로 줘야 한다’는 게 변호사님 생각이었다. 문 변호사 나이 고작 마흔 살도 안 됐을 때다. 근로자 처우를 늘 가장 중시했다. 참여정부 때 그게 잘 안 돼 굉장히 고심했다.”

 

장 전 사무국장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집에 보관하고 있는 낡은 서류가방 하나를 먼저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로 간 2003년까지 20년간 매일같이 들고 다니던 가방이었다. 법률사무소 첫 출근 직후 장 전 사무국장과 부산 국제시장에 가 함께 골랐다. 장 전 사무국장은 이 가방이 “문 대통령의 소탈한 성정(性情)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국민도 그 부분을 똑같이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 실패 후 함께 등산했을 때 찍은 사진(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20년 가까이 들고 다녔던 서류가방 © 장원덕 제공


장 전 사무국장에 따르면, 당시 권위주의가 센 법조계 분위기상 법률사무소 직원들이 변호사와 대면하는 건 상당히 어렵고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나 문 변호사 사무실은 문턱이 닳도록 수시로 직원들이 드나들었다. 그는 “직원들이 실수해도 그냥 다 이해하고 넘어가니까 다들 먼저 털어놓고 알아서 더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였다”며 “소송에 져도, 억울한 일이 생겨도 답답할 만큼 화를 안 내서 성격 급한 나만 옆에서 속 터질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여보세요”라며 화를 냈을 때 장 전 사무국장과 당시 직원들 모두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장 전 사무국장과 만난 이날은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때였다. 그 역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 중요한 소송을 앞뒀을 때처럼 아마 며칠 전부터 밤잠 못 자고 계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모님(김정숙 여사)이 ‘남편이 잠 한숨 못 자고 출근했다’고 얘기해 주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할 만큼 힘든 티를 안 냈다. 내공이 무서우리만큼 강한 사람이다. 노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끝까지 버티지 않았나.” 장 전 사무국장은 그것이 곧 문 대통령이 그토록 피하려 했던 정치권에서 지금껏 잘 버텨내고 있는 이유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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